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랑의 추억보다 이별이 더욱 소중한 이유
마음의 여유찾기와 원형 이론에 대한 고찰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한 삶을 위해 쉼없이 달려왔던 사랑의 이정표가, 어느 순간 소통의 부재로 차츰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위기를 감지하고 관계의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을 시도해 보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진정성을 알 수 없는 내용 뿐이었다.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 중에 마음이 아팠던 감정들은 소외감, 정신적 번아웃(Burn out), 자존감 하락 등으로 나타나며 내가 꿈꿔왔던 행복과 점차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별을 직감하고 나서야 같은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다는 나의 생각과 달리, 에너지를 소비하며 막연하게 달리고 있는 혼자만의 모습과 대면하게 되었다. 내 인생에서 행복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그저 사랑하는 사람과의 진솔한 소통이었는데.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인생의 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상대방의 진심을 알 수 없는 부분과, 상대방의 삶의 우선 순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소외감은 내 삶의 가치관과는 상당히 다른 길이었고, 이별의 과정에서 느낀 수 많은 감정들은 나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어느 순간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 무리하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며 측은한 마음이 생겼다. 여러가지 감정의 발생 원인을 인지한 후, 오랜시간 고민을 통해 정의내린 결론은 사람은 항상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떤 목표를 위해 무작정 달려가기만 하는 것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목표의 방향에 대한 수시 검증 및 확인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 길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걸어가고 있는 길일 경우에 진솔한 소통은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통은, 궁극적으로 대인관계의 아름다운 꽃과 같다.
이렇게 이별을 인지하고 나서야, 모든 일을 잠시 내려놓고 현실에 마주한 나와 마주쳤다. 그리고 너무 추상적인 목표와 행복만을 위해 브레이크 없이 달려가지는 않았는지, 사랑하는 사람의 보이지 않는 감정 표현을 외면하고 나의 울타리 안으로 포함시키려 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수 많은 생각이 나를 괴롭혔다. 사람들은 본인의 체형에 따라 맞는 옷이 있으며, 체중 및 체형의 변화에 따라 그 옷의 사이즈도 달라질 수 있다. 즉, 사람들은 신체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옷을 바꿔입을 수 있고, 대인관계에서도 상황에 따른 맞춤 옷은 존재하는 것이다. 이러한 맞춤 옷은 인간의 가면 또는 페르소나와 동일한 개념으로, 자아정체성의 확립과 건강한 내면을 위해 본인을 정확하게 인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며,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입고 있는 옷이 불편하거나 도저히 입을 수 없는 옷이 되었을 때, 그 옷을 버리거나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으려고 했었다. 이 과정에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이 수반되었는데, 그래서 항상 본인의 몸보다 여유있는 옷을 입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입을 수 없는 옷은 보는 것만으로 만족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에 오늘도 가슴 깊이 흐느껴 운다.
상대방과 진솔하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진솔한 감정표현이 서로를 위해 꼭 필요하다.
심리학 용어 중 직장 및 사회생활 간 대인관계에서 자신의 기여도를 실제보다 항상 크게 생각하는 생각을 가용성 편향(Available Bias)또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한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 일종의 고정관념(Stereo type)과도 유사한 개념으로,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본능적 특성 때문에 대인관계에서 서로 소통이 되지 않을 경우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한다. 더욱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인간의 특성을 바탕으로 본인의 메타인지의 확립이 더욱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소통을 위한 경청의 자세는 나 뿐만아니라 상대방을 배려하는 최고의 덕목 중 하나이다.
그리고 대인관계에서 발생하는 감정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상호성의 법칙(The law of reciprocity)도 진지하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일종의 보상심리와 일맥상통하는 개념으로, 인간은 사랑을 주는 것 뿐만아니라 받고 싶어하는 본능적인 욕구에 기초한 것이다. 상대방에게 어떤 호의나 행동을 베풀면 보상의 감정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이러한 보상 심리에 대한 결과로 본인의 기대에 대한 보상이 부족하거나 충족이 되지 않았을 때, 우리는 더욱 대인관계에서 발생되는 상실감과 서운함의 감정을 느끼는 것인지도 모른다.
진심으로 소통하고 서로를 아껴주는 인연을 만날 수 있을까?
이렇게 대인관계나 연애의 과정에서 이러한 소통의 어려움과 한계를 느끼는 것은, 본인 스스로 현재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본인이 선호하는 옷에 상대방을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하거나, 상대방이 기준에 벗어났을 때 생기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인지하지 못한다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더욱 고통스러운 길로 이어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돌발적인 감정표현이나 행동은 본인의 감정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으로, 죄책감이나 자존감의 하락 등으로 이어져 본인 스스로 더욱 외로운 인생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본인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로 상대방과 억지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은, 두 사람 모두에게 비극이 될 수도 있다.
본인의 성향을 제대로 인지하고 지금보다 나은 정신적 행복을 꿈꾸기 위해서 칼 구스타브 융이 주장한 원형이론 또한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형태적인 측면에서 사람의 본능적인 부분이 생리적 측면을 강조하며 감각을 통해 인지능력을 습득하는 것이라면, 원형은 상징적인 이미지에 의해 나타나는 특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즉, 본능이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 특유의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면, 원형은 인간 특유의 여러가지 성품을 형성하게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둥글게 인생을 살아가며 사람들과 진정으로 소통하는 것이 원형의 주된 목적이 아닐까.
선과 면, 도형 등의 모양이나 크기, 상대적 위치 그리고 공간의 성질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을 우리는 기하학(Geometry)이라고 부른다. 구스타브 융이 주장한 원형 이론을 바탕으로 개인적인 의견을 보충하자면, 사람은 살아온 인생의 환경에 따라 삼각형이나 사각형, 다각형 등 다양한 개성화된 도형으로 인격을 나타낼 수 있다. 즉, 본인이 원하는 행복한 인생을 위해서 성향이나 가치관의 도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원으로 가공하는 과정이 자기실현을 이루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볼 수 있다.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위한 포용력, 공감, 이해, 배려 등 본인이 갖지 못한 모든 가면들은 원형으로 가는 과정에서 필요하며, 어쩌면 이런 가면들이 자연스러워 졌을 때 비로소 인격이 완성 될지도 모른다.
소중한 사람들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과정이, 진정한 자아의 원형을 이루는 방법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본인의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그리고 자신을 너무 학대하며 가혹하게 살아왔거나, 완벽함을 추구한 나머지 소중한 사람들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은 각자 전통적인 문화와 사상을 바탕으로, 전수받은 사회적 관습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살아가고 있으며, 나에게 있어 평생을 같이 살아갈 사람을 찾는 과정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아직까지 사랑은 나에게 너무나 어려운 과제지만, 이러한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고 더욱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끊임없이 사람들과 진심으로 소통하며, 원형의 인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속도를 맞춰 같이 걸어가기 위해, 마음의 여유를 찾고 다시 한번 천천히 걸어가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