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될 것만 같았던 하루였는데 말이야...
"이번에는 왠지 합격할 것 같아!"
2025년 9월, 취업을 준비하면서 내가 가족들에게 했던 말이다. 이 이야기는 약 보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된다. 9월 10일에 A기업의 채용공고를 보고 나는 뭔가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쌓은 경력과도 연계되고 내가 하고자 하는 업무와도 결이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혹시 몰라서 불안한 마음을 조금은 가라앉히고 싶어서 동네 용하다는 곳에서 신점을 봤다. 들어가자마자 나의 성격과 무슨 일로 왔는지 맞추시더라. 이 분은 신내림을 받은지 얼마 안된 분이라 아직 기운이 좋았다. 그러니 나도 믿어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해지고 안정되지 않을까하는 마음에.
나는 약 3~4군데 정도 회사이름과 업무를 대면서 합격가능성을 물어봤다. 편의상 A~D로 하겠다. 그 중에서 A기업의 운이 좋다며 여기는 합격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해주셨다. 나도 이 회사에 들어가고 싶어했던지라 왠지 기분이 좋았다. 그래 열심히 해보자! 여기는 되겠지! 나는 아직 희망이 있어! 마음다짐을 하고 또 했다.
"여기가 1순위야. 이번엔 될 거야! 조상님이 보살펴주고 계셔."
왠지 모를 기쁨에 취업준비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게 되었다. 그래도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서류마감 하루 전, 서류를 제출했다. 내심 기대했다. 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가족들한테 이것도 사주고, 저것도 사주고... 그런 김칫국 한사발의 희망을 걸면서. 채용공고상 서류 합격이 나고 다음날 바로 면접인 관계로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도 나는 열심히 면접 준비를 했다.
졸업한 학교 도서관에 매일 가서 면접 준비를 하고, 회사에 대한 기사와 분석도 하고, 잡플래닛 가서 리뷰도 보고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다. 오죽하면 로고에 대한 의미와 연혁까지 외웠을까. 혹시 모를 불안감에 나올만한 면접 질문을 모두 취합하고 뭐라고 답변해야 할지도 다 준비했다. A4 8페이지, 약 10,000자의 면접 준비를 했다. 기본적인 1분 자기소개와 지원동기,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부터 고객의 컴플레인을 건다면? 동료가 실수를 한다면? 등의 상황에 대한 면접도 준비했다.
서류전형 발표의 날이 왔다. 이 날도 서류는 합격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혹시 모를 불안감이 있어 면접을 준비하러 학교 도서관에 갔다. 아침 9시 30분 즈음 도서관에 도착해서 한번 다시 자문자답하고 부족한 내용은 채우면서. 오전 10시. 다음날 면접이라서 오전 중에 발표가 나올 줄 알았지만 나오지 않았다.
"그... 그래. 회사가 오전에 회의가 있을 수도 있고 급한 일이 생겼나 보네. 조금만 더 기다려보자."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오후 4시
"그... 그... 그래. 근무시간이 오후 6시까지니까 그때까지는 봐야 하지 않을까?"
결국 오후 6시. 합격 문자는 오지 않았다. 합격자에 한해 개별로 문자를 주는 시스템=불합격자는 붙었는지 떨어졌는지 모를불안감에 준비하는 시스템. 나는 허탈함과 절망감 속에 모든 게 와장창 깨지고 무너진 틈으로 고운 모래들이 눈코입으로 들어와 듣고 보고 말하는 곳이 막히는 것만 같았다. 가족들도, 무당 선생님도, 그리고 나도 뭔지 모를 행복감에 쌓여도 혹시 모를 걱정에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동안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다 못해 수증기가 되어 하늘 어딘가로 날아가버렸다. 나는 여기까지 인가 보다 하는 자책감이 들었다.
도서관에서 집으로 가는 길이 너무 싫었다. 집에 들어가면 뭔가 답답하고 우울해질 것만 같았다. 울고 싶어도 눈물은 나지 않고 소리치고 싶어도 소리도 안 나오는 그 심정을 누가 알까. 가족들에게는 더더욱이 이야기할 수 없어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아무렇지 않은 척 네이버 지도를 켜고 바람을 쐬러 가기로 했다. 그 시간에는 빨갛게 달아오른 노을이 보이며 조금씩 해가 저물고 달이 오르는 시간이었다. 근처 공원에 가서 하염없이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내 슬픔이 조금은 잦아들때까지. 나는 우울할 때 슬픈 노래를 듣는다. 큰 소리의 음악을 들으며 나의 우울감을 극대화해야 다소 해소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자책감, 나 스스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자괴감이 나를 짓누르고 더 이상 일어서지 못하도록 막고 있는 듯한 감정이었다. 이후부터는 세상이 나의 편이 아닌 것만 같았다.
돈을 전보다 더 벌려고 한 게 아니다. 집과 멀리 있는 회사도 아니다. 그럼 뭐가 문제였을까 고민을 해본다. 경력이 조금은 부족했을까? 나이가 걸릴까? 자기소개서에 오류가 있었나?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그 결과, 내가 내릴 결론은 단 하나. 나의 잘못이었겠지. 이것 말고는 없었다. 그래야 내가 조금은 나아지는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눈물을 참는다. 울면 더 슬퍼지고 우울해질 것만 같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게 일상이 되어버렸다.
겉모습은 괜찮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속은 괜찮아지지 않는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