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게 얽힌 철골 구조물과 전깃줄이
회색 하늘 아래 날카로운 단절의 풍경을 만든다.
이 도시의 신경망 가장 높은 곳,
흰 해오라기 한 마리가 위태로운 줄 위에 서 있다.
그 하얗고 여린 실루엣은
차가운 금속과 짙은 먹구름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해오라기는 도시의 질서를 비웃듯,
자연의 질서 그대로를 지고(至高)의 공간에서 구현한다.
인간이 만든 거대한 기계적 구조와 홀로 선 생명의 고독한 대비.
우리는 이처럼 익숙한 도시의 풍경 속에서
문득 이질적인 아름다움을 마주할 때,
우리가 어디에 속해있는지를 다시금 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