옆집에 여캠이 산다 06

by 전우진

뽀숑님이 오해하시는 걸 수도 있잖아요.


저도 옆집 아줌마가 우리 집 고지서 보고 계셔서 왜 보시냐고 물었더니, 자기네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와서 비교해 보려고 봤다고 그러시더라고요. 가끔 그런 사람들 있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나의 채팅을 읽은 곽뽀숑은 활짝 웃었다. 아아. 그렇구나. 감사해요. 쭌쭌님. 쭌쭌님 덕분에 그래도 안심이 되네요. 곽뽀숑은 정말로 안심이 되는 듯 싱글싱글 웃으며 꼬북칩을 집었다. 곽뽀숑은 꼬북칩 봉지를 뜯으려다 말고, 아차. 저녁 먹어야지. 요건 저녁 먹고 디저트로 먹겠습니다. 오늘은 저번에 쭌쭌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먹방을 해보려고 해요. 방금 저녁 시켰으니까 곧 올 거예요.


족발 시키셨나 봐요.


나의 채팅에 곽뽀숑은 화들짝 놀랐다.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저번에 뽀숑님이 마라탕이랑 족발 좋아한다고 하셨잖아요. 점심에 마라탕 드셨으니 저녁엔 족발 드시지 않을까? 해서요. 와아. 그런 것까지 기억해 주시는 거예요? 감사합니다. 그런데 어떡하죠? 제가 저녁 약속이 있어서 방송을 계속 못 볼 것 같아요. 나의 채팅에 곽뽀숑의 표정은 침울해졌다. 아아. 그러세요? 아쉽네요. 제 첫 먹방인데. 나는 한숨이 나왔다. 네 첫 먹방이 나랑 무슨 상관있냐. 그래. 그러고 앉아만 있지 말고 먹방이라도 하는 건 좋은데. 에휴. 모르겠다. 나는 다시 채팅을 쳤다. 뽀숑님 먹방 시작하시면 저 아니라도 다른 분들 많이 들어와서 봐주실 거예요. 힘내세요. 내 채팅을 읽은 곽뽀숑은 여전히 침울한 표정으로 감사합니다, 라고 했다.


띵동.


문을 열어보니 진수 형이 족발 두 봉지를 들고 서 있었다. 야. 여기. 진수 형은 족발 한 봉지를 나에게 내밀어 주더니 곽뽀숑의 집 문 옆에 나머지 하나를 놔두고는 벨을 눌렀다. 들어가자. 진수 형은 곽뽀숑이 나오기 전에 얼른 우리 집으로 들어왔다. 잠시 후 곽뽀숑의 집 문이 열리고 족발을 들고 들어가는 소리가 났다. 진수 형은 내 방을 둘러보았다. 어어? 내가 이 집 어디서 본 거 같은데? 낯설지가 않아. 형이랑 같이 살 때랑 짐이 똑같잖아. 그래서 그런 거겠지. 그런가? 자. 먹자 먹어. 나는 상을 펴고 소주잔을 가져온 뒤에 진수 형과 같이 족발을 먹었다. 족발을 먹으며 배달앱의 수수료와 부동산 정책, 나스닥의 하락과 러시아 전쟁으로 인한 유럽 물가 폭등. 그리고 영국 여왕의 죽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다 어린 시절 명절 때 아버지와 삼촌이 김영삼과 김대중 이야기를 하다가 싸웠던 게 생각이 났다. 그때 나는 아버지나 삼촌이나 학교도 제대로 안 나와놓고 무슨 정치를 안다고 저렇게 싸우지? 했었다. 그런데 내가 이제 그렇게 되었다. 진수 형이나 나나 뭘 안다고 대한민국 경제문제와 국제정세에 관해 이야기하는 건지. 나는 유튜브 슈카월드에서 얼핏 들은 얘기로 아는 체를 했다. 진수 형도 내 말에 맞장구를 쳤지만, 뭘 알고 하는 얘기 같진 않았다. 나는 자괴감을 피하고자 화장실을 가겠다며 일어났다.


얘는 뭐하는 거야?


나는 화장실에 들어와 핸드폰을 켜 곽뽀숑의 방을 보았다. 시청자는 고작 세 명. 채팅창은 텅 비어있었다. 곽뽀숑은 카메라 앞에서 아무 말 없이 족발을 먹고 있었다. 참 나. 이게 먹방이야? 말 한마디 없이 먹기만 하는 게? 야한 옷을 입고 섹시 댄스를 추는 방이 서른 개가 넘는데. 누가 노란색 후드티 입고 말없이 족발만 먹는 방에 들어간다고 저러고 있는 거지? 옷이라도 좀 섹시하게 입던가. 족발을 먹으며 ASMR이라도 하던가. 하다못해 족발에 캡사이신이라도 발라 먹어야지. 나 같으면 족발 뼈를 들고 춤이라도 추겠네. 나는 곽뽀숑에게 후원금 5만 원을 보냈다. 빠바라밤빰 하는 팡파르가 울리며 내가 입력한 뽀숑님 첫 먹방 축하드립니다. 라는 기계음이 들렸다. 나는 화들짝 놀라 핸드폰 볼륨을 줄였다. 다행이 진수 형은 듣지 못한 것 같았다. 곽뽀숑은 깜짝 놀라 화면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쭌쭌님 감사드려요. 약속 있으셔서 못 오신다더니. 내가 후원을 보내자 방에 들어와 있던 사람들이 채팅을 하기 시작했다. 막국수는 언제 드실 거예요? 뽀숑님 고추 맵나 한 번 드셔보세요. 그러자 곽뽀숑도 활력을 찾았는지 뭐라고 떠들면서 막국수 포장을 뜯고 고추를 집어 먹었다. 곽뽀숑은 고추가 매운지 얼굴이 빨개져서 파닥거렸고, 채팅창에는 ㅋㅋㅋㅋㅋ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뭐 하냐? 배 많이 아파?


진수 형의 목소리가 들려서 나는 핸드폰을 끄고 화장실을 나왔다. 내가 방으로 들어오자 진수 형은 나에게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너 이거 봤냐? 이거 봐봐. 핸드폰에는 유튜브가 켜져 있었고, 거기서는 차은우 닮은 사람이 헉헉대며 제로투 댄스를 추고 있었다. 이게 뭐야? 어? 나잖아. 제목이 빠끄빠슝의 제로투 24시간 첼린지였다. 업로드를 한 사람의 아이디를 보니 댕댕쓰였다. 이 미친 새끼 허락도 없이 이걸 올려? 조회 수가 20만이 넘잖아? 재준아. 이거 겁나 웃기지? 그런데 여기 이 방이 네 방이랑 거의 똑같지 않냐? 내가 그랬잖아. 네 방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진수 형은 필터 때문에 빠끄빠슝이 나라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나는 남자들 혼자 사는 방이 다 비슷비슷하지 하고 얼버무리며 진수 형 잔에다 소주를 따랐다. 그리고는 다시 족발에 소주를 마시며 우리나라 인구감소와 교육 문제, 중국과 인도의 탄소 배출량과 무작위로 쏘아 올리는 인공위성으로 인한 우주 쓰레기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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