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홈즈의 추론법, 프롬프트가 되다(2)

Sherlockian Way of Thinking

by 박승룡

5. 가추법: 가장 자연스러운 설명을 끌어내라

가추법(Abduction)은 어떤 관찰된 결과를 가장 잘 설명해 줄 수 있는 가장 그럴듯한 원인이나 설명을 추론하는 방식이다. 결론을 확정적으로 도출하는 연역법이나, 사례를 일반화하는 귀납법과 달리, 가추법은 설명 가능성에 기초해 가장 개연성 높은 해석을 선택하는 사고방식이다. 범죄 수사, 의학 진단, 일상 대화 속 추론 등 실생활 대부분의 추리는 가추법의 형태를 띠고 있다.

셜록홈스의 추리에서도 가추법은 핵심적인 도구였다. 《주홍색 연구》에서 홈즈는 범인의 피로 벽 위에 쓴 ‘Rache’라는 단서를 보고, 단순한 살인 이상의 동기가 있음을 직감한다. 이 단서들이 흔한 강도나 우발적 살인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여러 가능성을 검토한 끝에, 이 모든 단서들을 가장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는 시나리오 — 복수 — 에 도달한다. 여기서 핵심은 이 시나리오가 진실이기 때문이 아니라, 현재 드러난 단서들을 가장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AI 프롬프트 설계에서 가추법은 명확한 정답이 없거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문제에 대해 가장 개연성 있는 설명을 유도할 때 특히 유용하다. 이는 AI에게 완벽한 정보 대신 불완전한 조건을 던지고, 그 안에서 가장 ‘그럴듯한 이야기’를 끌어내도록 만드는 질문 전략이다.


프롬프트 전략: 결과는 고정하고, 가장 자연스러운 설명을 유도하라

가추법적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은 흐름으로 설계된다:
가. 확정된 결과나 관찰된 현상 제시
나.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AI에게 가능한 설명을 요청
다. 가장 그럴듯한 해석 또는 가능한 시나리오 중 우선순위를 평가하거나 비교하게 하기

이 방식은 다음과 같은 분야에 특히 강하다:
• 사용자 이탈/행동 원인 분석
• 범죄 시나리오 생성
• 의료적 증상 분석
• 픽션/스토리 전개
• 외부 피드백 원인 추론


프롬프트 예시

① 고객 행동의 배경 추론: "결과: 사용자가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은 후, 결제하지 않고 이탈했다.

Ⓐ 심리적 요인
Ⓑ 외부 요인(가격, 배송 등)
Ⓒ 기술적 요인(UI, 결제 오류 등)"
→ 이 프롬프트는 단 하나의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다수의 개연성 높은 원인 후보군을 AI로부터 유도하는 방식이다.


② 이야기 구조 예측: "줄거리 요약: 소설 주인공은 평생을 외톨이로 지내다 갑자기 사라진다. 이 등장인물의 마지막 행동(사라짐)을 가장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는 배경 서사를 만들어줘. 가능한 배경 두 가지를 제시하고, 각각의 개연성과 감정적 설득력을 비교해설명해 줘."
→ 픽션 생성에서도, 관찰된 결과(사라짐)를 중심에 두고 가장 그럴듯한 스토리를 역으로 만들어내는 가추형 구조다.


③ 감정 분석의 배경 찾기: "결과: 고객 리뷰에는 '배송은 빨랐지만 다시는 이용하지 않겠다'는 문장이 포함돼 있다. 이 리뷰를 바탕으로, 고객이 이렇게 느꼈을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를 두 가지 작성해 줘. 각 시나리오는 서비스 경험의 어느 지점에서 부정적 전환이 일어났는지를 포함해야 해.”
→ 리뷰나 피드백과 같은 결과 지표에서 역으로 원인을 추론하는 방식은 가추형 프롬프트의 대표적 응용이다.


④ 오류 메시지 해석: "결과: ‘404 not found’ 오류가 반복적으로 특정 사용자에게만 발생하고 있어. 가능한 원인을 세 가지 제시하고, 각 원인에 대해 그럴듯한 기술적 설명과 해결 방안을 함께 설명해 줘."
→ 기술적 문제의 원인을 설명하는 데도 가추법은 유효하다. AI는 다양한 가능성을 나열하고, 그중 가장 개연성 있는 설명을 중심으로 응답하게 된다.


