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바탐방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다 10

시험은 왜 보는가

by 지천

시험은 왜 보는가

오늘 3학년 중급 한국어 Ⅱ(Korean Intermediate Ⅱ) 과목 시험을 쳤다. 시험을 치기 전, 한 시간 동안 시험공부를 하게 했다. 이곳의 아이들은 시험공부를 따로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시험과 그 시험의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매달리지 않는 것이 참 좋아 보였지만, 그래도 공부를 너무 안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다. 그래서 시험공부를 하도록 시간을 따로 줘 본 것이다. 사실 시험공부라기보다는 복습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배운 내용을 던져두기만 하면 자기 것으로 만들기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 알고 있다. 학생들도 알고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따로 공부를 더 하는 모습, 즉 복습을 하는 모습은 잘 볼 수가 없었다. 시험의 결과 역시 그러했다. 그래서 시험공부를 하라고 시간을 주고 한 바퀴 둘러보니 아이들은 건성으로 책을 넘기는 것 같았다.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잘 몰라서 그런 듯했다. 어떤 아이는 핸드폰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영어 단어를 늘어놓고 그것을 한국어 문장에 맞게 배열하는 문제, 아니면 영어 문장을 주고 한국어 단어들을 맞게 배열하는 문제가 이어지는 그런 게임이었다. 어쨌든 한국어 공부를 하긴 하는데 이건 아닌 것 같았다. 시험을 코앞에 두고, 시간이 모자라 분치기 초치기까지 하는 한국 학생들만 보다가 이런 모습을 보니 영 낯설었다. 그 아이, 다른 아이보다 수업에 더 잘 따라오는 아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 아이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가 쳐다보니 그 아이도 고개를 들고 나를 쳐다보는데 나는 그저 미소만 보냈다. 아이도 약간은 멋쩍은 듯 살며시 미소를 보내왔다. 그래, 어쩌면 이 아이의 생각이 옳을지도. 성적에 연연해 할 필요가 뭐 있는가? 그저 내가 알고 있는 지식, 시험이라는 것을 통해 점검해 보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그 아이가 이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태평스러운 얼굴을 보면서 나는 그 아이의 생각을 이렇게 짐작할 뿐이었다.

시험을 마치고 난 뒤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가져간 사탕을 두 알씩 나누어주었다. 별거 아닌데도 아이들은 무척이나 고마운 얼굴로 받았다. 시험을 치는 동안 아이들 시험지를 계속 보면서, 제대로 답하지 못한 아이는 시험 끝나고 어떤 표정을 지을까 궁금해 했는데 여느 아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시험을 못 쳤으리라 생각되는 아이 역시 사탕 두 알을 진지하게 고르고 맛있는 표정을 지으며 먹었다. 그러면 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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