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바탐방 둘러보기
다시 바탐방 둘러보기
오늘은 다시 바탐방 지역을 한 바퀴 둘러보기로 했다. 일행은 처음 현지어 튜터였던 나위, 그리고 나위 선생님과 같은 교회에 다니는 디나, 그리고 나 이렇게 세 명이다. 참, 디나는 바탐방대학교 한국어학과 1학년 학생인데 같이 가면 좋겠다고 나위 선생님이 말해서 오늘 일행이 된 것이다. 일전에 아내가 왔을 때 바탐방을 한바퀴 둘러보긴 했지만 그 뒤로 시간이 많이 지났고 또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아 일 년 가까이 살았던 이 바탐방 지역을 더 기억에 남겨두고 싶어서 그렇게 했다. 툭툭은 이전에 내가 한 번 탄 적이 있었는데 기사는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다.
9시 차야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나 길을 나섰다. 맨 처음 간 곳은 스위스 사람이 만들었다는 출렁다리, 툭툭 기사는 영어로 그 내용을 설명해 주었는데 이전에 비해 알아들을 수 있는 말들이 제법 많아서 다리가 만들어진 배경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 출렁다리 위로는 오토바이가 다닐 수 있고 또 걸어서 다닐 수 있다. 하지만 폭이 좁아서 반대편에서 오토바이가 오면 다리 앞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렇게 출렁이는 다리 위를 오토바이가 다니는 것이 신기했고 또 제법 오래 전에 만든 다리 같은데 아직까지 별 탈 없다는 것도 놀라운 것이었다. 늘 오토바이가 다니는데도 말이다. 다리 앞에서 사진을 찍고 대나무열차를 타는 곳으로 이동을 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이전에 내가 아내와 함께 열차를 탄 곳이었다. 하지만 내가 원했던 곳은 이곳이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바난 사원 근처에 있는 곳이었는데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두 사람이 차야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기사와 잠시 행선지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내가 그냥 대나무열차라고만 이야기를 해서 그 기사가 예전에 운행되던 철길로 안내를 한 모양이다. 미리 바난 사원 옆에 있는 대나무 열차라고 이야기를 해 주지 않은 내 잘못이다. 미안한 일이기는 하지만 미리 지불한 요금 10불을 돌려받고 다시 이동을 하기로 했다. 같은 열차를 두 번 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또 이곳은 나무 그늘이 거의 없어 햇볕을 온 몸으로 받으며 타야 했기에 다른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곳으로 가는 길에 곧 4학년으로 진급을 하는 쏘캇을 만났다. 소캇은 오토바이를 타고 우리 툭툭을 따라왔는데 물어보니 시장에 다녀오는 길이라 했다. 집이 이 근처에 있어서 그렇게 시장을 다녀온 모양이다. 의례적인 이야기, 방학 잘 보내고 있냐, 이제 곧 개학인데 만날 수 있겠다는 등의 이야기를 하다가 쏘캇은 오토바이 속도를 내서 먼저 가고 우리는 계속 툭툭을 타고 달렸다.
한참을 달려서 바난 사원 인근에 있는 대나무 열차 타는 곳에 도착했다. Ou Srauo Lau Bambootrain. 입구부터 새로운 건물이 들어서 있고 또 표를 파는 곳 역시 새롭게 만든 듯, 예전에 갔던 곳과는 확연히 달랐다. 대신 요금이 이전에 대나무열차를 탔던 곳에 비해 조금 비싸긴 했지만 그리 문제가 될 만큼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곳 역시 현지인은 외국인의 절반 정도의 가격으로 대나무 열차인 노리를 탈 수 있다. 표를 구입해서 안으로 들어가니 노리가 기다리고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타고 이동을 하였다. 산을 끼고 달려서 그런지 시원한 그늘이 우리와 함께해서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그리 먼 거리를 달리지 않았는데 금방 종점에 도착해 버렸다. 예전에 탔던 노리는 기존의 철도를 그대로 이용하여 그 위에 대나무 열차를 얹어서 달렸는데 이곳은 새로 만든 것이어서 그런지 레일이 아주 가늘어 열차를 타는 기분은 별로 나지 않았다. 비록 시설은 이곳이 깨끗하고 산 아래를 달리는 길에 나무가 많아 덥지 않았지만 전통적인 노리의 맛을 느끼기는 많이 부족했다. 마치 우리나라 유원지에 가면 있는 레일바이크 같다고나 할까.
