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체크아웃한 뒤, 신아오모리역으로 갔다. 드디어 홋카이도로 가는 날이다. 홋카이도신칸센이 개통된 뒤, 세이칸(青函)터널을 통과해 홋카이도로 가기 위해서는 신칸센을 타야만 한다. 신칸센과 비행기를 사용하지 않고 보통열차만으로 홋카이도까지 간다는 내 목표가 깨졌지만, 어쩔 수 없다. 다행히 JR 홋카이도&동일본 패스의 경우, 특급권 4000엔만 사면 신아오모리-신하코다테호쿠토(新函館北斗) 구간은 신칸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특례를 허용하고 있다.
그리하여 신아오모리에서 신칸센을 탔다. 가는 도중에 에키벤이라 불리는 도시락을 사서 먹었다. 50분 만에 신하코다테호쿠토역에 도착했다.
해산물 도시락
홋카이도신칸센이 삿포로(札幌)까지 개통된 줄 알고 탄 김에 삿포로까지 신칸센으로 갈까 생각도 했는데, 삿포로는 2030년이나 돼야 개통이 될 예정이라고 한다. 삿포로로 가는 특급은 있지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보통열차를 타기로 했다.
신하코다테호쿠토역
문제는 신하코다테호쿠토에서 보통열차를 타려면 11시 33분까지 1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신아오모리와 마찬가지로 신하코다테호쿠토 역시 신칸센 역이라서 주변에 아무것도 없다. 관광지로 유명한 하코다테(函館) 시내와는 상당히 떨어져 있다. 아니, 사실 역명은 신하코다테호쿠토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하코다테시가 아닌 호쿠토(北斗)시에 속해 있다. 그래서 대합실에서 1시간 반을 기다렸다.
신하코다테호쿠토에서 탄 모리행 보통열차
11시 33분, 모리(森)행 보통열차를 탔다. 일본어로 '모리'는 숲이라는 뜻의 보통명사다. 지명으로 쓰이는 경우는 처음이라 모리행이 어디로 가는 건가 싶었다. 1시간을 달려 모리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역에 엘리베이터도, 에스칼레이터도 없다. 결국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계단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모리역
모리역에서는 1시간 20분을 기다려야 하는데, 지도를 보니 주변에는 식당도 없고 이렇다 할 시설도 없다. 그 대신 도서관이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캐리어를 끌고 도서관을 찾아 나섰다.
모리역 앞 거리
홋카이도에 와서 느낀 것인데 길은 넓고 시원스럽게 뚫려 있는데, 오가는 행인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모리도서관
역에서 10분을 걸어 모리 도서관에 도착했다. 작고 아담한 시골 도서관이다. 다음 전철이 올 시간이 신경쓰여서 느긋하게 책을 읽지는 못하고 다시 모리역으로 향했다.
오샤만베역
오샤만베(長万部)역에 도착했다. 홋카이도의 지명은 아이누어 지명을 음차해서 한자로 정한 경우가 많아서 특이한 지명이 많다. 오샤만베 역시 혼슈에서는 보기 드문 신기한 지명이다. 30분을 기다려 히가시무로란(東室蘭)행 보통열차를 탔다. 히가시무로란에는 5시에 도착했다. 배가 고파서 일단 저녁을 먹고 다시 출발하기로 했다.
히가시무로란역 앞의 라멘집
역 앞에 있는 삿포로라멘집에 가서 먹었다. 솔직히 허름한 외관을 보고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삿포로라멘은 간장이 아니라 된장으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히가시무로란에서 탄 도마코마이행 열차
히가시무로란에서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일단 도마코마이(苫小牧)로 가서 갈아타고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치토세로 향했다.
치토세역
치토세(千歳)에는 8시에 도착했다. 치토세는 홋카이도의 중심 도시 삿포로의 위성도시다. 삿포로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신치토세공항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치토세에서 머문 퀸즈호텔
사흘 연속으로 도요코인에서 숙박했는데, 치토세에서는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퀸즈호텔이란 곳에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