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에 담지 못한 이야기

안타까운 이야기, 그리고 교육

by 지천

안타까운 이야기, 그리고 교육

오늘 점심을 먹으면서 박선생님과 한참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의 주제는 지금 한국에서 많은 사람들을 충격 속으로 몰아넣은 사건이다. 의대생이 여자친구를 건물 옥상에서 살해했다. 수능 시험에서 만점을 받고 서울의 유명한 의과 대학에 다니고 있는 그는 헤어지자는 말에 여자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했다. 경찰은 그가 범행에 사용할 흉기를 동탄에서 샀고 여자친구를 불러내 범행을 한 것으로 보아 계획범죄에 해당한다고 했단다. 밥을 먹고 들어와 다른 기사를 검색해 보니 그가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또 정부 지원으로 해외 교육에 다녀온 적이 있다는 기사도 눈에 띈다.

박선생님은 상당히 충격을 받은 듯했다. 나 역시 그러했다. 무엇이 그를 살인자로 만들어버렸을까? 자라면서 한 번도 실패를 경험해 보지 않은 그가 연애에 실패하면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특권의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예전에 우리나라에서는 공부만 잘하면 뭐든 용서가 되었다. 소소한 잘못은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너그럽게 넘어간다. 그 학생이 살아온 삶이 그런 것은 아닐까? 그 과정에서 공부를 잘한다는, 혹은 선택을 받은 인간이라는 일종의 특권의식이 생긴 것은 아닐까? 그렇기에 자신의 실패를 용납하지 못했던 것은 아닐까? 그와 함께 융통성의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이야기도 나왔다. 오로지 공부라는 한 길만을 달려오면서 주변의 것들, 이웃의 삶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특성, 연애를 할 때 연애 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고 또 보려고 하지 않는 그런 사람 말이다. 극단적 행위를 한 이면에는 그의 성격과 자라온 환경, 그리고 그를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태도 모두가 녹아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시 교육의 문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경쟁이 전부인 듯,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어떤 일을 해도 용서가 되는 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당연히 지금 만나는 캄보디아 아이들 이야기도 같이 했다. 경쟁심이 별로 없는 아이들이다. 박선생님은 라오스에서 만난 아이들 이야기도 함께 했다. 그들은 선생님이 교실에 들어가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배꼽까지 올리고 인사를 한단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고 했다. 공부를 가지고 다투지 않으며 그래서 더 주변을 돌아본다고 했다. 캄보디아 아이들 역시 그러하다. 성적에 크게 연연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친구들과 사이가 아주 좋은 것 같기도 하다.

교문을 들어설 때 아이들은 오토바이에서 내린다. 그리고 교문을 지나면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 주차장으로 간다. 아주 단순한 행동 같은데도 그러한 행위 이면에는 학교에 대한 존경심이 들어 있다. 나 역시 그 장면을 본 이후에는 교문을 드나들 때 자전거에서 내린다. 그러한 마음이 학교뿐만 아니라 다른 대상들에게도 전이가 된다면 모두가 행복해질 것 아니겠는가? 내가 소중한 만큼 상대도 소중하다는 것, 내가 사랑받기 원하는 만큼 상대도 사랑받기 원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처구니 없는 사건들, 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이 많이 줄어들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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