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 첫 시험
1학년 첫 시험
수업을 마친 오후 시간에 1학년 학생들 시험지 채점을 했다. 문제를 내면서 너무 쉬운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시험을 치는 동안 아이들이 문제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을 보면서 그 생각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이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 금요일, 촐츠남 연휴를 앞둔 금요일 3교시에 시험을 봤다. 출제를 하면서 아직 한글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이니 한글과 크메르어로 발문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했지만, 예시 문항을 주는 것으로 대신했다. 내 생각처럼 아이들은 한글로만 된 문제도 어렵지 않게 풀었다. 발문을 이해하지 못해 풀지 못하는 경우는 별로 없었다. 다만, 아이들이 시험공부를 따로 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물론 전부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대다수의 아이들이 시험공부를 하지 않은 티를 냈다. 가령, 자음의 이름을 쓰는 1번 문제를 푸는데 많은 아이들이 자음의 이름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아이들과 처음 만났을 때 자음과 모음의 이름을 강조했다. 왜냐하면 자음, 모음의 이름만 알면 음절을 구성하고 발음을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한글이 과학적이라고 하는 이유도 자음, 모음을 결합하여 거의 무한에 가까운 음절을 만들어낼 수 있고 그것을 통해 아주 섬세한 것까지 다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들은 다른 두 분의 선생님으로부터 자음과 모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터이니 그리 어렵지 않게 자음의 이름을 적으리라 기대를 했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았다.
다른 문제에 대해 답을 하는 모습도 비슷했다. 물건과 장소의 이름을 적는 문제에서 제대로 적지 못하는 아이가 제법 있었다. 모두 교재에 제시된 단어인데도 그랬다. 그래서 아이들이 시험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짧은 문장을 만드는 것도 그러했으며 숫자를 한글로 적는 것도 역시 그러했다. ‘천’을 ‘전’으로 적어서 몇 문항을 틀린 아이가 있었는데 채점을 할 때 많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사실 숫자는 수업 시작 전 계속 반복해서 연습을 했던 것이다. 한국어를 배울 때, 혹 한국에 가서 생활을 할 때 가장 많이 쓰이고 또 중요하게 쓰이는 것이 숫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의 나도 그렇다. 캄보디아에서 생활하면서 숫자를 제대로 들을 수 없어서 곤욕을 치른 경우가 더러 있었으며 때로는 물건값을 제대로 지불하지 못해 애를 먹은 경우도 있었다. 물론 그 경우 물건을 파는 사람이 자기가 가진 돈을 보여주며 그만큼 달라는 몸짓을 해서 해결하기도 하고 또 휴대폰에 숫자를 찍어서 보여주면서 물건값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서 어떻게든 물건값을 지불할 수 있었지만, 언어를 배우는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그렇고 나 역시 그러하다. 그래서 수업 시작 전 공부해야 할 쪽수를 먼저 칠판에 적고 아이들이 읽어보도록 했다. 그 다음에는 한 자리 더 늘려 적고 다시 한자리 더 늘려 적는 방식으로 만 단위, 십만 단위 이상의 숫자를 한글로 읽을 수 있도록 매시간 되풀이 해서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어려워하던 아이들이 되풀이되는 연습을 통해 제법 잘 읽어내기에 이번 시험에서 문제로 출제해 보았는데, 한글로 적지 못하는 아이들이 더러 있었던 것이다. 내가 ‘천’이라 읽은 것을 아이들은 ‘전’으로 들은 모양이다.
수업을 할 때 아이들의 소리를 들어보려고 애를 쓴다. 아이들이 제대로 발음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내가 먼저 단어나 문장을 읽고 아이들이 따라하는 식으로 수업을 전개했는데 그때마다 나는 아이들 가까이에 가서 그들의 소리를 듣고 또 정확하지 않게 소리를 내는 아이들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수정을 하도록 해 주는 방식으로 발음 교육을 해 왔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은 단어는 몇 번을 되풀이하면서 말이다. 그럼에도 아이들 하나하나의 소리를 교정해 주지는 못한 모양이다. 이번 시험을 보면서 그런 사실을 알았다. 앞으로는 더 섬세하게 다가가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