종점에서 내려 우리는 공원을 한 바퀴 돌았다. 공원으로 들어가기 전에 디나는 모자를 하나 샀고 나는 아이스크림 세 개를 사서 하나씩 나눠 먹었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공원으로 걸어들어가니 그곳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많았고 또 여러 동물들의 형상을 만든 것들이 군데군데 있었다. 날은 조금 더웠지만 그게 그리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사진도 찍고 또 대화도 나누면서 그 시간을 즐겼다. 나도 그들과 함께 하다가 혼자 떨어져서 두 사람이 포함된 풍경을 감상하기도 했다. 공원을 한 바퀴 둘러보고 나오니 열차를 타는 곳에 사람이 아무도 없고 마찬가지로 열차를 다루는 사람 역시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아 툭툭 기사에게 전화를 하니 곧 사람들이 탄 열차가 올라온다고 했다. 아, 사람들이 열차를 타고 올라와야 그 열차를 타고 우리가 내려갈 수 있구나. 이 역시 예전에 탔던 대나무 열차와 달랐다. 그곳은 중간 기착지에서 잠시 쉬기는 하지만 타고 간 열차를 그대로 타고 돌아오는데 이곳은 그렇지 않았다.
열차에서 내려 다시 툭툭을 타고 바난 사원으로 향했다. 멀지 않은 곳에 사원이 있었고 외국인인 나만 2불을 내고 안으로 들어갔다. 지난번에도 가파른 계단을 힘들게 올랐는데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일까. 오늘도 계단 오르기 직전, 부채를 든 아이들이 달려와 열심히 부채질을 해 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해 주지는 않았다. 그들이 팔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하니 아마 그들은 얼마의 돈을 달라고 그 몸짓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별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일이기에 시선이 그들로부터 자연스럽게 멀어졌을 수도 있었다. 내려와 점심을 먹기 위해 식당에 갔다. 호수 가에 원두막처럼 만들어 놓은 곳인데 테이블이 없어 바닥에 앉아서 밥을 먹어야 했다. 여기는 점심만 먹기 위해 오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장소인 것 같았다. 시간 여유를 가지고 이곳에 오면 식사도 하고 또 해먹에 누워서 쉬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기에는 아주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 역시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우리가 그곳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아이들이 하나둘 과일 깎은 것을 들고 들어와 사 달라고 조르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의 아이들이 그러했고 또 그 뒤를 이어 아주머니가 들어와 물건을 사 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내가 시선을 주지 않으니 나머지 두 사람 역시 그러했다. 내가 만약 이 자리에 없었다면 어떠했을까? 물건을 사 주었을까? 분명 사 주었을 것 같다. 일전에 학생과 함께 식당에 갔을 때 같은 상황에서 그 학생은 과일 깎은 것 사 주는 것을 보았다. 시주 문화에 익숙한 이곳 사람들은 그렇게 파는 물건을 잘 사 준다.
점심으로 나는 볶음밥을 시켰고 두 아이는 생선 한 마리를 시켰다. 밥도 같이 나온다고 하던데 밥은 나오지 않아 내가 시킨 볶음밥을 나누어 먹었다. 양이 많아 세 명이 먹어도 충분했다. 나는 이곳에 와서 생선 요리를 처음 먹어보았다. 생선찜. 원래 비린내 나는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또 이곳 생선 요리가 낯설어서 거의 먹지 않다가 오늘 먹어보니 제법 맛이 있었다. 비린내도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나와는 입맛이 달라서 그랬겠지만 두 사람은 생선 요리를 아주 잘 먹었다. 내가 수저를 내려놓은 뒤에도 끝까지 먹어서 고기 한 점 남기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곧장 호수를 향해 길을 떠났다. Kamping Pouy Reservoir. 껌삥 뽀이 저수지다. 이 저수지, 혹은 호수는 폴폿 정권에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한 시간 정도 달리다 길가에 있는 작은 가게에서 음료수를 한 잔씩 마셨다. 커피를 마시고 싶었던 내가 제안을 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중년의 두 여자가 음료를 만들어서 파는 곳인데 두 사람 모두 인상이 좋고 같이 간 우리 일행들과 크메르어로 자연스럽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다시 한 시간 정도를 더 달려 호수에 도착한 시간이 네 시가 좀 넘은 시간. 세 명이서 보트를 타겠다고 예약을 한 뒤 한참을 기다려도 소식이 없더니 비교적 젊은 아주머니 한 분이 보트에 넣을 기름을 가지고 나타났다. 같이 아래로 내려가 보트에 기름 넣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보트에 탔다. 호수는 무척 넓었다. 그래서 우리가 보트를 타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된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40분 정도 탄 것 같았다. 호수 가장자리에는 연꽃이 더러 피어 있었고 물은 생각보다 맑았다. 그리고 보트에서 맞이하는 햇살이 물빛에 투명하게 비치고 있었고 바람이 제법 불어 시원했다. 호수 안에서 자라고 있는 연잎에는 물방울이 동그랗게 말려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바탐방 탐방 일정을 끝낸 일행은 툭툭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갈 때보다는 엄청 빨리 도착한 것 같은데 익숙해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툭툭 기사님, 인상도 참 좋고 영어도 제법 잘해서 앞으로 다시 여행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만나고 싶은 사람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소개를 해 주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다. 기사와 헤어지고 난 뒤 코너 식당에 가서 두 사람에게 저녁을 대접하는 것으로 오늘 하루 일정을 모두 마쳤다. 그리 많은 곳을 다니지는 않았지만 호수가 꽤 멀리 떨어져 있어 꼬박 하루가 걸린 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