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진이가 가고 나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같이 축구하는 형들과 일하는 레스토랑 사람들에게 전화하여 고양이를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대부분 고양이를 싫어하거나 개를 키우거나 집에 아이가 있어서 안 된다고 했다. 결국, 난 희정이에게 전화할 수밖에 없었다. 희정이는 나의 전화를 받은 후 일주일 정도는 고양이를 맡아줄 수 있다고 했다. 희정의와 통화를 마친 뒤 여권을 찾아 비행기 표를 예매하고 참치통조림을 뜯어 고양이에게 준 다음 멍하니 고양이가 참치 먹는 걸 구경하였다.
‘전단 붙인 지 하루가 지났는데 왜 고양이 찾는다는 전화는 안 오지? 이 고양이는 왜 나에게 왔을까? 그리고 고양이가 오자마자 왜 인선이가 죽은 것일까? 혹시 이 고양이가 인선이인가?
밤 11시 반이 되어서 희정이가 집으로 찾아왔다. 희정이는 내 말대로 고양이가 들어갈 만한 커다란 가방을 가져왔다. 그러고는 나 먹으라고 사 왔다며 치즈케이크를 내밀었다. 나는 커피를 끓여 희정이와 치즈케이크를 먹었다.
“오빠. 고양이도 치즈케이크 먹어요?”
“글쎄? 나도 모르겠네.”
“고양이가 할퀴거나 물거나 그러진 않아요?”
“쟤는 얌전해서 그러진 않을 거야.”
희정이는 물끄러미 고양이를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다가갔다. 고양이는 베개 위에 앉아있다가 다가오는 희정이를 보고는 슬며시 자리를 옮겼다. 희정이는 움직이는 고양이를 보고 약간 겁이 난 듯 만지려던 손을 뒤로 뺐다. 나는 고양이를 잡아서 희정이에게 주었다. 희정이는 머뭇거리다가 고양이를 안았다. 고양이는 잠시 희정이에게 안겨있다가 폴짝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희정의 품에서 뛰어내려 도도하게 걸어가는 고양이를 보던 희정이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 나는 깜짝 놀라 티슈를 뽑아 희정이에게 주었다.
“왜 울어?”
“오빠 미안해요. 내가 도움이 못 되어서.”
나는 한숨이 나왔다. 이럴 것 같아서 희정이에게 연락하지 않으려 했었다. 희정이는 마음이 너무 여리고 착했다. 인선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희정이는 그 생각으로 며칠은 울 아이였다. 다른 때 같았으면 희정이를 위로했겠지만. 지금은 내가 위로를 받아야 할 처지였다. 나는 희정이를 진정시키고 고양이를 집어 가방에 넣어주었다. 그러고는 큰 길가로 배웅하고는 택시를 잡아주었다.
공항에 도착했을 때 우진에게 잘 다녀오라는 문자가 왔다. 곧이어 희정에게 조심해서 다녀오라는 문자도 도착했다. 고양이는 희정이의 침대 밑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잠시 후 침대 아래에서 안광이 빛나고 있는 고양이 사진이 도착했다. 그 고양이는 나와 있을 때와는 조금 달라 보였다. 나는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먹은 뒤 샴페인을 한 잔 마시고 화장실에 들어가 인선이 생각을 하며 잠시 울었다. 그러다 조금 진정이 되어서 돌아와 잠이 들었다. 무슨 꿈을 꾸었는지 모르겠지만 눈을 떴을 때 여기가 어딘지 알아채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비행기라는 걸 깨닫자 다시 눈물이 울컥 나왔다. 옆 사람이 깰까 봐 소리죽여 울었지만, 뒷자리에 책을 읽던 사람이 이상한 듯 힐긋거리는 느낌이 들어 다시 화장실로 들어가 울었다. 그렇게 두어 번 울다 자다 했더니 미국 디트로이트 웨인 카운티 공항에 도착했다. 내려서 모노레일을 타고 이동한 뒤 화장실에 들러 소변을 보고는 커피를 한 잔 마셨다. 벤치에 앉아 잠시 쉬다가 다시 애틀랜타로 가는 비행기로 갈아탔다. 디트로이트에서 애틀랜타로 가는 거리는 짧아서 음료와 간식을 먹고 나니 바로 도착했다. 애틀랜타에서 한인교회 목사에게 이제 리마로 가는 비행기를 탈 예정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한인교회 목사의 요청에 따라 비행기 편명을 보내주고 도착 예정 시간도 알려주었다. 리마에 도착하자 한인교회 목사가 한글로 [오인환]이라는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목사를 처음 봤을 때는 까맣게 탄 피부에 면바지와 화려한 셔츠를 입고 있어서 택시 기사인 줄 알았다.
