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장산 단풍길을 걷다 보면, 계절이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낙엽은 바닥에 깔리며 천천히 시간의 결을 쌓아간다.
그 길 위에서 두 명의 스님을 마주쳤다.
한 분은 발아래 단풍을 바라보고, 다른 한 분은 휴대폰을 들어 무엇인가를 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사진기로 그들의 고요를 담았다.
누군가는 사색하고, 누군가는 기억을 수집한다.
어느 쪽이든 삶을 정진하는 자세엔 다름이 없다.
전통적인 승복과 현대의 스마트폰이 어우러진 그 찰나의 장면은
마치 ‘지금, 여기’라는 존재의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세상은 빠르게 흐르지만, 그 속에서도 멈춰 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단풍은 떨어질지라도 아름다움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 사진을 통해 그 고요의 언어를 다시 되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