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참 모질었었던 나

내 아픔을 드러내서 괜히 아파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by 용띠 취준생

어느덧 취업 준비를 한지도 1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그 사이 나는 이룬 게 아무것도 없다. 돈도, 집도, 연애도... 모든 걸포기하며 취업 준비만을 했다.


"취업만 되면 모든 게 해결될꺼야!"


이 말을 예수와 부처님의 말씀처럼 굳게 믿고 있다. 그래서 아직은 때가 되지 않은거라고. 취업만 되면 모든 문제는 다 해결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야 나의 그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았음을. 나만의 믿음이 틀린 것이 아님을 증명해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그러면 그럴수록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많아진다.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척, 돈이 없어 끼니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도 잘 먹은 척,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지만 웃으며 괜찮은 척.. 수없이 많은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고 있다. 그래야 가족들도 걱정을 좀 덜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이런 모습들이 가족들이 보기에는 무관심하고, 다른 사람에게보다 불친절하게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야 내 아들이지, 내 딸이지 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나만 아프면 돼. 가족들이 알지 않았으면 해"


아마 이런 마음일 것이다. 나 혼자서 슬퍼하고 아파하면 괜찮아질꺼야. 가족들이 알면 가족들이 자기 탓 할거고, 그러면 나도 가족들도 다 힘들어질테니까. 라며 마음을 다잡는다.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로이킴의 '살아가는 거야'라는 노래를 알게 되었다.

가사는 대략 이렇다.


사실 나도 그리 강하진 않아
보이진 않아도 상처투성이야
나약해 보이기 싫어서 눈물을 삼키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거야

나를 사랑하는 당신이 나의 아픔을 마주하면
무너져 내릴까 봐
지켜주는 거야
또 견디어 보는 거야


아마 이 가사가 내 마음과도 같은 기분이다. 나의 아픔을 이야기하면 무너져 내릴테니 내가 그냥 견디어보는 것이라고.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동안의 30년 넘은 세월을 살아오면서 가족들은 내 모든 짜증과 화를 받아주었다. 왜 내 도시락 반찬은 이러냐고, 왜 돈이 없냐고, 왜 고생하냐고... 지금보니 모질고 뼈 아픈 말들을 참 잘도 이야기했었다. 그걸 들은 가족들은 본인의 탓인냥 받아주며 '미안하다' 이야기했었던 것 같은데 나는 왜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하지 못했을까. 나란 인간이 그저 못나보이고 잘나보이지가 못해서 가족들에게 더 미안한 마음에 더 움츠러드는 것 같다.


그러고보니 가족들은 항상 나를 위해 고생해왔었다. 내 대학원까지의 학비와 생활비, 따뜻한 밥과 반찬, 좋은 옷을 입을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개XX마냥 그래왔었다.


내가 조금 더 잘나고, 그동안의 커리어를 잘 쌓아왔다면 내가 지금의 힘든 상황을 겪지 않았을 것이고 가족들도 지금보다는 조금은 편한 생활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괜히 대학원은 가서, 괜히 나가 산다고 해서 가족들에게 의지하며 살아온 내 삶이 한없이 후회스럽다. 왠지 모든 게 내 탓이고, 내 잘못인 것만 같아 나의 편이 되어 준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조금만 더 힘내보자"


항상 고생해 온 가족들을 생각하면 내가 헛된 마음 품지 않고 꾸준히 노력해서 취업에 성공해야지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는다. 그래야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줄어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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