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토세에서 체크아웃하고 아사히카와(旭川)를 향했다. 이와미자와(岩見沢)에서 한 번 갈아탔는데, 이와미자와에서는 주변에 이렇다 할 시설이 없어서 책을 읽으며 2시간을 보냈다.
이와미자와역
1시 반에 아사히카와에 도착하자 북극곰과 펭귄이 맞이한다.아사히카와의 대표적 관광지는 아사히야마동물원이다. 시내에서 거리가 떨어져 있는 데다가 이 나이에 동물원에 가서 뭐하겠냐 싶어서 이번 일정에선 포기했다.
아사히카와역에는 이온이라는 쇼핑몰이 연결돼 있어 그곳의 푸드코트로 향했다. '페퍼런치'라는 체인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스테이크 전문인 전국 체인점이다.
페퍼런치
이온에는 푸드코트 외에도 스타벅스가 있다. 호텔 체크인이 3시부터였기에 스타벅스에도 들러서 커피를 샀다. 홋카이도 한정판 스타벅스 카드가 있길래 샀더니 아르바이트 직원이 홋카이도 여행 즐겁게 하라는 메시지도 적어줬다. 그러고 보니 여기가 일본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스타벅스 매장이 아닌가? 검색을 해 보니 기타미(北見)라는 도시에 있는 스타벅스가 가장 북쪽에 있는 스타벅스라고 한다.
아사히카와역의 스타벅스
호텔에 체크인한 다음 아사히카와 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그동안 매일 전철 타고 호텔에 머물기만 하고 이렇다 할 관광은 못한 것 같아서 이게 여행이라 할 수 있는지 의문스러웠다. 사실 나는 관광지를 돌아다니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지만, 미술관은 즐겨 가는 편이다.
호텔방
버스를 타기에는 애매해서 거리 구경도 할 겸 걸어가기로 했다. 삿포로나 홋카이도의 다른 대도시들이 그렇듯이 아사히카와 역시 바둑판처럼 구획되어 있어서 동서남북+번호로 거리를 표시한다. 나 같은 길치도 꺾는 곳만 파악해 두면 길을 찾아갈 수 있다.
가는 길에 발견한 수원광장. 수원과 아사히카와는 자매도시라고 한다.
20분 정도 걸어서 도키와(常盤) 공원에 있는 도립 아사히카와미술관에 도착했다. <일본의 서양화> 전시를 하고 있어서 봤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의 화가들은 서양에 유학하거나 서양 화가의 가르침을 받아 '서양화'를 그리기 시작했는데, 그러한 화가들의 작품을 모은 전시였다. 전시물 사진은 아쉽지만 못 찍게 해서 올릴 사진이 없다.
아사히카와 미술관
도키와공원에는 아사히카와시립 중앙도서관도 있어서 가 보았다. 홋카이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답게 도서관 규모도 크다.
아사히카와시 중앙도서관
의외로 더운 아사히카와
미술관까지 걸어갔다 왔더니 상당히 덥다. 오후 5시에 기온 26도이니 한낮에는 30도 이상까지 오른다. 홋카이도에만 가면 "와! 대박! 완전 가을 날씨네!" 싶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덥다. 바람이 조금 선선하긴 하지만, 도쿄에 비하면 그나마 살 만하다 싶은 정도에 불과하다. 기후변화 때문에 해마다 더워지는 여름이 최고 기온을 갱신하고 있는데, 홋카이도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준쿠도 서점에서 산 책
호텔 근처에 준쿠도(ジュンク堂) 서점이 있다. 도쿄에서 가져온 책과 모리오카에서 산 책을 거의 다 읽은 참이어서 서점에 들러 책을 3권 샀다. 일본 각지의 전쟁박물관을 소개한 <전쟁 뮤지엄(戦争ミュージアム)>, 미술 미스터리를 모은 단편집 <일그러진 명화(歪んだ名画)>와 홋카이도에 대한 단편소설을 모은 <북쪽의 선물(北のおくりもの)>이다. <일그러진 명화>와 <북쪽의 선물>은 일본에서는 이름난 작가들의 단편소설을 모은 앤솔로지(여러 저자의 단편을 모은 단편집)다. 여행 중에는 본의 아니게 독서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장편소설보다는 단편소설이 부담 없이 읽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