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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al Oct 29. 2020

Ep.09 : 환희

전지적 반려견의 시점

                                                                                                                                                                                                                                                                 




원기를 회복한 나는 에너지가 넘쳤다. 주인과 수컷의 얼굴을 핥으며 강제 기상 시키기도 하고, 얼굴에 엉덩이를 들이 밀거나 앙증맞은 발로 배를 밟기도 했다. 컨디션이 좋으니 격렬한 애정 표현이 나온다. 역시 건강이 최고다. 이런 나의 애정 표현을 주인과 수컷도 너무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던 어느날, 왠일로 주인이 일찍 일어났다. 그리고 맛있는 냄새가 난다. 평소의 루틴이 아니다. 수컷은 분주하게 외출 할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무슨 일일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들을 좀더 관찰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주인과 수컷의 표정과 행동을 보니, 기분이 아주 좋아 보인다.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다. 평소 즐기는 산책의 루틴이 아니다. 움직이는 물체에 들어갔다.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주변을 보니 낯선 냄새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 주인은 나를 안고 맛있는 간식을 준다. 뭔가 기분이 신난다. 그러던 와중에 저기 멀리서 짠 냄새가 느껴진다.                                          




                                                                                                                                                                                                                                                                                                            




처음 보는 새로운 공간이다. 주변을 바라보니 온통 짠 냄새로 진동하고, 가까이 엄청나게 큰 욕조가 보인다. 그리고 뭔가 일정한 리듬의 소리도 났다. 기분좋게 시원한 바람을 음미했다. 주인이 나를 바닥에 내려준다. 내 체중의 중심 이동이 힘들어 걷기가 힘들다. 내 발바닥에 붙어있는 가루와 걸을 때 푹신한 느낌이 너무 좋다. 이내 나는 이성을 잃고 주변을 열심히 탐색하기 시작했다.                                      


                                      

저기 근처에 움직이는 새로운 친구들이 보인다. 분명 나와는 다른 것 같은데.. 호기심에 가까이 접근했다. "넌 어디서 왔으며...!@##$%^..." 시크함의 대명사인 내가 요즘 들어 부쩍 수다가 늘었다. 뭔가 새까만 친구인데 나에게 답변을 했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내 본능적 욕구로 그 친구에게 앞발을 들이밀자 멀리 날아가버린다. 신기하다. 나도 하늘을 날수 있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세상에 괜시리 더 흥분이 된다. 세상은 넓고 넓다.                             


                      

이 와중에 수컷이 엄청 넓은 욕조로 뛰어들었다. 어떡하지..어떡할까... 수컷을 구해야겠다는 마음에 나도 겁없이 달려들었다. 근데 물이 왜 이렇게 짜냐...용기있는 내 행동과 달리 알수 없는 힘이 나를 계속 같은 장소로 돌아오게 만든다. 걱정스런 마음으로 수컷을 쳐다보고 있는데, 이내 수컷이 이상한 물체를 들고왔다. 또 호기심이 발동했다. 냄새를 맡으며 위험성을 확인하고, 그 물체에 올라가 보았다. 수컷이 괴성를 지른다. 왠지 모르는 성취감이 생긴다. 더 인정받고 싶다. 간다~!! 뭘까... 뜨...뜬다~!!!

                                               





                                                                                                                                     

새로운 넓은 욕조, 짠 냄새, 그리고 새로운 놀이가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덕분에 벌써 에너지가 방전된 느낌이다. 놀이에 지쳐 견생을 하직하나 싶을 때, 다행히 주인이 나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새로운 공간으로 이동했다. 이 공간은 뭔가 아늑한 분위기가 있다. 새로운 공간을 탐색하기도 전에 물이 내 몸에 닿는다. 이전에 내 애정의 물벼락의 주인 반응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다시 시도하기에 오늘은 너무 피곤하다. 시도해 볼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평소에 듣기 거북한 물체의 소리에 반항할 기운도 없다. 내 털이 뽀송뽀송해졌다. 원없이 에너지를 발산한 나는 곧바로 꿀잠을 청했다.


                                               

오늘은 뭔가 특별한 날인가 보다. 배가 고파 눈을 떠보니 주인과 수컷의 행동이 뭔가 분주하다. 곳곳에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고, 처음 보는 화려한 물건들이 공간을 장식했다. 왠지 그 분위기에 덩달아 나도 흥분되었다. 주변을 맴돌며 주인과 수컷을 쫓아다녔다. 주인이 나에게 이상한 옷을 입히려고 한다. 불편하고 귀찮았지만 반항하지 않았다. 이따 몰래 벗어야지. 배고픔에 주인에게 계속 신호를 보냈고, 주인은 나를 음식이 있는 공간으로 강제 이송시킨다.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기다리라는 신호다. 그리고 갑자기 불을 껐다. 주인과 수컷의 이상한 소리가 시작되었다. 이해할 순 없지만 왠지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각형의 이상한 물체에서 이상한 소리가 흐른다. 주인과 수컷은 기분 좋은 소리를 주고 받으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우리 주인은 이제껏 관찰한 모습 중에 가장 행복해 보인다. 수컷도 행복한 모습이 느껴진다. 나에게도 오늘이 최고의 하루다. 즐거움에 갑자기 주인이 몸을 흔든다. 뒤 따라 수컷도 몸을 흔든다. 나도 흔들었다. 너무나 행복하다. 이 행복이 영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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