교회에 도착하여 가장 먼저 인선이가 탔던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을 보았다. 깜깜한 밤에 인선이는 택시 뒷좌석에 타서 목적지를 얘기한 후 핸드폰을 보다가 가슴을 움켜쥐더니 쓰러졌다. 택시 기사는 인선이 쓰러진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한 채 계속 운전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택시 기사는 누워있는 인선을 보고 뒷좌석으로 와서 깨우다가 놀라 어디론가 전화를 했다. 잠시 후 경찰이 도착하여 인선의 상태를 확인한 후 죽어있는 인선을 끌어냈다. 빠른 속도로 돌려 영상의 시간은 1분 조금 넘었지만, 그 시간이 나에게는 비행기를 타고 온 시간보다 길게 느껴졌다.
“이야기 듣기로는 인선이가 집에 가도 할 게 없다면서 늘 늦은 시간까지 혼자 대사관에 남아 있었다고 하더군요. 사실 대사관 일이라는 게 딱히 할 게 없습니다. 페루에 있는 한국인 대사관은 그냥 몇 안 되는 한인 관리가 다입니다. 평소에 부지런한 성격이라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도 하고, 스페인어 공부도 계속하면서 일을 했던 것이 문제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는 한인교회 목사에게 아버지도 인선이와 비슷하게 돌아가셨다고 얘기해주었다. 한인교회 목사는 집안 내력이라고 판단하며 나에게도 조심하라고 일러주었다. 한인교회의 도움을 받아 장례를 치르고 사망신고를 하고 유품들을 정리한 다음 대사관에서 받은 인선이의 남은 급여와 위로금 및 조의금으로 장례 대금을 치렀다. 남은 돈으로 페루에 묵었던 호텔비와 비행기 표 금액을 메꿨다. 그러고도 남은 돈은 한인교회에 기부한 다음 인선이의 유골함을 들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유골함을 들고 다니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차라리 화물로 부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인선이 유골이 들어갈 봉안당을 찾다가 봉안당 가격이 생각보다 매우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괜히 남은 돈을 한인교회에 기부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다시 볼 사람들도 아니었는데. 편의점에서 소주 두 병과 즉석 곱창을 사 와서 먹었다. 인선이 유골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멍하니 바라보았다. 인선이는 한국을 떠난 지 12년 만에 이런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소주를 한 병도 채 마시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사실 잠이 들었는지 깨어있는지 분명하지 않았다. 동생의 죽음으로 인해서인지 술기운인지 아니면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어 시차 적응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계속 자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고, 깨어있는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기억력도 떨어졌다. 내면의 목소리와 대화를 하다 보면 몇 시간이 훌쩍 넘어있었다. 집에 있기 답답해서 걷다 보면 어느새 다시 집이었다. 모든 문제의 해답은 결국 죽음이라는 생각을 벗어날 수 없었다. 새벽에 잠이 오지 않아 홍대를 걷다가 고깃집 앞에서 숯불을 갈고 있는 노인을 보았다. 그리고 술에 취해 토하고 있는 청년도 보았다. 새벽에 출근하는 사람들. 밤에 출근하는 사람들. 퇴근하지 못하는 사람들. 결국엔 죽을 것들. 이런 생각들이 무슨 소용 있나 싶었다. 그러다 다시 술을 마시고, 잠을 자고, 눈을 뜨고, 밥을 먹었다. 한국에 돌아온 지 며칠이 지났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우진이에게 한국에 언제 도착하냐는 문자가 왔다. 나는 도착해서 자는 중이니, 나중에 전화하겠다고 답장을 보낸 후 다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