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젊은 인도를 만나다 (2)

전략적 파트너십의 가능성과 한계

by 박승룡

※ 2024년 1년 간의 인도 생활, 그 전후 진행했던 인도에 대한 학습과 연구를 바탕으로 K콘텐츠아카데이포럼의 기관지 KIWI에 썼던 글입니다. 인도 진출, 인도 업체와의 협업을 진행 중이거나 계획하고 있는 우리나라 콘텐츠 기업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2. 문화적 특성과 소비자 성향: 다양성과 감성, 그리고 K-콘텐츠에 대한 열린 태도

인도는 세계에서 가장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나라 중 하나다. 힌두교를 중심으로 이슬람교, 기독교, 시크교 등 다양한 종교가 혼재하며, 지역마다 고유한 언어와 생활양식, 예술전통을 지닌 다민족 다언어 사회다. 공식 언어만 해도 22개에 이르며, 비공식 언어까지 포함하면 1,600개가 넘는다. 이런 문화적 복합성은 곧바로 소비자 성향의 이질성과 세분화로 이어지며, 콘텐츠에 대한 선호 또한 지역별·계층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이질성에도 불구하고, 인도 소비자들은 대체로 감정에 호소하는 서사와 강한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 구조, 화려한 시각적 연출, 음악과 춤의 통합적 구성에 익숙하다. 이는 한국의 대중문화 콘텐츠가 가진 특성과 상당히 맞닿아 있다. 예컨대 인도 팬들은 K-드라마의 감정선, 특히 가족·우정·사랑 같은 보편적 정서에 깊이 공감하며, 아이아이돌 중심의 퍼포먼스형 K-POP에도 강한 몰입을 보인다.돌 중심의 퍼포먼스형 K-POP에도 강한 몰입을 보인다.

한국 문화콘텐츠 온라인/모바일 접촉 플랫폼 (출처 : 해외한류실태조사결과보고서)

2024년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인도 응답자의 89.2%가 한국 콘텐츠를 시청한 경험이 있으며, 특히 드라마와 K-POP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그 중 10~20대 여성층이 K-POP 소비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들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한국 콘텐츠를 활발히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K-콘텐츠에 대한 높은 관심은 최근 구체적인 교류 활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 K팝 아이돌인 엑소 수호와 효린이 인도에서 팬미팅을 개최해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으며, 한국 영화 <파묘>는 75개라는 제한된 스크린 수에도 불구하고 100일 이상 상영되는 등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2023년 10월에 개최한 한-인도 BGMI 친선대회 포스터 (출처 : Sportskeeda)

또한 게임 분야에서는 2023년 10월 '한-인도 BGMI 친선 대회'가 열렸고, 주한인도문화원이 삼성웰스토리와 MOU를 체결하거나, 경상북도가 인도의 아유르베다 의사들을 초청해 의료관광 페스타를 여는 등 비즈니스와 문화를 아우르는 교류가 활발해지는 추세다.


3. 정책 및 규제 환경: 거대한 기회 속에 내재된 제도적 장벽

인도 정부는 지난 10여 년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산업을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축 중 하나로 육성해왔다. 특히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 정책, 외국인직접투자(FDI) 완화, OTT와 방송, 광고 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산업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콘텐츠 산업은 ‘문화산업’이자 ‘첨단 디지털산업’으로 인식되며, 민간 플랫폼 중심의 콘텐츠 유통 구조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예컨대 OTT 산업의 경우, 외국계 자본에 대해 100% FDI가 허용되며, 콘텐츠 제작이나 유통에 있어 규제 장벽은 비교적 낮은 편이다. 이는 넷플릭스·디즈니+핫스타·아마존 프라임 등 글로벌 플랫폼의 빠른 안착을 가능케 한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와 더불어, 인도 정부는 디지털 광고와 크리에이티브 스타트업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디지털 혁신기금(Digital India Innovation Fund) 및 AVGC(애니메이션·VFX·게임·코믹스) 정책 태스크포스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몇 가지 구조적 리스크 요인도 공존한다. 첫째, 검열 및 규제 리스크다. OTT 콘텐츠에 대한 공식적인 사전 심의 제도는 없지만, 민간 자율심의 기구인 IBF(Indian Broadcasting Foundation)의 윤리 규정이 실질적 기준으로 작용하며, 정치적 민감 이슈에 대한 자의적 규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실제로 일부 OTT 시리즈가 특정 종교나 정치 인물과 관련된 이유로 방영 중단 혹은 수정 조치를 받은 사례도 있다.

인도 크리에이티브 생태계 정책 지형도 (출처 : Meity)

둘째, 복잡한 주(州)별 행정체계와 차등 규제다. 인도는 연방제 국가로서 각 주마다 방송·광고 관련 세율, 더빙 규정, 콘텐츠 등급 기준 등이 상이하다. 이는 특히 콘텐츠 현지화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외국 콘텐츠 기업에게는 유통 채널과 버전별 자막·더빙 제작 등에서 비용 및 행정 부담을 가중시킨다.

셋째, 지식재산권(IP) 보호 환경이 불안정하다. 비공식 굿즈 유통, 해적판 콘텐츠 공유, 불법 다운로드 등 지재권 침해 사례가 여전히 빈번하며, 이를 제재할 수 있는 사법적 집행력도 낮은 편이다. 콘텐츠 산업의 수익모델 안정화를 위해서는 지재권 보호 강화와 법적 인프라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

넷째, 한국과 인도 간 제도적 협력 체계가 아직 미진하다는 점이다. 한-인도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는 주로 상품·제조업 중심으로 구성돼 있으며, 문화 콘텐츠 분야 협력을 다룬 조항은 매우 제한적이다. 양국 간 공동제작, 공동배급, 지재권 보호를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 등 실질적 제도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절실하다.

요약하자면, 인도 콘텐츠 시장은 외국 기업에게 상대적으로 개방적인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 지재권 보호, 지역별 규제 차이 등에서 실질적인 운영 리스크가 존재한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인도 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정책 환경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현지 파트너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제도적 리스크를 분산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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