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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al Oct 21. 2020

Ep.05 : 질투

전지적 반려견의 시점

                                                                                                                                                                                                                                                                                                 




나는 평소 위생관념이 철저하다. 식사 후 항상 앞발로 세수를 하는 습관이 있다. 산책 후, 내 발에 붙어있는 이물질의 느낌이 상당히 불쾌하다. 이런 내 성향은 수컷을 선택하는 기준에서도 예외가 없다. 털이 단정하지 못하거나, 방정맞게 접근하는 발정난 수컷들을 극혐한다. 지금 나와 같이 살고 있는 수컷은 누구보다 크다. 이 수컷과 함께 산책을 하고 있으면, 마음의 평화와 안정감이 생긴다. 산책을 하다보면, 발정난 동족들이 들이대는 것을 막아주고 항상 나를 지켜준다. 참으로 든든한 수컷이다.



갈수록 이 수컷이 너무 좋아진다. 수컷에 대한 애정이 나의 잠자리를 변하게 만들었다. 수컷의 배는 왠지 모르게 따뜻하고 잠이 잘온다. 수컷의 배에서 일정한 비트의 소리가 들린다. 언제부터일까. 수컷의 배에 누워 나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느낌이 좋다. 나는 그렇게 주인이 없는 틈을 타서 애정표현을 했다. 까칠했던 내 이전 모습을 생각해보면 요즘 나도 놀랍다. 이...이것이 사랑의 감정이라는 걸까.

 

                                                                                                                                    

수컷을 향한 내 진심의 애정표현 만큼 나에게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여 좋다. 항상 나를 관찰하고 내가 입맛이 없어 보이면, 좋아하는 간식과 섞어 준다. 짧은 동거기간 동안 벌써 내 취향을 저격했다. 수컷의 사소한 행동들이 나를 점점 빠져들게 한다. 어느 순간부터 밥을 먹고 난 뒤 수컷을 찾는 내가 놀랍다. 그리고 항상 화장실을 관찰하고 청결하게 유지해준다. 그러던 어느날, 수컷이 뭔가를 가져왔다. 냄새를 맡아보니 내 화장실과 관련된 물건같다. 수컷이 즐거워 보인다. 그 물건에 뭔가 이상한게 표시되어 있었지만, 게의치 않고 수컷에게 용변으로 보답했다. 왠지 수컷의 얼굴이 슬퍼 보인다.




                                                                                                                                                                                                                        




우리 주인과 수컷이 함께 있으면 분위기가 뭔가 이상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모르는 감정이 생긴다. 두 사람 사이 좁은 공간을 비집고 들어갔다. 왠지 모르게 주인 눈치가 보인다. 주인을 너무나 사랑하지만, 수컷에 대한 애정이 내 본능을 통제하기 힘들다. 주인과 함께 있을 때, 수컷은 나에게 애정을 갈구하지 않기 때문에 그나마 본능을 숨길 수 있다. 그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고, 원만한 생활을 위해 나름의 원칙을 세웠다. 주인과 함께 있는 동안은 섭섭하지 않게 주인에게 충성하고, 주인이 없을 때 수컷에게 마음껏 내 감정을 표현하기로.



주인을 배웅하고 나면, 나만의 이중생활이 시작된다. 뭔가 먹고 싶은 것이 있거나 산책을 원할 때, 적극적인 표현으로 수컷과 나만의 신호를 만들었다. 수컷도 내 신호에 적극 반응하며 항상 준비를 했다. 그리고 산책 후, 맛있는 식사로 내 기분과 만족감을 최고로 승화시켜 주었다. 내 친구와 관계유지도 적극적이다. 수컷에게 좀더 관심과 애정을 받고싶다.



어느새 이 수컷을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함과 침묵은 사라졌다. 나에게 없어서는 안될 수컷이 되어가고 있다. 주인과 함께 있을 때도 나에게 관심을 더 보였으면 좋겠다. 뭘까. 이 감정은...                        






                                                                                                                                

요즘 주인에게 보채지 않는 내 모습에 놀란 주인의 모습이 보인다. 오히려 주인이 이상한 소리를 내며 나에게 신호를 보낸다. 섭섭하다는 신호인가. 왠지 모르게 주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고 있으면 더욱 그런 느낌이 든다. 주인과 함께 있을 때 살을 더 맞대고 애정표현을 해야겠다. 주인이 나가기 전까지 본능을 억제하고 집중해서 배웅해야겠다. 나는 일관성이 있으니까.



수컷이 입고 있던 물건에 누워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수컷의 냄새가 좋다. 가끔씩 거기서 낮잠도 잤다. 수컷은 이런 내 행동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내가 그 자리를 벗어날 때까지 조용히 놓아둔다. 우리 주인이 입고 있는 물건에 누워있으면, 바로 그 물건을 이상한 물체에 넣었는데...



수컷이 어디에 있든 감시하고 싶다. 계속 궁금하다. 밥을 먹거나 자는 중에도 혹시 나를 부르지 않을까 집중하게 된다. 매일 즐거운 산책을 나가고, 맛있는 밥을 먹고, 내 친구와 함께 즐겁게 놀때 항상 수컷이 있다. 이때까지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나 외로웠다. 사랑받고 있음에 너무나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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