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요.
한국에 가서 공부하고 싶어요
2교시 수업을 마치고 쉬는 시간에 쏘쿤과 스레이디가 사무실로 찾아왔다. 두 학생은 현재 4학년에 재학중이다.
“선생님, 수업 마치고 오후 두 시에 잠시 이야기를 하실 수 있습니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요?”
머뭇머뭇, 쉬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두 시에 사무실로 와요. 사무실에서 하든, 아니면 교실에서 하든 같이 이야기해 봐요.”
두 학생 모두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이다. 하지만 아직 토픽 시험에서 급수를 받지는 못하고 있다.
학교 밖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옆에서는 스레이디가 밥을 먹고 있었다. 분명 스레이디 같은데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그랬는지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다. 이곳에서는 가끔 그렇다. 생긴 것이 비슷하면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스레이디도 분명 우리를 알아봤을 텐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아 나는 그냥 고개만 갸웃했다. 그러다가 근처에 사는 쏘쿤이 나타나 서로 같이 있는 모습을 보자 나와 같은 식당에서 밥을 먹은 그 학생이 스레이디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시, 복도에서 두 학생과 마주쳐서 그대로 4학년 교실로 들어가 책상에 앉았다.
“점심은 잘 먹고 왔나요?”
“예. 선생님도 점심 잘 드셨어요?”
“그래요. 그런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보자고 했나요?”
잠시 머뭇거리는 두 아이.
“사실은 우리가 한국으로 공부를 하러 가고 싶은데, GKS 장학생으로 가려 할 때 선생님께서 추천서를 써 주시면 좋겠다 싶어서요.”
“추천서? 그런데 GKS 학부 과정 장학생은 1학년 때 지원을 해야 하는데……. 그러니까 학부 과정 장학생은 최소 5년 이상 한국에서 공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장학생으로 선발이 되면 한국에 가서 1년 간 어학연수를 받고 나머지 4년은 학부 전공 공부를 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여러분은 벌써 4학년이잖아요?”
“우리는 GKS 교환학생으로 가고 싶어요. 아니면 이곳에서 졸업한 후에 한국에 있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할 수도 있을 테고요.”
“아, 대학원 공부를 한국에서 하고 싶은가 봐요.”
“네, 한국에 있는 대학원에서 공부를 하고 싶어요.”
“대학원에서는 무슨 전공을 하고 싶은가요? 스레이디는?”
“저는 한국어교육을 전공하고 싶어요.”
“소쿤은?”
“……”
“……”
“저는 무엇을 전공할지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그래요. 대학원에 진학하려면 어차피 이곳에서 대학을 마쳐야 하니까 앞으로 1년 이상 시간이 남아 있어요. 전공은 그때까지 천천히 생각해 보면 될 거예요. 그런데 그때가 되면 선생님은 이곳에 있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가 있을 텐데, 이곳에 없는 사람이 추천서를 써도 괜찮은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
“여러분이 대학원에 입학하기 위한 지원서를 낼 때 나도 보파 선생님을 비롯하여 다른 사람에게 물어볼게요. 그래도 지금 이곳에 계신 두 분께 부탁 말씀드려도 좋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그때가 되면 두 분도 1년 정도 여러분과 만나게 될 것이고 그러면 충분히 여러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 추천서를 쓰실 수 있을 테니까요.”
“예, 선생님 고맙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한국에 가기 위해서는, 아니 이곳에서 한국어를 배워서 일을 할 때에도 토픽 성적은 아주 중요해요. 아직 토픽Ⅱ 급수는 못 받았지요?”
스레이디가 말한다.
“예, 저는 지난 번 프놈펜 가서 시험을 쳤을 때 4점이 모자라 3급을 못 받았어요.”
“쏘쿤은?”
“저는 17점이 모자랐습니다.”
“그럼 지금은 토픽 공부를 하고 있나요?”
“예, 우리는 공부 모임을 만들어서 시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쓰레이로엇과 쏘다윈이 함께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쏘다윈도 한국에 가서 공부를 하고 싶고, 그래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해 보고 싶어하는데 오늘은 오후에 아르바이트를 해야 해서 여기 못 왔습니다.”
“공부 모임을 만들어서 같이 하는 것은 아주 좋아요.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까요.”
노파심에 한 마디 더.
“그리고 무엇보다 어휘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 할 거예요. 어떤 언어든 단어를 많이 알지 못하면 제대로 읽을 수도, 또 들을 수도 없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단어를 공부할 때 그냥 단어를 무조건 외우려고 하지만 말고 문장을 익히면서 단어를 공부하면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예, 선생님. 그렇게 하도록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현재 같은 학년인 4학년 뗍뽀레이와 피싸이가 한국에 가기 위해 서류를 제출했다. 뗍보레이는 GKS 장학생으로, 그리고 피싸이는 일반 학생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이 자기들도 한국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나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한국에 교환학생으로 가면 등록금 문제는 해결이 되지만 생활비는 자신이 감당해야 하기에 이곳 아이들이 마음 내기가 쉽지 않다. 물가가 비싼 한국에서 생활하려면 많은 돈이 들고 그 돈을 이곳 부모들이 쉽게 감당해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 학생들 중에는 교회의 지원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선교사로 일하면서 이곳에서 인연을 맺은 아이에게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신의 능력 혹은 부모의 능력으로 한국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다. 그게 사실은 안타까운 일이기도 하다. 수업 중에 가끔 한국어학과 학생들에게 한국에 가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 대답은 한결같다. 돈이 없어요. 이 아이들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고 싶다. 그래서 그들이 자신의 길을 잘 열어갈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