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데
고등학교에서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친다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사무실 식구들과 자리를 함께 했다. 내가 12월에 결혼하는 보파 선생님 예비 신랑을 보고 싶다고 해서 만든 자리였다. 장소는 Ti-NATT이란 곳, 나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곳이다.
여섯 시 좀 넘은 시간, 걸어서 약속 장소로 가니 잠시 후에 보파 선생님과 예비 신랑이 같이 도착했다. 비가 올 것처럼 날이 흐리고 바람도 불어 지붕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으려다가 비가 오지 않을 것 같다는 보파 선생님의 말을 듣고 위쪽 분위기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 식당은 대부분 야외에 자리를 배치해 놓았는데 그 숫자가 엄청났다. 그만큼 바탐방에서 인기가 있는 곳일 터, 야외 테이블 분위기도 무척이나 좋았고 또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되어 있었다. 게다가 나이가 어린 종업원들이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서 있으면서 손님들 주문을 받고 서빙을 하고 있었는데 그 숫자 역시 무척이나 많았다. 저녁 시간, 바람이 조금씩 불고 해는 서쪽으로 넘어가고 있는데 불빛 아래 펼쳐진 테이블은 넘어가는 태양과 어울리며 무척이나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간단한 음식과 생맥주를 시켜 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보파 선생님의 남편 될 사람은 학부에서 IT를 전공했으며 대학원에서 메너지먼터 쪽으로 공부를 했다고 하는데 이번에 군무원으로 취직이 되어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라 했다. 축하한다는 말을 건네고 같이 건배를 했다. 축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취업, 다른 하나는 결혼이다.
잠시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화제가 학과 운영에 대한 것으로 바뀌었다. 나는 코이카에서 파견 인원을 줄이고 있으니 학교 차원에서 현지인 고용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이야기는 한두 번 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학교에서는 그럴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어 조금은 답답한 상황이다. 사실 지금의 학과 운영은 거의 대부분 코이카에 의존하고 있다. 현지인이라고 해도 코워커로 활동하고 있는 보파 선생님, 그리고 1학년 수업을 도와주고 있는 뽄러 선생님 두 사람이 전부다. 하지만 학생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 만약에 코이카에서 제대로 지원을 해 주지 않는다면 학과 운영 자체가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정식 학위를 받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치명적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그게 가장 큰 걱정이고 그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현지인 채용 이야기를 계속 하는 것이다. 10월 정도에 배치될 163기는 바탐방대학교에 두 명을 배정하겠다고 공고하고 선발 절차를 거쳐 왔는데 며칠 전 허과장과 통화를 하면서 한 명만 선발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164기는 캄보디아에 배정된 인원이 아예 없다. 164기는 내가 이곳을 떠날 무렵 배치가 될 터인데 그렇게 되면 10월에 이곳으로 올 한 명만 남게 된다. 사무소 측에서는 학교에 이야기해서 현지인 교원을 채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말 이외에는 다른 대책이 없다. 현지 사무소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다. 내가 강력하게 이야기를 하고 또 간절하게 이야기를 해도 사무소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는 말만 할 뿐이었다.
내가 보파 선생님에게 사이버대학을 통해서라도 대학원 공부를 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도 이와 연관되어 있다. 대학에서 정식으로 교원을 채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이 적어도 석사 학위 이상이어야 하고 또 한국어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 대학원 공부를 해서 한국어교사 자격을 받으라는 이야기였다. 꼭 대학에서 근무하지 않더라도 석사학위를 받게 되면 캄보디아 내에서 일할 곳이 많지 않겠냐고 나는 보파 선생님에게 강조해서 말하기도 했다.
프놈펜에는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가르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고등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한국어능력시험 4급 이상의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고 했다. 프놈펜에서 시작을 하면 다음은 바탐방이나 시엠립이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우리 학과 졸업생들이 일할 곳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어린 이야기도 나왔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프놈펜과 달리 바탐방이나 민쩨이에 있는 대학교 한국어학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전공을 살려 일할 만한 곳은 그리 많지 않다. 그래서 고민이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한국어교사로 일할 수 있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이야기 중에 학과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소소한 갈등을 겪고 있는 아이들 이야기였다. 그리 심각한 것은 아니고 어떤 일이 계기가 되어 말을 하지 않고 지내는 아이들이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내가 물어보았다. 캄보디아에도 학교 폭력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느냐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가령 집단적으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다든가, 아니면 따돌린다거나 온라인상에서 괴롭히는 그런 일들이 있냐고 물으니 그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이 문제는 내가 궁금해 하던 것 중 하나다. 그래서 목요일 수업 시간에 아이들에게 물어본 적도 있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 아이들을 집단적으로 괴롭히는 일이 있냐고 말이다. 아이들은 없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보파 선생님과 장선생님은 있다고 한다. 그런데 하는 말을 들어보면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그런 유형의 학교 폭력은 아니다. 단지 개인과 개인의 갈등 상황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람이 부대끼면서 살아가는데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서로의 생각이 맞지 않아서, 서로의 욕심이 달라서 생기는 갈등은 얼마든지 생긴다. 그것조차 없다면 그건 식물의 삶이라 할 것이다. 이야기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은 아직은 캄보디아 사회에서 학교 폭력의 문제는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 전 학교 홍보를 위해 찾아간 고등학교, 그곳에서 만난 아이들의 순수한 얼굴과 진지한 표정을 생각하면 심각한 갈등 상황은 생각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