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타운홀 미팅

진동하는 로켓

by 김준용

로켓 내부의 진동이 얼마나 강렬한 지는 입사 한 달 만에 알 수 있었다. 사실상 추락하고 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로켓 안에서는 밖의 상황을 모르니까 말이다.


“우리 올라가고 있어! 원래 달까지 가려면 이런 거야”라고 말하는 리더들은 “이거 이렇게 흔들리는 거? 정상 아니야, 우리 추락하고 있어”를 이야기하는 직원들의 수군거림이 동시에 떠다니며 우진을 혼란스럽게 했다.


한 달 전 80명이었던 위어스의 직원 수는 이제 150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매주 7명에서 10명이 새로 입사하고, 최소 3명이 퇴사하는 기이한 형태로 직원 수가 늘었다. 밑 빠진 독에 물을 죽어라 쏟아부어서 구멍을 메꾸지 않고도 물을 채워 넣고 있는 형국이었다. 당연히 직원들의 서비스 이해도나 회사의 비전에 대한 공감도는 제각각이었다. 타운홀 미팅에서는 그 간극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타운홀 미팅은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단상에 오른 CEO 진성은 차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빔프로젝터가 쏘아낸 화면에는 꼭대기가 완만한 산 모양의 그래프가 그려져 있었다. 산 모양이란 건 그래프가 아래를 향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매출, 결제량, 이용자 수 등 서비스의 수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지난달에 비해 이번 달은 전체적으로 저조했다. 마케팅 비용으로 더 많이 지출했음에도 매출 그래프는 미세하게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무거웠다. 사뭇 비상한 표정으로 단상 위에 서 있는 진성을 보니 한 인터뷰가 생각이 났다. 진성은 31살에 이미 누적 300억대 규모의 투자를 받은 위어스의 CEO였다. 하지만 단상 위에 선 그는 확신에 찬 로켓 기업의 CEO와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약간 긴장한 듯 보였고 확신 보단 간절함이 더 앞서는 것처럼 느껴졌다.


“다들 아시죠? 지난달에 우리 꽤 힘들었어요. 물론 서비스는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매출도 안정적이고 사용자 수도 크게 줄어들지는 않았어요. 그거면 된 걸까요?"


정적이 흘렀다. 관심을 집중시키기 위한 질문이었다. 답은 당연히 '아니요'였지만 누구도 입으로 소리내진 않았다. "아니요. 이대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동네 뒷산을 오르기 위해 모인 게 아니에요. 에베레스트 꼭대기에 오르려고 하는 거잖아요.” 그러고는 빔프로젝터 화면이 수공예품을 생산하는 크리에이터들과 소비자들의 리뷰로 바뀌었다.


"만약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의 여정이, 꿈이 여기서 멈출 수도 있어요. 여기, 위어스 덕분에 더 큰 꿈을 꿀 수 있었다는 고객분들의 감동적인 피드백이 있어요."


진성은 하나씩 리뷰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던 비주류 악기를 만드는 장인이 부업 없이 위어스 덕분에 악기 판매로만 생활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이야기, 작은 시골에 사는 한 할아버지가 주문 제작한 서예 붓을 살 수 있어서 행복했다는 이야기 등이었다. 누가 봐도 멋진 스토리였다.


진성은 거의 울먹이기 시작했다. "우리의 항해가 여기서 멈출 순 없어요. 모두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위어스가 아니면 누구도 할 수 없어요. 우리는 이미 이렇게 이뤄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여러분 모두가 다른 사람의 꿈을 응원하는 역할을 이미 충분히 하고 있어요. 그리고 각자의 꿈을 위해서도 항해를 계속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박수가 이어졌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리더들이나 합류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는 감동을 받아 울먹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반대로 우진 옆에 앉은 직원은 연속으로 3개를 맞추면 팡 터지는 퍼즐게임을 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사원증을 보니 설립 4년 차의 회사에서 3년째 일하고 있는 나연이었다. 게임 화면을 힐끔거리는 우진을 슬쩍 보더니 말했다.


“자주 저래요. 지난주에는 거의 울음바다였어요. 진성님은 눈물이 많은가 봐요. 매주 감동 포인트가 있는데 이번엔 괜찮은 리뷰들이 많이 올라와서 오늘은 여럿 감동받겠어요. 이럴 때 보면 약간 종교집단 같지 않아요?" 그는 그 사이 캔디를 더 많이 터트려야 하는 다음 레벨로 올라가 있었다.


“다음은 우리 MD인 수아의 이야기를 들어볼게요.”


뭐야, 다음 순서가 또 있어? 이제 끝났다는 생각이 들 때쯤이었다. MD는 새로운 상품을 입점시키기 위해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실제 상품 제작 단계에서 그들의 매니저 역할을 하는 직무다. 위어스의 주 고객인 크리에이터와 소비자 중 전자에 대한 모든 일을 도맡아 하고 있었다. 수아라는 사람은 시작부터 약간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림바뮤직 크리에이터를 처음 만났을 때, 사실 두려웠어요. 이 아무도 모르는 악기가 정말 인기가 있을까 의구심도 있었고요. 그런데 칼림바라는 악기를 처음 실물로 봤을 때 분명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울먹이면서 말을 이었다. 아침마당에 나와 잃어버렸던 동생을 찾은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림바뮤직은 악기를 그만두고 택배 배송 일을 하려고 준비 중이셨는데 제가 설득했어요. 그리고 상품을 오픈했는데 수년간 악기로 번 돈 보다 더 많은 돈을 한 달 만에 벌게 되셨고…”


수아는 거의 오열하고 있었다. ‘종교집단 같다’는 나연의 말이 떠올랐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 말을 듣고 나서도 우진의 눈은 단상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수아의 말이 끝나고 빔프로젝터 화면에는 림바뮤직의 상품 페이지가 떴다. 그가 예전에 프로토타입을 만들 때 고민했던 화면 구성, 상품 상세 이미지의 크기, 리뷰 탭의 인터랙션 방식까지 모든 게 익숙했다.


세월이 지나면서 수십 명의 손을 거쳤겠지만 우진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우진이 만들던 서비스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화면 아래에는 이런 문장이 달려 있었다. ‘위어스 덕분에 제 악기를 계속 만들 수 있게 됐어요. 제가 만든 악기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우진은 미묘하게 가슴이 먹먹해졌다. 단순히 감동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었다. 누군가의 삶이 진짜로 바뀌고 있었다. 자신이 그 출발점에 아주 미세하게라도 관여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지금껏 느껴본 적 없는 효능감이었다.


본인이 디자인한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눈으로 직접 확인하는 순간은 직장인으로서는 쉽게 얻기 힘든 보상이었다. 서비스가 다른 사람의 삶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는 얘기는 오래된 기업의 창업자의 자서전에서나 보던 것이었다. 우리가 숨 쉬는 사용하는 서비스의 가장 처음을 기록한 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신화 같은 이야기. 그런데 위어스의 그 순간은 바로 지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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