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여캠이 산다 05

by 전우진


[신입 남캠] 24시간 연속 제로투 댄스


나는 우선 방 제목을 저렇게 해 놓은 뒤 제로투 음악을 틀어놓고 사람들이 들어올 때까지 제로투를 추기 시작했다. 역시나 사람은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방에서 혼자 카메라 앞에서 제로투를 추고 있자니 자괴감이 밀려왔다. 이게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나는 춤을 멈추고 멍하니 화면에 비친 나를 바라보았다. 현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내 모습이다. 화면 속 얼굴처럼 태어났으면 내가 이러고 살았을까? 그러고 있는데 댕댕쓰라는 사람이 내 방에 들어왔다. 제로투 24시간 춘다면서 안 추세요? 나는 채팅창에 뜬 글을 보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아아. 잠깐 쉬고 있었어요. 이제 출 겁니다. 자. 제로투 갑니다. 나는 다시 음악을 틀고 제로투를 추기 시작했다. 어설픈 춤 실력에 댕댕쓰는 ㅋㅋㅋㅋㅋ, 대박 웃기네. 님 이제 시작해 놓고 왜 헉헉거려요? 라며 비웃었다.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 앞에서 춤을 추고 있다니.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지? 난 어디서부터 잘못돼서 이러고 있는 거야?


까똑!


나는 잠시 춤을 멈추고 핸드폰을 보았다. 진수 형이었다. 에이. 방송하는 데 왜 카톡을 보내고 난리야. 죄송한데요. 저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해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제가 테스트로 켜 본 거라서요. 방에서 내 춤을 지켜보던 댕댕쓰는 ㅋㅋㅋㅋㅋㅋㅋ를 몇 번치고는 체력관리 좀 하셔야겠어요. 헉헉대는 소리가 야하네요. 라고 했다. 나는 순간 짜증이 났다. 이거 성추행 아니야? 그런데 들어온 저 사람은 여자야? 남자야? 댕댕쓰님이 팔로우해 주셨습니다! 어이쿠 뭐야? 핸드폰에서 댕댕쓰가 팔로우를 하자 커다란 소리로 팡파르가 울렸다. 우와. 팔로우 감사드립니다. 감사의 제로투 장전! 내가 다시 제로투를 추려고 하자 댕댕쓰는 나가버렸다. 나는 허무한 마음에 방송을 끄고 진수 형의 카톡을 보았다.


오늘 저녁에 족발 먹을래? 내가 너희 집으로 갈게.


아이. 왜 우리 집으로 와? 그냥 식당에 가서 먹지. 나는 진수 형에게 카톡을 보냈다. 족발은 좋은데. 그냥 식당가서 먹자. 그러자 잠시 후 진수 형에게 답장이 왔다. 어차피 저녁때 너희 옆집에 족발 배달 가야 될 거야. 그리고 여기 배달 전문이라 여기서 못 먹어. 주방밖에 없거든. 내가 포장해서 너희 집으로 갈게. 나는 잠시 한숨을 쉬고는 알았어. 비싼 족발도 사주는데 장소는 내가 제공해야지. 그럼 올 때 전화해. 하고 카톡을 보냈고, 진수 형은 OK를 날리는 땅콩 캐릭터 이모티콘을 보냈다. 진수 형도 홍 병장 늪에서 못 빠져나왔네. 에휴, 담배나 피우러 가야겠다.


전기세가 6만 원?


담배를 피우러 건물을 나가다가 문득 우체통이 눈에 띄었다. 내 우체통은 텅텅 비어있었으나, 옆집 곽뽀숑의 우체통은 뭐가 가득 차 있었다. 이 인간은 우체통 정리도 안 하네. 도대체 뭐하고 사는 거야? 그리고는 무심코 곽뽀숑의 우체통에 뭐가 있는지 뒤적거렸다. 우리 집 전기세는 한 달에 2만 원이 안 되는데. 얘는 뭐 하는데 6만 원이나 나오지? 곽보영? 원래 이름이 곽보영이구먼. 그럼 곽뽀용이라고 짓지. 왜 곽뽀숑이라고 지은 거야?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모르겠네.

뭐 하시는 거예요?


뒤돌아보니 어느새 나타난 곽뽀숑이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왜 남의 우편물을 함부로 보세요? 에에? 아아. 그으. 저어. 죄송합니다. 저희 집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와서 다른 집은 어떻게 나왔는지 궁금해서요. 죄송합니다. 나는 사과를 하며 곽뽀숑의 전기세 고지서를 내밀었다. 곽뽀숑은 내 손에 있는 고지서를 채간 뒤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잠시 내 얼굴을 빤히 보다가 어디론가 가 버렸다. 꼬북칩이랑 데자와 밀크티 사러 가겠지? 그나저나 저녁 시간 다 되어 가는데 족발은 시킨 거야? 담배를 피우고 집에 들어와서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옆집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다시 곽뽀숑 방송을 켰다. 아니나 다를까 곽뽀숑은 꼬북칩과 데자와 밀크티를 들고 캠 앞에 섰다.


오늘도 똑같은 거 드시네요.


나의 채팅에 곽뽀숑은 미소를 지은 채 손을 흔들며 쭌쭌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다. 방금까지도 집 앞에서 나를 벌레 보듯 바라보던 곽뽀숑이 맞나 싶었다. 곽뽀숑은 나에게 인사를 한 후 멍하니 있었다. 내가 말을 걸어주지 않는 이상 여전히 그냥 앉아만 있을 것 같았다. 오늘은 재밌는 일 없으셨나요? 나는 그렇게 채팅을 치고서는 혼자 피식 웃었다. 곽뽀숑은 오늘 계속 집에만 처박혀 있다가 겨우 간식이나 사러 편의점을 갔다 온 게 전부인데 무슨 재밌는 일이 있었겠어. 곽뽀숑은 내 채팅을 읽더니 깜짝 놀라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늘 재밌는 일은 없었는데. 기분 나쁜 일은 있었어요. 제가 편의점 가려는데 누가 우리 집 우체통을 뒤지고 있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뭐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냥 전기세 얼마 나왔는지 궁금해서 본 거라며 얼버무리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람 되게 기분 나쁘게 생겼어요. 그리고 더 무서운 건 뭔 줄 아세요? 그 사람 예전에 편의점에서 우리 집까지 따라오려고 그랬다니까요. 완전 무섭죠. 처음엔 기억 안 나다가 편의점 다 와서 생각났다니까요. 곽뽀숑은 그렇게 떠들더니 소름 돋는다며 팔을 문질러댔다. 나는 기분이 확 상했다. 아니 자기 생긴 걸 생각해야지. 누가 누구보고 기분 나쁘게 생겼데? 네 노란색 후드가 더 소름 돋는다. 그 옷 세탁은 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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