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내게 남은 캄보디아 시간, 그 흔적들 7

소음에 무척이나 관대한 사람들

by 지천

소음에 무척이나 관대한 사람들

캄보디아 사람들은 소음에 무척이나 관대한 듯하다. 길을 가다보면 길거리에서 과일이나 음식을 파는 사람들 대부분은 무척이나 큰 소리가 나는 스피커를 켜 놓고 손님들을 부르고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 소리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공원에 가도 마찬가지. 대형 앰프 두 개 정도를 수레에 싣고 와서 공원의 넓은 공터에서 틀어놓고 음악을 내보내면 사람들은 거기에 맞춰 춤을 춘다. 아니 춤 형식을 빌린 운동일지도 모르겠다. 좀 떨어진 곳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한다. 그 옆에는 사람들이 잔디밭에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아무도 시끄럽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가까이에서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 근육을 단련시키기 위해 평행봉이나 철봉 운동을 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 있는 놀이기구를 찾는 사람들도 제법 많이 있었지만 아무도 시끄럽다고 불평을 하지 않는다. 이해심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그러한 소리에 익숙해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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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장례식 풍경이었다. 장례식장이 따로 없는 이곳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아예 골목길 양쪽을 막고서 대형 천막을 몇 개씩 친다. 그곳이 바로 손님들을 맞이하는 곳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장례 의식이 진행되는 7일 정도를 길을 막고 있어도 아무도 불평을 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리고 장례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양쪽에 큰 스피커를 달아놓고 수시로 추모음악과 스님의 독경 소리 같은 것을 내보내는데 그 소리가 무척이나 크다. 방 안에 있어도 다 들릴 만큼 크다. 물론 밤 열 시 이후에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잠까지 방해할 수는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낮에 듣는 그 소리가 신경이 쓰일 법한데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 모양이다. 나중에 현지어 수업을 해 주는 튜터를 만나 왜 그렇게 큰 소리로 동네 전체를 시끄럽게 하느냐고 물어보니 젊은 튜터는 이렇게 대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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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는 사람들을 초대하지만 장례식은 가족 친지들 외에는 특별히 알리지 않는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에게 초상이 난 것을 알리기 위해서 그렇게 크게, 오랫동안 추모곡을 방송하고 스님의 독경 소리를 내보낸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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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웃에 사는 사람들이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느냐고 내가 물으니 그런 일은 없단다. 내가 의아해서 쳐다보자 그 튜터는 자신의 집에서도 언젠가는 그렇게 해야 할 상황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불평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구태여 그것을 물어본 내가 순간 머쓱해졌다. 마음은 당연히 그렇다고 인정을 하면서도 가끔은 그 소리가 많이 시끄럽게 느껴지고 또 가끔은 애잔한 음악 소리에 마음이 가라앉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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