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공간

완벽한 장소는 없다.

by 기쁨과 감사

종종 아내는 출근하고 저는 집에 혼자 남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면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운동장에서 축구 연습도 하는 야심 찬 계획을 세우죠. 안타깝게도, 실패할 때가 더 많습니다. 10시까지 잠을 자고, 잠시 인터넷을 하고, 밥을 먹고, 핸드폰을 잠깐 만졌을 뿐인데도 하루가 지나가 버린 거죠. 부끄럽지만 새삼스러운 일도 아닙니다. 그렇게 보내버린 날들이 하루 이틀이 아니거든요.

이것은 의지가 약한 탓도 있지만 환경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쉬운 일과 어려운 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누구나 쉽고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기 쉽지요. 집에서는 무슨 일이든 편하게 할 수 있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은 뒷전이 되는 겁니다. 게다가 집에서는 여러 가지 활동이 복합적으로 일어나지요. 아가들은 자는 공간, 먹는 공간, 노는 공간을 분리해 주면 좋다고 합니다. 자는 공간에는 잠잘 때만 데려가는 겁니다. 하루, 이틀 그것이 반복되면 그 공간으로 이동하기만 해도 자는 분위기라고 느낀다는 거죠. 어른도 마찬가지입니다. 재택근무나 재택수업이 많이 활성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집은 학교나 직장에서 돌아와 먹거나 자는 것 같이 휴식을 취하는 공간입니다. 집에 있으면 몸은 쉬는 분위기라고 인식하는 거에요. 약한 의지를 강하게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라서, 저처럼 자꾸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경우에는 환경부터 바꿔야 합니다.


환경을 바꾸는 가장 쉬운 방법은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겁니다. 집을 나서서 해야만 하는 일을 주로 하는 공간으로 이동하는 거에요. 누구나 사용하는 가장 흔한 방법이지요. 공부를 하려면 도서관이나 독서실, 운동을 하려면 운동장이나 헬스장으로 이동하는 겁니다. 문제는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기가 힘든 경우입니다. 이럴 때 저는 전날부터 준비를 시작합니다. 자기 전에 내일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필요하면 적어둡니다. 기상은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합니다. 자그마한 보상을 주는 거죠. 잠이 깨면 먼저 이부자리를 가지런히 정리합니다. 누워서 쉬고 싶은 환경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음으로는 옷을 외출복으로 갈아입습니다. 너무 편한 옷을 입으면 마음과 자세가 흐트러지기 쉽기 때문이에요. 식사는 정시에 맞춰서 합니다. 혼자 있게 되면 스스로 세운 계획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식사시간을 시간의 경계로 삼아 계획을 재정비하는 거에요. 가장 중요하고 힘든 것은 핸드폰을 멀리하는 겁니다. 핸드폰은 굉장한 힘이 있습니다. 잘 사용한다면 어떤 공간도 작업장으로 만들 수 있지요. 하지만 잘못 사용한다면 어떤 공간도 놀이터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제가 핸드폰을 멀리하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와이파이를 쓰지 않고 데이터는 최소 요금제를 사용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게임을 절대 하지 않습니다.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정보나 뉴스를 찾으려고 시작했다가 하염없이 인터넷 서핑을 합니다. 최근에는 유튜브 같은 플랫폼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지요. 게임도 몇 가지를 한두 번 해봤더니 너무 재미있더군요. 절제가 잘 되지 않아 아예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한해 버렸습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꾸만 시간을 허비한다는 생각이 든다면 환경을 한번 점검해 보면 어떨까요? 모두가 최고의 공간을 가질 수 없지만 누구나 최선의 공간은 만들 수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저의 방법은 하나의 예시일 뿐입니다. 방해 요소를 최대한 제거해서 나만의 방법으로 최선의 공간을 만들어 보세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모아 보면 적지 않은 효과가 난다는 걸 알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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