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mal Oct 19. 2020

Ep.04 : 변화

전지적 반려견의 시점





                                                                                                              

산책을 나가는 줄로만 알았다. 내 밥그릇은 왜 가지고 나가는 걸까. 주인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두 사람과 인사하는 주인이 보인다. 나는 친하지 않아서 별 느낌이 없다. 두 사람중 한 명이 간식을 준다. 내 본능이 직감하고 있었다. 이것이 이별이라는 걸까.


                                                                       

답답하고 움직이는 물체에 또 주인과 같이 들어갔다. 다행히 주인이 투명한 뭔가를 열어준다. 지나가는 풍경과 바람을 느끼는 동안 이전에 두려웠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창문 밖을 바라보다 주인의 얼굴을 수시로 관찰한다. 이 물체만 들어오면 주인의 얼굴에 물이 흘렀었는데... 오늘은 주인의 얼굴이 건조하다.


                                                                                                                             

시간이 흘러 새로운 공간에 들어갔다. 뭔가 낯선 냄새가 감지된다. 불안해서 새로운 공간 주위를 계속 맴돌았다. 주인은 내 기분이 좋은 줄로 이해 하나보다. 내 행동을 보며 뭐라고 소리를 낸다. 그리고 내 밥그릇에 밥을 주고, 한 쪽 구석에 내 화장실을 마련해준다. 밥과 물을 마시고나니 조금 안심이 된다.


  

나는 어둡고 답답한 공간이 싫었다. 아무도 없을 때 왠지 외롭고 무서웠기 때문이다. 새로운 공간은 이전과는 달리 밖을 볼 수 있는 물체가 있다. 밖을 바라보니 왠지 마음이 편안해졌다.                       





                                                                                                                                                                                                                                                                                                         




새로운 공간의 냄새가 익숙해져 갈 때쯤, 주인의 행동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주인이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졌다. 또 무슨 일이 생긴걸까. 주인과 함께있는 시간이 짧아져서 서운했지만, 그래도 항상 일정한 시간에 들어와서 안심이 된다. 주인과 함께 있는 동안 만큼은 나에게 따뜻한 애정을 주고, 명확한 신호로 최선을 다해 놀아주는 모습이 보인다. 그래도 혼자 있는 시간만큼은 너무나 외롭다. 그렇게 주인이 없는 동안, 창문 밖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갔다. 산책이 너무 하고 싶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과 함께 포근한 냄새의 그 사람이 찾아왔다. 새로운 공간에 만나는 느낌이 왠지 조금은 낯설다. 그 사람 역시 뭔가 큰 물체를 가지고 들어왔다. 신기하게 안에서 무엇을 꺼낸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이다. 내 본능이 몸과 꼬리를 흔들게 한다. 간식을 먹는 동안 그 사람은 주인과 낮고 부드러운 소리를 낸다. 간식을 먹으니 졸리다.


                                                                             

주인의 낯선 냄새와 인기척에 다시 잠을 깬다. 주인을 바라보니 나갈 준비를 마쳤다. 아쉬운 마음에 주인에게 달려가 몸을 잡고 소리를 쳤다. 그 와중에 주변을 보니 그 사람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왠지 집에 안 갈 모양이다. 주인이 나간 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그렇게 그 사람과 새로운 동거가 시작되었다.





                                                                                                                                                                                 




이 사람은 뭔가 느낌이 다르다. 주인 대신 직접 밥을 챙겨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항상 내 밥그릇을 관찰한다. 주인과 같으면서도 다르다. 소리는 좀더 낮고 부드러우며, 소리나 행동이 간단 명료하다. 이 사람의 냄새에 좀더 집중해 보았다. 주인과는 다른 호르몬이 감지된다. 뭔가 예전에 주인과 같이 살던 사람과 비슷한... 자세히 보니 주인과 생김새도 뭔가 다르다. 이것이 수컷의 냄새라는 것인가.



아직까지 어색하지만 이 수컷과 같이 있으면 편안하다. 큰 소리를 내지않고 억지로 나를 불러 만지려 하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일이 없어서 안정감이 생긴다. 주인과 다른 점은 이 수컷은 서두르지 않는다. 반복적인 신호를 주는 주인보다 나의 행동을 말없이 관찰하는 느긋함이 느껴진다. 왠지 신뢰감이 생긴다. 이 수컷과 같이 지내기 시작한 어느 날. 산책하자는 신호를 보낸다. 훗. 한번 나가볼까.



처음으로 이 수컷과 산책을 나왔다. 새로 보는 공간에 좋은 냄새가 나고 조용하다는 느낌이 든다. 나의 목줄을 자연스럽게 풀어줘서 긴장감이 풀린다. 내가 동족의 냄새를 맡고 용변을 보더라도 당기지 않고 기다려 준다. 새로 만난 사람들이 나에게 관심을 갖는다. 뭔가 새로 맡는 냄새의 사람들이다. 세상은 참 넓구나.



기분 좋은 산책 중에 잠깐 쉬었다. 수컷이 이상한 기계를 내 눈앞에 들이민다. 우리 주인이 그 안에 들어있는 것만 같다. 왠지 얼굴은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주인의 목소리가 들린다.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니 역시나 주인은 없다. 이상하다. 수컷은 어리둥절하는 나를 빤히 쳐다본다. 산책이 끝나고 간식을 준다. 그리고 나서 내 몸에 또 물이 닿는다. 사실 물이 싫었지만 이상하게 참을 수 있다. 자연스럽게 수컷에게 내 친구도 소개해주었다. 이 수컷의 느낌은 뭘까. 주인과는 좀 다르면서도 너무 좋은 느낌이다.                     









































                                            




























































                                    






















                                              






















                                      
























이전 03화 Ep.03 : 만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