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반려견의 시점
이곳저곳 내 몸을 둘러싼 물체들이 온 몸을 간지럽힌다. 인위적인 냄새의 공간을 탈출한 이후로, 아직 기운은 없지만 다행히 몸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 이전과 같은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식욕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오늘도 하루를 뒹굴뒹굴 누워 보낸다. 털을 정리한 덕분에 털 끝이 더이상 눈과 콧구멍을 공격하지 않아서 좋다.
누워 지내는 동안 나를 기쁘게 했던 것이 있다. 주인과 수컷에 대한 내 사랑의 크기와 서로 얼마만큼 사랑하는지를 재차 확인한 것이다. 우리 주인은 시도때도 없이 나를 관찰하며 변함없는 믿음과 신뢰를 주었고, 옆에서 항상 나를 지켜주는 수컷의 일관적인 행동에 내 눈썹이 괜시리 올라간다. 그들의 애정과 관심을 보답하기에는 내 몸이 아직 말을 듣지 않는다. 마음이 너무 행복하다. 기운이 돌아오면 격렬하게 잘해줘야겠다.
뭔가 이전보다 의욕은 떨어졌지만, 요즘 기분은 상당히 좋다. 자리에 누워 창문 밖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주인과 수컷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요즘 일과가 되었다. 꽁냥꽁냥 신호를 주고 받으며 역동적인 행동을 표현하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인간들이란.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맛있는 냄새에 내 코와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하반신과 내 얼굴을 둘러싼 물체가 불편하다. 자극적인 냄새를 맡으니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 몸이 움직인다. 무슨 음식인지 궁금하다.
내 다리와 몸이 정상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본능을 향한 내 몸부림으로 음식을 향해 진격했다. 우리 주인이 내 얼굴을 둘러싼 물체를 조심스레 벗겨 주었다. 드디어 세수를 할 수 있다. 격렬하게 세수를 한 뒤, 내 발바닥에 베인 조선 간장의 냄새를 오랜만에 맡아 보았다. 왠지 살아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음식의 냄새에 이렇게 흥분되다니 드디어 평소의 나로 돌아온 것인가.
오늘은 눈을 뜨자마자 무척 기분이 좋다. 뭔가 새로 태어난 기분이 든다. 오랜만에 주인과 수컷이 동시에 나가자는 신호를 보낸다. 함께 즐기는 산책, 아드레날린 호르몬 과다분비의 신호다. 내 눈썹과 혓바닥, 그리고 내 꼬리와 엉덩이의 움직임이 통제가 되질 않는다. 너무 신난다. 오늘 산책은 내가 지휘해야겠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에게 인사를 했다. "어디에서 왔어?", "나 어때?", "날씨 너무 좋은데?" 등등. 역시나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런 내 표현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럴 땐 번역기가 필요해 보인다. 그래도 오랜만에 나온 산책이 너무 좋다. 상쾌한 공기, 조용하고 넓은 세상, 땅에 닿은 발바닥의 느낌, 동족들이 남긴 흔적 위에 새로운 흔적을 남기며 안부를 전한다. 이 모든 것들의 조화가 나를 너무나 행복하게 만들었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면, 제일 좋아하는 간식과 함께 불편한 물의 향연과 다시 만난다. 산책 간 느꼈던 흥분과 행복이 아직 가시질 않는다. 물과 만나면 항상 춥고 불편했던 감정마저 오늘은 즐거운 시간이 된다. 너무 기분이 좋아 내 몸을 흠뻑 적신 물을 주인을 향해 시원하게 털어주었다. 내 애정의 물벼락을 맞은 주인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