제4장-05.png 가추형 프롬프트는 주어진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개연성 있는 설명을 AI가 도출하도록 유도한다.

요약: 가추형 프롬프트는 AI에게 ‘설명할 자유’를 허용한다

가추법은 ‘결과를 보고 가장 자연스러운 이유를 유추’하는 방식이다. 프롬프트 설계에 이 추론법을 적용하면, AI는 단순히 정보를 회수하는 도구에서, 상상력과 논리를 동원해 복수의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추론 기계로 기능하게 된다.

셜록홈즈는 언제나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그중 하나하나를 실제 단서들과 비교하며 가장 그럴듯한 설명을 선택했다. 그는 "이건 단지 이론일 뿐입니다"라는 말을 자주 했지만, 그 ‘이론’은 늘 현실을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단 하나의 이야기로 남았다.

가추형 프롬프트는 그와 같은 지점을 AI에게 요구한다. 답을 강요하는 대신, 설명을 유도하라. 그 설명 속에서 사고가 시작된다.


6. 귀추법: 결과를 주고 원인을 거꾸로 찾아라

귀추법(retroduction 또는 reverse inference) 은 어떤 결과가 주어졌을 때, 그 결과를 일으킬 수 있었던 가능한 원인이나 전개 과정을 거꾸로 추론하는 사고방식이다. 가설-연역법이 "만약 ○○라면 → △△일 것이다"라는 순방향 추론이라면, 귀추법은 "지금 △△라는 결과가 있다면, 그전에는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역방향 사고에 가깝다.

셜록홈스는 이 귀추적 추론을 실제 사건 해결에서 자주 활용했다. 예를 들어,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에서 홈즈는 세 사람의 죽음이 모두 ‘오렌지 씨앗이 든 편지를 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한다. 그는 먼저 ‘죽음’이라는 동일한 결과를 전제로 두고, “이 죽음들이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의 체계적인 경고와 실행의 결과일 수 있다”는 거꾸로 된 원인 구조를 탐색한다. 이때 홈즈는 “누가 죽였는가?”보다 먼저 “무엇이 이 죽음을 불렀는가?”라는 사고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과정을 되짚으며 사건의 윤곽을 좁혀간다.

AI 프롬프트 설계에서 귀추법은 결과부터 주고, 그에 이르게 된 과정이나 원인을 AI가 역으로 추론하도록 요청하는 방식이다. 이는 특히 사용자 행동 분석, 문제 해결 경로 추적, 이야기 재구성, 기술 문제 디버깅 등에 효과적이다. AI가 단순히 정답을 내놓기보다, 사건을 구성하고 분석하는 사고 흐름을 따라가게 된다.


프롬프트 전략: 결과를 먼저 제시하고, 가능한 전개나 원인을 추론하게 하라

귀추형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은 구조를 따른다:
가. 명확한 결과나 현상 제시
나. 그 결과가 나타나게 된 가능성 있는 원인이나 시나리오 요청
다. 과정의 순서를 추정하거나, 그 중 핵심 단계를 설명하도록 유도

이 방식은 특히 다음과 같은 분야에서 유용하다:
• 사용자 이탈, 실패 원인 분석
• 스토리 전개 재구성 또는 창작
• 문제 발생 원인 추적(기술/비즈니스)
• 역사적 사건, 범죄, 의료 추론


프롬프트 예시

① 고객 불만 리뷰 역추론: "결과: 고객이 남긴 리뷰 – ‘상품은 좋았지만 전체 경험은 실망스러웠다.’ 이러한 리뷰가 남겨졌을 가능성이 높은 쇼핑 경험의 흐름을 3단계로 나눠 설명해 줘. 각 단계에서 고객이 겪었을 법한 감정 또는 이탈 요인을 포함해 줘."
→ 결과(리뷰)만 주어지고, AI는 전체 경험의 시간 흐름을 역으로 구성하며 가능한 원인을 추론하게 된다.


② 이야기 재구성: "결말: 주인공은 한밤중에 도시를 떠난다. 이 결말에 이르게 된 5일간의 사건을 상상해구성해 줘. 각 날짜별로 주요 사건 1건씩, 정서적 변화 1가지를 포함시켜 줘."
→ 픽션 창작에 있어 귀추적 프롬프트는 결말에서 출발해, 그에 이르는 전개 과정을 상상하고 설계하게 하는 데 유용하다.


