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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al Oct 30. 2020

Ep.10 : 이별

전지적 반려견의 시점





                                                                                                                                    

오늘 하루의 시작도 어제와 다를 바 없었다. 아니 그냥 평범했다. 수컷이 없는 것을 제외하고는... 같이 있을 때 너무나 행복했고, 이 행복이 영원히 지속되길 바랬다. 따뜻했던 시기가 지나가고 싸늘한 공기가 느껴질 무렵, 우리 주인과 수컷의 분위기가 이전과 다르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뭔가 심상치 않다.



그때부터였을까. 항상 내 곁을 지켜주던 수컷의 행동 패턴이 변하기 시작했다. 평소 우리 주인이 있을때나 없을때나 함께 했었는데, 이제는 집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기다림에 지쳐 주인에게 물었다. 역시나 주인의 소리는 알 수가 없다.



수컷의 흔적을 찾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현재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주인의 몸에서 수컷의 냄새를 찾는 일이었다. 매일 주인의 몸과 벗어 놓은 옷에서 수컷의 흔적을 수시로 찾았다. 역시나 그의 냄새를 느낄 수 없었다.




                                              



                                                                                                                                      

혼자 어둠 속에 잠들어 있던 어느날, 귀에 익은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이 소리는 수컷의 소리다. 그의 발자국 소리, 냄새가 선명해 질수록 잠에 취해있던 내 정신이 또렷해진다. 수컷을 만나면 물어볼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수컷이 방해물을 없애고 내게로 다가왔다. 격한 반가움은 잠시, 또 다시 불안한 감정이 엄습해왔다. 기억하기 싫은 이상한 액체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함께 있을 때 누구보다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던 수컷이었는데, 오늘은 이해할 수 없는 긴 소리를 내고있다. 수컷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얼굴에 흘러 내리는 짠 맛의 물과 이상한 액체의 냄새가 선명해질수록 불안해졌다. 그렇게 우리는 이별이라는 두려움을 맞이하고 있었다.



서로 언어와 몸짓은 달랐지만, 이제껏 쌓은 교감과 소통이 수컷의 감정을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도 수컷을 바라보며 같이 울었다. 그리고 나도 사력을 다해 수컷에게 말했다. 맛있는 내 간식 나눠 줄께... 산책할 때 고집부리지 않을께... 배 위에서 뒹굴거리지 않을 테니까 지금처럼 같이 있으면 안될까... 하염없이 울고 또 울었다.


                                              



                                                                                                                                                                                                                   




그렇게 주인이 없는 사이, 나는 수컷과 마지막으로 만났고 이별을 경험했다. 이후, 한동안 창문이 아닌 벽을 보며 멍해지는 습관이 생겼다. 그저 애정과 관심의 욕구보다 조용히 동굴 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나는 사람들의 이별의 감정을 알지 못한다. 그저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는 감정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래서 마음이 너무나 괴롭다. 누구보다 나를 소중하게 대해 준 사람, 주인 만큼 끔찍하게 나를 아껴주며 마치 사랑을 하고 있다는 감정을 심어준 사람, 너무나 외로웠던 그날에 홀연히 나타나 애정결핍을 사라지게 해준 사람. 모르는 사이 나는 그를 너무나 사랑했다.



수컷과 만남을 통해 바라본 인간은 별반 다르지 않은 동종의 생명체라고 느껴졌다. 즐거울 때 온 몸으로 기쁨을 마음껏 표현하고, 슬플 때는 표정과 몸짓으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너무나 닮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안다. 사람의 얼굴에 흘러 내리는 짠 맛의 물은 슬플 때 나오는 것이라고. 그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에 나는 수컷의 얼굴에 흘러내리는 물을 핥아 주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가끔씩 인간이란 동물을 위태로울 정도로 선을 넘는 광기 어린 존재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 각자 언어와 행동은 다르지만, 교감을 나눈 모든 생명체는 사랑의 동질한 감정으로 이어져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오늘 밤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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