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비를 만나다
캄보디아에서 처음으로 비를 만나다
저녁 먹을 무렵, 후덥지근한 날씨가 마치 비 오기 직전 같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일곱 시 경이 되어 세찬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캄보디아에 온 지 70여 일이 지나는 동안 한 번도 비가 오지 않아 비 오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이렇게 세차게 내리는 비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져서 옥상으로 급히 올라갔다. 이곳 옥상은 거대한 양철 지붕으로 덮여 있는데 그곳은 빨래를 말리거나 재활용품을 보관하는 창고와 같은 역할을 하는 곳이다. 양철지붕 아래에서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니 세상의 모든 소음들은 사라지고 오직 빗소리만이 나를, 세상을 사정없이 두들기고 있는 것 같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거센 빗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하는 생각과 함께 이제 먼지 걱정은 덜 해도 되겠구나, 조금은 시원해지겠구나 생각을 하면서 한참 동안 빗소리를 들었다.
이곳 바탐방은 전원도시라 살기는 무척이나 좋다. 하지만 먼지가 많다. 우기가 시작되기 전에 도로 공사를 마칠 계획인지 도로 곳곳을 중장비가 파헤쳐 놓았다. 그렇게 공사장이 많으니 먼지가 많을 수밖에 없다. 길가에 죽 늘어선 마네킹에는 그래서 비옷을 입혀 놓았고 소파를 비롯한 가구에도 비닐을 씌워놓아 먼지를 막고 있었다. 지금은 건기라 비가 오지 않으니 먼지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내리는 비만 멍하니 바라보았다. 바람에 실려 날려온 비가 애써 빨아서 말려놓은 빨래를 다 적시고 있다. 제법 넓은 옥상이고 양철 지붕이 덮여 있는데도 그렇다. 비가 좀 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 비가 이렇게 내린다. 눈을 돌려 비에 젖은 바탐방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우기가 되면 이 비가 지겨워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좋다. 이렇게 더운 날 쏟아지는 비가 상쾌함과 청량감을 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어쩌면 그보다 더 원시적인 시간으로 나를 끌고 가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리는 비가 방 안의 온도를 낮추지 못하더라도, 내 생각을 멀리멀리 보내더라도 비가 좀더 내리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