③ 기술 문제 추적: "결과: 서버의 응답 속도가 이틀간 평균보다 40% 이상 느려졌다. 이와 같은 성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는 가능한 원인들을 세 가지 이상 제시하고, 그중 가장 가능성 높은 원인에 대해 세부 검토 절차를 제안해 줘."
→ 이 프롬프트는 결과만 주어진 상황에서, 원인을 구조적으로 역추적하게 하는 형태로 AI가 실질적 분석을 수행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④ 정책 실패 분석: "결과: 시행된 ‘야간 교통비 할인 정책’이 오히려 시민 만족도를 낮추었다.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을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세 가지 제시하고, 각각의 원인이 발생했을 수 있는 제도적 또는 환경적 배경을 설명해 줘."
→ 사회적 현상이나 제도 실패의 숨은 원인을 귀추적으로 구성하는 고차원적 사고를 AI가 수행하게 한다.

제4장-06.png 귀추형 프롬프트는 결과에서 출발해 가장 타당한 원인과 과정을 AI가 역으로 추론하게 만든다.


요약: 귀추형 프롬프트는 AI로 하여금 ‘시간을 되짚게’ 만든다

귀추법은 결과가 모든 단서보다 앞서 주어진 상태에서, 그 원인과 경과를 거꾸로 구성하는 추론이다. 이 방식을 프롬프트 설계에 적용하면, AI는 단편적 정보를 모으는 수준을 넘어 하나의 전개 과정 전체를 구조화하고 해석하는 사고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셜록홈스는 흔히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먼저 “이 일이 어떻게 벌어졌는가?”를 물었다. 그는 결과에서 원인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훈련을 통해, 복잡한 사건 속에서도 가장 단순한 이야기 구조를 발견해 냈다.

오늘날, 프롬프트도 같은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다. ‘왜?’가 아니라 ‘어떻게 여기까지 왔을까?’를 묻는 것, 그게 바로 귀추형 질문이고, 그 질문이야말로 AI에게 진짜 ‘사고의 흐름’을 요청하는 방식이다.


7. 제거법: 불가능한 걸 지워가며 답을 좁혀라

제거법(Method of Elimination) 은 여러 가능성 중에서 하나씩 불가능하거나 모순되는 선택지를 제거해 나감으로써, 결국 남는 한 가지 가능성에 도달하는 추론 방식이다. 이 방식은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논리 기법이며, 정보가 불완전하거나 선택지가 복잡하게 얽혀 있을 때 특히 유용하다.

셜록홈스는 제거법의 달인이었다. 그는 《주홍색 연구》에서 이렇게 말한다. “불가능한 것을 제거하고 나면, 아무리 믿기 어려운 것일지라도 남는 것이 진실이다.” 이 말은 단순한 수사적 표현이 아니라, 실제 그의 추리 방식의 핵심을 이룬다. 여러 가능성을 일일이 살펴보고, 하나씩 말이 안 되거나 증거와 모순되는 가설을 지워나가다 보면, 마침내 남는 유일한 가능성 — 그것이 얼마나 기괴하든 간에 — 진실이라는 것이다.

AI 프롬프트 설계에서 제거법은 여러 가능한 답변 중 불필요하거나 모순되는 것들을 하나씩 제외하면서 최종적인 정답 또는 최적의 선택지를 좁혀나가는 구조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는 특히 선택형 판단, 조건 충돌 검토, 의사결정 보조, 대안 비교 등에서 강력한 도구가 된다.


프롬프트 전략: 선택지를 모두 나열하고, 하나씩 지워나가게 하라

제거형 프롬프트는 다음과 같은 구성으로 설계된다:
가. 복수의 선택지 또는 가설을 제시
나. 각 선택지에 대해 조건 또는 증거와의 충돌 여부를 검토
다. 그 결과 가장 적합한 선택지를 남기는 방식으로 답을 도출

이 전략은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특히 유효하다:
• 제한된 조건 속 의사결정
• 상호배타적인 요소 간의 충돌 분석
• 문제 해결 과정 설명
• 범죄, 오류, 원인 역추적


프롬프트 예시

① 의사결정 보조: "다음 세 직업 중에서 어떤 것이 A에게 가장 잘 맞는지 판단해 줘.

- A의 조건: 내향적 성향, 반복적 업무 선호, 팀보다는 개인 작업 선호

- 직업 후보: Ⓐ 소매점 매니저 Ⓑ 데이터 분석가 Ⓒ 고객 서비스 담당자

각 직업이 A의 조건 중 어떤 점과 충돌하는지를 분석한 뒤, 가장 적합한 선택을 제얀해줘."

