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쭌쭌아!
편의점에서 담배를 사고 나오는데 배달 오토바이를 탄 진수 형이 편의점 앞에 섰다. 진수 형이 쭌쭌이라고 부르자 편의점에 들어가던 여고생 둘이 푸훗하며 웃었다. 진수 형은 편의점으로 들어가 담배와 캔커피를 사서 나왔고, 우리는 같이 담배를 피웠다. 형, 제대한 지 한참 됐는데 쭌쭌아가 뭐야. 사람들 창피하게. 쭌쭌은 군시절 내 별명이었다. 이병! 박! 째! 쭌! 어이구 우리 신병. 이름이 박쭌쭌이야? 아뉨다! 박째쭌! 임돠! 알았어. 우리 쭌쭌이. 앞으로 우리 쭌쭌이. 우쭌쭌쭌 해줄게. 개뿔도 웃기지 않은 홍 병장의 말에 내무반 사람들이 자지러질 듯 웃었다. 그 이후로 나는 쭌쭌으로 불렸다.
왜? 쭌쭌이 어때서? 귀엽고 좋은데.
나는 땅콩인데 나보다는 낫잖아. 그나저나 형은 왜 땅콩이야? 홍 병장 그 새끼가 나 신병 때. 어이. 한진수. 너 왜 이름이 한진이야? 너네 집 한진해운이냐? 그럼 대한항공? 땅콩항공이네? 이제부터 너는 땅콩이야. 알았어? 그래서 땅콩 된 거야. 내 키가 182인데 별명이 땅콩이면 사람들이 뭐라고 생각하겠냐? 당연히 거기가 작아서 땅콩이라고 생각할 거 아냐. 아무튼, 홍 병장 그 새끼 MBTI 중간이 분명 N일 거야. 나는 차마 나도 중간이 N이라고는 말하지 못한 채 다른 이야기로 말을 돌렸다. 형 우리 옆집에 배달 자주 와? 너의 옆집? 아아. 마라탕 마니아? 거기 이틀에 한 번씩 점심에 마라탕 시켜. 그래서 자주 가지. 저녁엔 매번 족발 시켜서 하루 두 번 갈 때도 많아. 그 집, 평일이고 주말이고 계속 배달만 시켜 먹어. 뭐 하는 사람일까? 종일 집에 처박혀서. 혹시 만화가나 소설가 그런 건가? 그런데 쭌쭌이 너는 오늘 일 안 해? 에이. 쭌쭌이라고 부르지 말라니까.
쭌쭌님. 다시 오셨네요.
내가 곽뽀숑의 방송에 들어가자 곽뽀숑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역시나 얘가 맞았어. 곽뽀숑 옆에는 꼬북칩 초코 츄러스와 데자와 밀크티가 보였다. 그나저나 내가 여기 대화명을 쭌쭌으로 만들었었네. 에이. 쯧. 나중에 바꿔야겠다. 나는 화면 속 곽뽀숑을 잠시 보다가 데자와 밀크티 좋아하시나 봐요? 라고 채팅을 했다. 그러자 곽뽀숑은 방끗 웃으며 이거 싫어하는 사람들 많은데 저는 이것만 마셔요. 처음에는 비눗물 맛 나는 것 같아서 싫어했는데. 마시다 보니까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마라탕도 그렇고. 제가 원래 좀 그런가 봐요. 처음에는 싫어했던 게 점점 좋아지는? 그러다가 푹 빠져버리는? 그런 느낌? 저 좀 이상하죠? 헤헤헤. 화면 속에서 웃는 곽뽀숑은 귀여웠다. 그러나 나는 곽뽀숑의 실체를 알고 있다. 귀엽지도 않은 우울한 얼굴. 퉁퉁한 몸매. 아무 짓도 안 했는데 사람 벌레 보듯 보며 도망치듯 골목을 나가던 그 모습. 정말 현실과 가상현실의 세계는 너무나도 다르구나. 어떻게 그 둘을 같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을까? 같은 거라고는 목소리와 노란 후드티밖에 없었다.
쭌쭌님이 5,000원을 후원하셨습니다.
나는 곽뽀숑에게 후원을 하면서 말을 걸었다. 어디서 충고를 하고 싶으면 돈 먼저 내라는 얘길 들었기 때문이다. 내 후원을 받은 곽뽀숑은 눈이 마라탕 그릇만큼 커졌다. 어머! 저 방송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후원 처음 받아봐요. 이런 거 받으면 리액션 해야 하는데. 제가 그런 거 할 줄을 몰라서. 우선, 쭌쭌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는 고작 손가락 하트를 캠에다 보여주는 게 끝이었다. 곽뽀숑님. 그렇게 앉아계시지만 말고 다른 스트리머처럼 춤이라도 추고 게임이라도 해 보시는 게 어떠세요? 나의 채팅에 곽뽀숑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제가 춤 같은 거 잘 출 줄도 모르고. 게임은 괜히 하다가 중독될까 봐 못하겠어요. 그냥 저는 이렇게 얘기하는 게 좋아요. 나는 곽뽀숑의 말을 듣고 화가 났다. 지금 한 시간째 방에 나 말고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데. 누구랑 얘기한다는 건지. 어떻게든 시청자 수를 늘려서 팔로워를 확보해야 후원을 받아서 돈을 버는 건데. 춤추고 게임하는 게 뭐 그렇게 어렵다고. 화면이랑 얼굴도 달라서 실제로 알아보는 사람도 없을 텐데. 그나저나 곽뽀숑 쟤는 온종일 캠 앞에 있으면서 도대체 뭐로 먹고사는 거야? 그냥 부모 등골 빨아먹고 사는 거네? 답답하다 정말. 곽뽀숑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 눈치를 보며 데자와 밀크티를 홀짝거렸다. 잠깐?
돈을 너무 적게 줘서 저러나?
하긴 겨우 5천 원으로 춤추는 리액션 하라고 하면 안 하지. 진수 형이 곽뽀숑은 매일 저녁에 족발을 시켜 먹는다고 했잖아? 나는 배달의 민족을 켜고 요새 족발이 얼마인지 검색했다. 족발 중짜 3만6천 원. 배달비 4천 원. 와아. 원래 이렇게 비쌌나? 곽뽀숑 쟤는 저렇게 앉아서 마라탕에 족발에 간식에, 먹는 거로만 하루에 7만 원 정도는 충분히 쓰겠네. 나는 배달하면서 하루에 10만 원 벌려고 그 고생을 했었는데. 나는 화면 속 곽뽀숑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가 채팅을 안 하고 있으니 곽뽀숑은 노란 후드를 뒤집어쓰고 꼬북칩을 아작아작 먹으며 내 눈치만 보고 있었다. 문뜩 곽뽀숑이 측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다시 5만 원을 후원했다. 그냥 저녁이나 사 먹으라는 뜻에서였다. 보내고 나서 나도 족발을 먹어본 지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수 형과 싸웠을 때 마지막으로 족발을 먹어보고 그 이후로 못 먹었구나. 야, 형이 사는 거야. 먹어. 하면서 진수 형이 돈 냈었는데. 비싼 족발을 사준 진수 형한테 나는 그런 그런 소리를 했으니. 에휴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