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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욱 Aug 30. 2024

7. 미나미왓카나이

왓카나이 도서관, 맥도널드

왓카나이 트렁크 호텔에서 머물렀다. 근처에 아침 먹을 곳도 없어서 호텔에서 조식을 먹었는데 일본식 정식이 나왔다. 호텔 조식이 뷔페식이 아닌 정식인 건 오랜만이다.

호텔 조식

호텔을 나가서 왓카나이역으로 갔다. 바닷바람이 차갑다. 홋카이도 도착해서도 아사히카와까지는 더운 여름 날씨다 싶은 정도였는데, 왓카나이는 춥다. 기온이 19도. 20도 밑으로 떨어지니 날씨가 확연히 다르다. 반팔 티셔츠 위에 윗옷을 입어야 했다.

왓카나이 역 앞

왓카나이역은 하루에 기차가 서너 번 밖에 오가지 않는 역이다. 전철로 5분 거리에 있는 미나미왓카나이(南稚内)역으로 향했다. 왓카나이역 근처는 항구를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는 반면, 미나미왓카나이역 주변은 나름 시가지(?) 느낌이 난다. 백화점도 미나미왓카나이 근처에 있다.

미나미왓카나이역

미나미왓카나이역에 내려서 점심을 먹으러 갔다. 홋카이도에만 체인점이 있는 빅토리아라는 패밀리 레스토랑에 갔다.

패밀리 레스토랑 빅토리아

 햄버거 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카레와 밥, 수프는 자기가 알아서 퍼 먹을 수 있는 방식이다.

빅토리아에서의 점심 식사

점심을 먹고 난 뒤 '왓카나이 우유'라는 유제품 가게로 갔다. 낙농업과 유제품으로 유명한 홋카이도답게 왓카나이에도 유제품 가게가 있다.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왓카나이 우유

근처에 있는 왓카나이 시립도서관에 갔다. 영어와 함께 러시아어 표기도 있는 게 인상적이다. 일본 최북단에 위치한 왓카나이는 러시아의 사할린섬과는 50km 거리를 사이에 두고 있어서인지 시내에 러시아어 표기를 많이 볼 수 있다. 사실 왓카나이에 러시아인이 많이 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2022년 러우전쟁 발발 직후, 도쿄에서는 안내판의 러시아어 표기를 없애는 경우도 있었다. 왓카나이 도서관에서는 아직 꿋꿋하게 러시아어 표기를 남겨놓고 있는 것 같다.

왓카나이 시립 도서관

생각보다 크기도 크고 깔끔했다. 공부하러 오는 중고등학교 학생들도 많다.

도서관 앞 사슴들

도서관을 나오니 사슴들이 풀을 뜯고 있어서 충격적이었다. 뿔이 커서 무서운데 동네 사람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


저녁은 맥도널드로 향했다. 일본에서 가장 북쪽에 있는 맥도널드 매장이라고 기념 표지판까지 있다. 왓카나이 시내에서는 전국적 브랜드의 체인을 찾기 힘든데, 맥도널드는 여기까지도 진출해 있구나. 역시 자본주의의 상징 맥도널드답다.

왓카나이 맥도널드

왓카나이는 뭐든지 "일본 최북단"을 강조하는 마케팅에 특화된 것 같다. 맥도널드 외에도 "일본 최북단의~"라는 선전문구를 자주 볼 수 있다.

<리시리섬에서 흘러흘러 서점에서 일하게 되었다>라는 책을 읽었다. 왓카나이의 서쪽에는 리시리(利尻)섬과 레분(礼文)섬이 있다. 배를 타고 가 볼까 생각도 했는데, 왓카나이에 3박 4일 동안 다녀오기에는 일정이 빠듯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저자인 구도 시노부는 리시리섬에서 태어나 현재는 삿포로의 서점에서 일하고 있다. 저자의 어린 시절과 가족들, 유머러스한 에세이다. 다음에 기회가 나면 리시리에도 가 보고 싶은 갈 수 있는 날이 올까?


왓카나이 도서관에서 오후 6시부터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이반의 어린 시절>을 상영한다길래 봤다. 이날 여기서 영화 상영을 하는 줄은 모르고 있었는데 이것도 인연이다 싶다.

도서관의 영화상영회 일정

<이반의 어린 시절>은 타르코프스키의 첫 장편영화다. 타르코프스키 하면 흔히 "지루한 예술영화"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런 경향은 후기의 작품에서는 나타나는데, <이반의 어린 시절>은 특유의 몽환적 미장센이 특징적이긴 해도 스토리 중심이라 비교적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독소전이 주된 내용이다. 주인공 이반은 소년이지만 소련군의 독일군 점령 지역을 정찰하고 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은 심지로 정찰 임무를 이어가는 이유는 독일군의 침략으로 인해 어머니와 친구들을 잃은 트라우마가 있다. 유년기를 자진 반납한 미소년 이반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그려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전쟁 때문에 고통받는 어린이들을 생각하면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영화가 끝나고 나니 7시 35분이었다. 미나미왓카나이역에서 숙소가 있는 왓카나이역으로 가는 차가 7시 52분이라서 서둘러 미나미왓카나이역으로 향했다.

세이코마트에서 산 주먹밥

홋카이도에만 있는 편의점 브랜드로 세이코마트가 있다. 주먹밥을 사서 먹었다. 세이코마트는 비닐봉지 인심이 후하다. 도쿄의 편의점에서는 물건을 때, 비닐봉지 값으로 최소한 3~5엔은 지불해야 하는데, 세이코마트에서는 공짜로 담아준다. 종업원들도 친절한 사람이 많다.

편의점에서 산 연어 스낵과 연어 껍질 튀김

편의점에서 연어 옥수수 스낵과 연어 껍질 튀김을 샀다. 홋카이도 하면 연어. 특히 연어 껍질 튀김은 강추한다. 바삭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최고의 맥주 안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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