→ AI는 각 직업을 A의 조건과 비교해 모순되거나 부적합한 선택지를 제거해 나간다. 결과적으로 남는 것이 논리적으로 정제된 선택지다.


② 사건 배후 추적: ”다음은 어느 범죄 사건에서 용의자 세 명의 정보야.
Ⓐ 용의자 A: 사건 당시 다른 도시에서 강연 중이었고, 알리바이가 확인됨
Ⓑ 용의자 B: 피해자와 과거 소송 기록이 있음. 현장 근처 CCTV에 모습이 없음
Ⓒ 용의자 C: 피해자와 아무런 관계없음. 사건 현장 인근 공사장에서 일함
이 정보를 바탕으로, 범인이 될 수 없는 사람부터 제거하며 최종 유력 용의자를 도출해 줘."
→ 이 프롬프트는 사실과 논리를 기준으로 한 소거 작업을 통해 AI가 선택지를 좁히며 과정 중심 추론을 수행하게 유도한다.


③ 제품 선택에서 제거 기준 사용: ”아래 4개의 노트북 중 하나를 골라야 해. 조건은 다음과 같아:

Ⓐ 제품 A: 1.5kg, 12시간, 3 포트

Ⓑ 제품 B: 1.2kg, 8시간, 2 포트

Ⓒ 제품 C: 1.1kg, 11시간, 1 포트

Ⓓ 제품 D: 1.25kg, 12시간, 2 포트
조건에 맞지 않는 제품을 제거하고, 최종 선택만 남겨줘."
→ AI는 조건에 따라 하나씩 제거 작업을 수행하면서 최종 적합 대상을 결정한다. ‘선택’이 아니라 ‘제외’라는 방식으로 답에 접근하게 만드는 대표적 제거형 프롬프트다.


④ 인물 식별: "다음 중 홈즈가 탐정으로서 사용하지 않았던 기술은 무엇인가?
Ⓐ 담배 재의 분석
Ⓑ 발자국 거리 계산
Ⓒ 글자의 높이 계산
Ⓓ 필적 분석
각 항목을 실제 홈즈의 방식과 비교해, 실제 사용되지 않은 것을 제거법에 따라 찾아줘."
→ AI는 각 선택지를 ‘가능성 있음/없음’ 기준으로 하나씩 검토하며 제거하고, 정답 하나를 남기는 고전적 문제 해결 방식을 수행하게 된다.

제4장-07.png 제거형 프롬프트는 불가능한 선택지를 지워가며 최적의 답을 남기는 논리적 추론 방식이다.


요약: 제거형 프롬프트는 ‘과정을 통해 답을 좁히는 구조’다

제거법은 정답을 직접 찾기보다, 잘못된 답을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실에 도달하는 추론법이다. 이 방식은 특히 불확실성 속에서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를 찾아야 할 때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프롬프트 설계에서도 정답을 묻는 대신, 가능성을 하나씩 지우는 구조로 질문을 바꾸면, AI는 자연스럽게 과정 중심의 사고를 따라가게 된다.

이것은 단순한 지식의 호출이 아니라, 질문 안에 ‘생각의 흐름’을 담는 방식이자, 사용자가 논리적 설계자가 되는 순간이다.


8. 정리: 추론이 질문이 되고, 질문이 도구가 될 때

이 장에서는 셜록홈즈가 사용한 여섯 가지 논리적 추론법을 바탕으로, 각각이 어떻게 생성형 인공지능의 프롬프트 설계 전략으로 응용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이처럼 프롬프트는 단순한 명령이 아니라, 하나의 사고 설계 도구가 될 수 있다. 홈즈가 그랬듯, 우리가 AI에게 질문을 던질 때도 그 질문은 논리 위에 서야 하며, 정보가 아니라 판단과 설계의 언어여야 한다.

그러나 논리 구조를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직접 질문을 구성해 보고, AI의 반응을 관찰하며, 그 과정을 통해 스스로의 사고방식을 다듬는 경험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 추론 도구들을 실제로 써보게 될 것이다. 프롬프트는 머릿속에서 탄생하지만, 그 진짜 힘은 손으로 쓰고, 눈으로 확인할 때 드러난다. 이제, 셜록홈스처럼 사고하고 질문하는 법을 직접 실습하며 훈련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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