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by 용가리사내

저기야

겨울이 올 것 같아.

문득, 국민학교 4학년 때 여선생님이 생각나.

하얀 털옷 사이로 내밀던 작은 얼굴이 참 눈부셨지.


어느 날 우연히

학교 변소에서 나오는 그녀를 보고 돌아서 꺼억꺼억 힘들게 울었던 일.

왜 그랬을까.

뜻 모를 가슴앓이를 처음 앓아서였을까.


겨울이 되면

야학에서 만났던 두 살 위 그 아이가 생각나.

마지막 시간이 끝나갈 무렵이면

여위고 부석한 얼굴로 어김없이 나타났지.


문방구에서 노트를 살 때마다

그때 넌지시 네게 건넸던 학습노트가 아직도 희뿌연 먼지 속에서 애잔하게 나를 기억해 주길 바래.


눈이 쌓이면

눈사람을 세우고

까만 눈썹을 붙였지.

굵은 솔가지를 붙여보다가

눈부신 무지개를 보고

파릇한 솔잎으로 무지개처럼 그리려 했지만 생채기만 남았지.


저기야

세찬 눈보라가 몰아쳐

지나온 발자국을 지워버리기 전에

우리

언제 한 번 만날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