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카와의 호텔에서 조식을 먹고 체크아웃했다. 생각보다 조식이 괜찮게 나오는데, 아쉽게도 호텔 자체는 10월에 문을 닫는다고 한다.
호텔 조식
아사히카와역으로 가서 10시 반에 출발하는 나요로(名寄) 행 전철을 탔다.
아사히카와역
일본의 시골에는 이용객이 별로 없기 때문에 완만(one man의 일본식 발음)이라 불리는 한 칸짜리 전철이 주로 다닌다. 운전사 1명이 운전을 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그리고 대부분 역무원이 없는 무인역이라서 내릴 때 운전사가 표 검사까지 한다.
나요로역
1시간 만에 나요로에 도착했다. 역 앞에 미쓰보시(三星) 식당이라는 식당이 있다. 왓카나이까지 5시간 전철을 타야 하니 나요로에서 점심을 든든하게 먹어두자 싶어서 들어갔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조금 기다려야 했다.
미쓰보시식당
100년이 넘은 식당이라고 한다. 돈가스 정식을 시켜 먹었는데 맛있었다.
100년식당을 소개하는 기사
점심 먹고 나서 전철 출발 시각까지 시간이 남아서 역에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나요로 도서관으로 가 봤다. 일본은 시골 방방곡곡에도 도서관이 있다.
나요로도서관
3시에 왓카나이행 전철을 탔다. 에어컨 대신에 천장에 선풍기가 돌고 있고, 창문이 열려 있다.
왓카나이행 전철
출발과 동시에 맥주 캔을 땄다. 일본 맥주 회사로는 아사히, 기린, 삿포로, 산토리가 유명한데, 이 중에서 삿포로는 이름 그대로 홋카이도 삿포로가 발상지다. 그래서 삿포로 클래식이라는 홋카이도에서만 판매하는 맥주가 있다. 맥주맛은 잘 모르지만, 홋카이도 한정판이라니 왠지 더 맛있는 느낌이 든다. 안주는 연어를 육포처럼 만든 어포.
홋카이도 한정 삿포로 클래식과 연어포
맥주를 마시고 잠시 졸다가 깨 보니 전철이 멈춰 있다. 오토이넷푸(音威子府)라는 역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서 1시간 정차한다고 한다. 운전사가 교대하는 것 같았다. 홋카이도의 시골 노선은 대부분 단선이라 상행선, 하행선 통틀어 선로가 하나밖에 없다. 그래서 가끔 역에서 반대편 열차가 도착하기를 기다렸다가 출발하기도 한다. 덕분에 밖에 나가서 바람을 좀 쐬었다.
오토이넷푸역
오토이넷푸라는 지명은 상당히 특이하다. 일본에서도 홋카이도에 어지간히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한자만 보고 어떻게 읽는지 모를 것이다. 역에는 "오늘도 힘내라, 소야(宗谷) 본선"이라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소야본선은 아사히카와에서 왓카나이로 가는 노선이다. 포스터에 동물들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그러고 보니 사슴을 치어서 지연되기도 했다. 겨울에는 폭설 때문에 운행 중단되기도 할 것 같다.
"오늘도 힘내라"라는 포스터
이 날 읽은 책은 모리오카의 서점에서 산 <말없는 농민>이라는 책이다. 저자는 이와테 출신으로 태평양전쟁 이후, 이와테 일대의 농민들의 삶을 취재한 잡지를 만들었다. 책에는 당시의 농촌의 여성 차별, 도농격차, 지주제의 병폐 등이 있는 그대로 기록되어 있다. 여담이지만, 이와테 방언으로 "아빠"는 "엄마"를 뜻한다고 한다. 한국어와는 정반대다.
저녁 8시 왓카나이역에 도착했다. 북위 45도 25분 03초. 일본의 최북단에 위치한 역이다. 도쿄에서 1548km. 신아오모리-신하코다테는 불가피하게 신칸센을 탔지만, 비행기와 신칸센, 특급을 사용하지 않고, 보통 열차만으로 일본 최북단 도시 왓카나이까지 오는 데 성공했다. 참고로 한반도 최북단인 함경북도 온성군은 북위 43도, 그보다 더 북쪽인 곳이다.
왓카나이역
아사히카와까지는 여름 날씨였는데 왓카나이에 내리니 밤바람이 쌀쌀했다. 호텔로 가는 길에 여우가 보여서 사진을 찍으려 했는데 도망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