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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al Oct 27. 2020

Ep.07 : 고통

전지적 반려견의 시점





                                                                                                                           

수컷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수컷의 품에 안겨 바라 본 세상과 사람들은, 이전 만큼 내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다. 왠지 모르게 혓바닥이 건조하다. 자주 깼다 잠들었다를 반복해서 그런걸까. 산책과 간식도 그다지 관심이 생기질 않는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점점 기운이 없어진다. 하반신을 조이는 물체도 불편하고, 용변을 볼때 따끔거리는 느낌이 싫다. 무엇이 문제일까.



어디론가 계속 길을 이어갔다. 근처에서 인위적인 냄새가 선명해진다. 뭔가 기억이 나는 냄새다. 수컷이 방해물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어떤 사람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왠지 불안하고 두려워졌다. 얼굴이 가깝게 닿은 공간에 나를 내려 놓았다. 낯선 손길이 내 몸을 이곳저곳 만진다. 낯선 사람의 손길에 두려워서 반항할 수가 없다. 긴장 때문에 몸과 다리가 떨린다. 낯선 사람과 신호를 주고 받는 수컷의 얼굴이 보인다. 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기다리라는 신호와 함께 수컷이 밖으로 나갔다. 너무 무서워서 온 몸을 흔들고 소리를 질렀다. 낯선 사람이 진정하라는 신호를 준다. 그래도 무서운건 어쩔 수 없다. 귀를 숨기고 꼬리를 내렸다. 낯선 사람이 나를 안고 다른 공간으로 데려간다. 불안하고 무섭다. 내 본능이 계속 하품을 하고 코를 핥게 만든다. 인위적인 냄새가 더욱 짙어졌다. 공간의 끝자락에서 알지 못하는 동족의 냄새도 난다. 푹신한 곳에 나를 내려놓았다. 다리가 떨렸다.



내 얼굴 주변에 이상한 것을 씌웠다. 너무나 무서워서 움직일 수가 없다. 주인이 보고 싶다. 수컷이 보고 싶다. 이상한 물체가 내털에 닿았다. 뭔가 시원해진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 소리가 거슬린다. 무서웠지만 얌전하게 참고 기다렸다. 얌전히 기다려야 무서운 시간이 빨리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눈 앞이 어두워졌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주인과 행복했던 추억, 수컷과 즐겁게 산책하는 장면이 눈 앞에 나타났다. 마주한 주인에게 앞발로 건드려 인사했다. 주인의 몸에 닿는 느낌이 없다. 나를 보고 미소짓고 있는 수컷의 품으로 달려가 점프했다. 역시나 느낌이 없다. 이상하다.



눈 앞에 흐릿하게 빛이 보인다. 혀를 내밀어 코를 핥았다. 혓바닥과 코 끝에 공기에 닿는 느낌이 있다. 뭔가 감각이 둔해진 것 같다. 귀를 기울이니 주변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지 않는다. 눈 앞이 멍하고 움직이기 힘들다. 낯설고 둔한 감각이 이상하고 무섭다. 냄새에 좀더 집중했다. 근처에서 수컷의 냄새가 난다. 소리를 질렀지만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너무 무섭다. 무서움에 몸을 떨었다. 갑자기 용변이 나왔다. 생식기가 아프다.



그 와중에 수컷이 내게로 왔다. 얼굴을 바라보니 떨림이 드디어 멈췄다. 이제 절대 나를 두고 어디로 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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