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내게 남은 캄보디아 시간, 그 흔적들 6

서로에게 무심한 개와 고양이

by 지천

서로에게 무심한 개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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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에는 저녁을 먹고 자주 산책을 나간다. 멀리 가지는 못하고 상커강을 따라 만들어진 공원으로 가는데 거기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운동을 하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특히 대형 스피커를 켜 놓고 춤을 추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모습이 참 보기 좋다. 공원을 거닐다 보면 함께 어슬렁거리는 개들을 많이 보게 된다. 물론 낮에도 길거리를 다니는 개들, 음식점 식탁 아래 엎드려서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개를 자주 보기도 한다. 가끔은 고양이들도 그 주변을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 개들은 사람에게 거의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대부분 목줄도 하지 않고 제멋대로 다니는데도 사람들 물거나 사람을 피해 도망가거나 하지 않는다. 파견되기 전, 영월에서 교육을 받을 때 동남아에 가게 되면 개조심을 해야 한다고 몇 차례 강조를 하고 또 공수병 예방 주사를 2차에 걸쳐 맞기도 했는데 이곳에 와서 개가 겁나거나 두렵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개나 고양이 역시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개가 달려들어서 겁이 났고 현지인들의 도움으로 겨우 개들을 떨쳐냈다고 하는 단원이 있기는 하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런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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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것은 개와 고양이가 한 곳에 있으면서도 서로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었다. 이곳에서는 개끼리 싸우는 것도, 개가 고양이를 잡으려고 달려드는 모습을 전혀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풍경이다. 한국에 있을 때 집에서 키우는 진돗개, 마루와 같이 산책을 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다른 개를 만나거나 고양이와 만나는 것이었다. 산책길에서 다른 개를 만나면 어김없이 달려들려고 한다. 상대편 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가끔은 마루가 다른 개를 물어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고 마루가 물려서 안타까웠던 일이 더러 있었다. 한 번도 그냥 가는 모습을 보지는 못했다. 유일하게 달려들지 않는 개가 한 마리 있긴 했다. 백구라 불리는 진돗개인데 그놈은 수놈이고 또 어려서부터 자주 봐서 그런지 달려들어 물려고 하지 않았다. 산에서 만났을 때 일부러 가까이 가게 해도 서로를 애무하는 듯한 모습만 보일 뿐 싸우지는 않았다. 성별이 달라서일까? 아니면 어려서부터 자주 봐 와서 그런 것일까?

무엇보다 힘든 상황은 고양이를 만났을 때다. 고양이는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있다. 일부러 숨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행동이 워낙에 엄밀해 우리 눈에 잘 띄지 않는다. 그래서 무심코 개를 끌고 가지만, 마루는 어떻게 알았는지 순식간에 고양이가 있는 쪽으로 달려가려고 움직인다. 그 움직임이 워낙 격렬하여 줄을 놓칠 뻔한 적도 많았다. 집 마당에서 놀다가도 고양이가 개울가에 나타나면 순식간에 집 밖으로 나가서 쫓아가기도 한다. 물론 한 번도 고양이를 잡은 적은 없었지만, 견원지간이 아니라 견묘지간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사이가 좋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렇다. 그러니 개가 고양이를 보고서도 달려들지 않는 모습이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다. 무엇 때문일까? 본능적으로 개와 고양이는 서로 앙숙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닌가? 유전적인 특질과는 상관없이 살아온 시간이 그렇게 만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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