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뒤, 아파트 단지 마당에는 작은 우주가 펼쳐졌다.
어둠 속 흙먼지와 자갈이 박힌 바닥은
마치 무수히 많은 별이 쏟아져 내리는 밤하늘 같았고,
그 빗물에 비친 교회는 흐릿한 별자리처럼 떠 있었다.
우리가 매일 오가던 익숙한 풍경은 사라지고,
오직 물에 번진 흔적과 빛바랜 기억의 조각들만 남은 듯했다.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이
때론 가장 낯설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였을 때,
비로소 보이는 세상의 또 다른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