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산업을 생태계로 바라볼 때

지속가능 전략, 미래 비전 확보 전략과 KOCCA의 역할 (2)

by 박승룡

(1편에서 계속)

4. 생태계 렌즈로 본 KOCCA의 기능·역할

생태계 관점을 콘텐츠산업에 적용하는 것이 위와 같은 효용이 있다면,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기능과 기능별 사업을 생태계 렌즈를 통해 볼 필요도 있겠다. KOCCA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공공기관으로 설립된 국가대표 콘텐츠산업 진흥기관이기 때문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은 한국 콘텐츠산업의 ‘숲’을 가꾸는 조율자이자 오케스트레이터로, 인재 양성·제작 인프라·해외 진출 지원을 통해 생태계 전체의 연결과 성장을 이끌어 간다

KOCCA의 기능은 기획–제작–유통–수출–인재–R&D–금융–공정거래를 모두 아우른다. 특히, 해외 진출의 교두보인 해외비즈니스센터는 전 세계 25개소에 이르며, 대전의 ‘스튜디오큐브’ 같은 대형 인프라는 제작 현장에 실질적인 대안을 제공한다.

이러한 KOCCA의 방대한 기능을 ‘토양–유기체–대기’ 모델로 재배치하면 그 역할과 잠재력이 한눈에 들어온다. 즉, 사업 “하나하나”가 아니라 산업 전체의 연결·증폭·복원력을 설계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콘텐츠산업의 성패는 더 이상 개별 프로젝트의 완성도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추천 알고리즘, 현지화 파이프라인, 팬덤의2차 창작, 굿즈·전시·게임 등 보완재 같은 네트워크 요인이 결과를 크게 좌우한다.

둘째, 플랫폼 정책·규제·환율·AI 기술 변화와 같은 외부 변수가 많아 탄력성과 대체 경로가 필수가 됐다. 생태계 관점은 KOCCA가 ‘무엇을 얼만큼 지원하느냐’를 넘어‘무엇을 어떻게 연결하고 표준화하며 재투자 루프를 어떻게 닫느냐’로 초점을 이동시킨다.

KOCCA의 핵심 기능과 사업을 생태계 부문별로 매핑해 보면 다음과 같다. 사업은 2025년 사업설명회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5. 정부 정책 방향과 KOCCA의 정합성 진단

최근 정부는 K-컬처 시장 300조 원, 방한 관광객 3,000만 명 달성을 목표로 콘텐츠 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약 10조 원 규모의 정책금융 지원, 국내 OTT 해외 진출 지원, 방송·미디어 전 과정 AI 도입 등을 핵심 수단으로 제시했다. 이는 K-콘텐츠를 뷰티, 푸드, 관광 등 연관산업과 연계해 동반성장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 표명이다.

이러한 정책의 큰 방향과 KOCCA의 현재 기능·사업을 생태계 관점(토양–유기체–대기)에 포개어 보면, 무엇이 이미 잘 맞물려 돌아가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또렷해진다.

먼저 강점부터 보자. 25개에 이르는 해외 거점은 정부가 내세운 ‘해외 확장’ 기조와 정합성이 높고, 기업 입장에선 바이어 발굴–현지화–홍보까지 이어지는 안정적 파이프라인으로 작동한다.

대전 스튜디오큐브를 비롯한 공공 제작 인프라는 ‘AI 전 과정 도입’의 실험 무대로서 의미가 크다. 실제 제작·후반 공정에 AI 번역·QC·메타데이터 자동화를 얹어보며 비용과 리드타임을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표준계약서와 분쟁조정 기능은 AI·UGC 시대의 필수 안전장치다. 권리와 책임의 경계를 명료화해 거래비용을 낮추고, 창작·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을 제도적으로 흡수한다는 점에서 생태계의 ‘법과 질서’를 담당한다.

반면 보완 과제도 분명하다. 우선 토양 측면에서 정책금융의 연계가 파편적이다. 정부의 10조 원 규모 정책금융이 현장까지 원활히 흘러가려면 가치평가–보증–투자–해외 마케팅 지원을 하나의 여정으로 묶는 ‘원클릭’ 패키지 설계가 시급하다.

같은 토양과 유기체의 경계에서는 OTT·AI 시대에 맞는 데이터 표준의 부재가 걸림돌이다. 자막, 메타데이터, 권리 정보처럼 글로벌 유통의 공용어가 되어야 할 항목을 제작지원이나 시설 이용 조건과 연동해, 생태계 전체가 동일한 규격으로 말하게 만들어야 한다.

대기와 유기체가 만나는 지점에서는 연관산업과의 동반성장 모델이 약하다. K-콘텐츠를 관광·소비재와 함께 묶어 수출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KOCCA–한국관광공사–KOTRA가 기획·집행·성과 공유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상시 협업 체계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대기 차원의 데이터 공개가 부족하다. 해외 비즈니스센터별 상담→계약 전환율, 국가·플랫폼 의존도, IP의 파생 전환율 같은 핵심 지표를 정기적으로 공시하면, 민간이 데이터를 근거로 전략을 설계하고 리스크를 선제 관리할 수 있다.


6. 맺음말: K-컬처 위상 제고를 위한 KOCCA 역할 기대

콘텐츠산업을 생태계로 본다는 것은 개별 작품의 흥행을 넘어 IP–플랫폼–팬덤–보완재가 맞물려 돌아가는 자기증폭 네트워크(플라이휠)를 설계하고, 측정하며, 끊임없이 보강하자는 것이다. ‘K-컬처 300조’ 비전으로 대표되는 이재명 정부의 콘텐츠산업 정책 방향은 이런 생태계 전략에 강력한 추진력과 자원을 공급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 전략산업으로서 K-컬처의 위상을 높이려면, 대형 목표만이 아니라 그 목표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인프라 -- 상호운용 표준, 신뢰가능한 데이터, 참여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성과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지표 -- 가 정교하게 깔려야 한다.

정부의 정책금융, OTT·AI 전 과정 도입, 해외시장 확대 기조는 바로 그 인프라를 확장·가속하는 데 쓰일 때 가장 큰 효과를 낸다. 정책의 크기만큼 운영의 치밀함이 따라붙어야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역할이 중요하다. KOCCA는 중앙정부의 큰 방향을 산업의 언어로 번역해 현장의 실행으로 연결하는 ‘오케스트레이터’이기 때문이다.

KOCCA가 쌓아온 해외 네트워크, 공공 제작 인프라, 데이터 역량은 이미 든든한 자산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속도와 일관성이다. 국가대표 콘텐츠산업 진흥기관이라는 위상에 걸맞는 KOCCA의 큰 활약을 기대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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