쭌쭌님이 50,000을 후원하셨습니다.
곽뽀숑은 후원금을 보고 놀라 입에 들어 있는 꼬북칩을 씹지도 못한 채 화면만 멍하니 쳐다보았다. 아까 5만 원을 보낸다는 게 잘못 눌러서 5천 원을 보낸 거예요. 나의 채팅을 멍하니 보던 곽뽀숑은 당황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와 하며 팔을 휘젓고 주변을 빙글빙글 서너 번 돌더니 얼굴이 빨개져서 자리에 앉았다. 아아. 제가 리액션 더 연습해서 다음에는 잘 보여드릴게요. 후원받을 거라는 생각을 못 해서, 후원 리액션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나는 짜증이 났다. 차라리 리액션을 안 했으면 그런가 보다 했을 텐데. 말 같지도 않은 리액션을 보고 있자니 화가 더 치밀어 올랐다. 춤을 못 추면 차라리 먹던 과자랑 음료수라도 머리에 부어야 하는 거 아니야? 나는 누가 5만 원을 주면 고춧가루랑 간장도 머리에 붓겠다. 나는 곽뽀숑을 계속 보고 있다가는 속에서 열불이 터질 것 같았다. 리액션 보려고 드린 거 아니에요. 그냥 저녁에 족발이라도 시켜 드시라고요. 나의 채팅을 읽은 곽뽀숑은 활짝 웃으며 우와. 저 족발 좋아하는 거 어떻게 아셨어요? 라고 말을 했다. 나는 곽뽀숑의 웃음도 보기 싫어 대답도 없이 방을 나왔다.
어머. 수박찌찌좋아님 감사드려요.
나는 곽뽀숑의 방을 나와 다른 여캠 방에 들어갔다. 아리따운 외모의 여캠은 오버워치의 캐릭터인 디바의 코스프레를 한 채 춤을 추고 있었다. 그러다 수박찌찌좋아, 라는 사람이 후원을 하자 그 여캠은 감사 인사를 했다. 수박찌찌좋아님. 저는 수박 찌찌가 아닌데. 죄송해요. 피카피카빅꽈추님. 구독 감사드려요. 여캠은 카메라에 정수리가 보일 정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하다가 그럼 리액션 갑니다, 라고 한 뒤에 EDM 음악을 틀고 자신의 가슴을 부여잡은 채 춤을 추었다. 나는 한숨이 나왔다. 저렇게 예쁜 여자도 방송을 위해서 의상을 사고 음악을 준비하고, 게다가 얼마 안 되는 후원금에도 저렇게 열심히 춤을 추는데. 게다가 저 민망한 대화명도 방끗 웃으며 또박또박 말해주잖아. 그런데 곽뽀숑은 뭐가 잘났다고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서 저러고만 있지? 나는 다른 방들도 훑어보았다. 여성 스트리머 대부분은 예쁜 얼굴로 사근사근 웃어주며 방송을 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인기 스트리머는 후원이 오건 안 오건 항상 화면을 삼분할로 나눠 비키니처럼 섹시한 옷을 입은 채 섹시 댄스를 췄다. 그렇지. 저렇게 해야 사람들이 들어올 거 아니야. 게임을 선수급으로 잘해서 화려한 플레이를 하거나, 아니면 들어온 사람들을 웃겨줄 만큼 입담이 좋거나. 그것도 아니면 마라탕이나 족발 좋아하니까 먹방을 하던가.
꼰빠쓰? 저건 또 뭐야?
나는 시청자 수가 전혀 없는 방들도 찾아보았다. 대부분 나이 든 아저씨들이 고민 상담을 해준답시고 캠을 켜 놓고 있었다. 회사에서도 듣기 싫은 꼰대 이야기를 누가 듣는다고. 게다가 꼰빠쓰라는 아저씨는 캠을 켜놓고 소설을 쓴다고 앉아있었다. 참나. 누가 인터넷 방송에서 소설 쓰는 걸 봐? 완전히 클럽에서 공부하는 꼴이잖아? 하긴 생각하는 게 그거밖에 안 되니까 이 시간에 소설 쓴답시고 집구석에서 저러고 있지. 나는 꼰빠쓰 방에 들어가서 소설 쓴다고 누가 안 봐줘요. 차라리 그 시간에 게임방송을 하세요, 라고 했다. 꼰빠쓰는 눈을 찌푸리며 내 채팅을 읽더니 피식 웃고는 대답도 없이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세상에는 답답한 인간들 천지구나. 차라리 내가 방송을 해도 저 아저씨보다는 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오겠네. 나는 한숨을 내쉬며 꼰빠쓰의 방을 나왔다. 잠깐?
차라리 내가 해 볼까?
어떤 축구선수가 그랬잖아. 그렇게 답답하면 너희들이 뛰던지. 이게 뭐 어려워? 나는 곧바로 네이버와 유튜브를 뒤져서 트위치에서 방송하는 법을 찾아보았다. 방송은 생각보다 너무 쉬웠다. 핸드폰에 트위치 앱만 깔아도 바로 방송을 할 수 있었다. 맞다. 보정 앱. 나는 다시 구글을 뒤져 어떤 보정 앱이 성능이 좋은지 찾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나온 틱톡커 전용 보정 앱이 가장 인기가 많았다. 이름도 기문둔갑이었다. 나는 앱을 내려받아 실행시켰다.
이게 뭐야? 차은우잖아?
핸드폰 카메라로 비친 내 얼굴이 거의 차은우처럼 나왔다. 이거 완전 사기네. 몸매보정? 버튼을 누르니 얼굴이 조막만 해지고 어깨가 넓어졌다. 완전 다른 사람이네. 내가 실제로 이렇게 생겼으면 진작에 압구정역 8번 출구에 건물 사서 성형외과 세 주고 그 돈으로 벤츠 G클래스 끌고 다니며.... 에휴. 행복한 얘기다 진짜. 차라리 로또가 쉽지. 나는 결혼식 장례식 겸용으로 딱 하나 있는 셔츠를 꺼내입고 그나마 깔끔한 청바지를 입은 뒤에 트위치 앱의 방송 시작 버튼을 눌렀다. 화면 안에는 익숙한 내 방에 차은우를 닮은 남자가 서 있었다. 와아. 이거 적응 안 되네. 그렇게 화면을 살펴보고 있는데 그새 누군가 들어왔다.
쭌쭌님, 너무 잘생기셔서 들어와 봤어요.
나는 화들짝 놀라 방송종료 버튼을 눌렀다. 대화명을 쭌쭌으로 하면 곽빠숑이 날 알아볼 거 아냐. 그래 봐야 좋을 거 하나 없지. 계정을 하나 새로 파야겠다. 대화명을 뭐로 할까? 내 이름이 박재준이니까. 박을 빠끄로 하자. 나는 염따 팬이니까. 빠끄! 그리고 뒤에는? 빠끄쭌쭌? 아니, 쭌쭌이 들어가면 안 돼. 아아. 재수 없는 홍 병장 그 새끼 때문에 쭌쭌의 늪에서 빠져나오질 못하네. 빠끄뽀숑으로 할까? 완전 똑같이 할 수는 없으니까. 빠끄빠슝으로 해야겠다. 에이. 대화명이 뭐가 중요해. 나는 빠끄빠슝이라는 대화명으로 계정을 새로 하나 만들고 방을 깨끗하게 치운 뒤 다시 캠을 켰다. 그래 이 정도면 준비 완료다. 어디 한 번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