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욱 Apr 29. 2020

두 개의 총선 결과 지도로 본 선거제도의 문제

2주 전에 21대 총선이 있었다. 명색이 정치학도로서 선거 판세에 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는데, 두 개의 총선 결과지도가 흥미롭다.



첫 번째 지도는 공백의 지도에 선거구별로 색칠한 지도다. 이 지도를 보면 더불어민주당(파란 색)과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80석을 차지했다고는 믿기지 않는다. 면적상으로 보면 최소한 빨간색(미래 통합당)이 파란색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커 보인다. 실제 선거 결과의 지도상의 결과의 차이는 면적은 크지만 인구수가 적은 선거구가 과대대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시 이런 가정을 해 보자. 인구가 30만 명인 서울의 A구와 인구가 10만 명인 지방의 B시가 있다. 두 지역은 각각 한 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선거구다. 그 경우, A구의 유권자는 B시의 유권자에 비해 3분의 1 밖에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셈이다. B시의 유권자는 A구의 유권자에 비해 3배의 투표권을 행사하는 셈이다. 만약 모든 기초자치단체가 각각 동일한 의석수를 차지한다면, 인구가 적은 데 면적은 넓은 지방의 지역구는 수도권의 지역구에 비해 영향력이 큰 정치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렇게 선거구 투표가치가 극단적으로 불평등할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내려진다. 그럴 경우, 인구수에 맞게 선거구를 조정하게 된다. 즉 인구가 많은 수도권의 지역구는 쪼개고, 인구가 적은 지방의 지역구는 합친다. 위의 예로 따지면, A구는 'A갑'과 'A을'이라는 선거구로 쪼개고, B시는 옆동네의 인구수가 적은 C군과 합쳐서 'BC'라는 선거구로 만드는 것이다. 


단순히 지도상의 면적에 따라 색칠한 위의 지도는 현실의 선거 판세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다음의 카토그램이다.



선거구 단위로 지도를 다시 그린 카토그램은 위의 단순한 면적 비례 지도에 비해 선거 결과를 정확히 전달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카토그램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카토그램을 통해서 드러나는 문제가 있다. 인구가 많은 서울시는 전국의 거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경기와 인천을 합치면 거의 2분의 1에 해당한다. 반면에 지방은 '순천-광양-곡성-구례을'이나 '영주-영양-봉화-울진'이나 '속초-인제-고성-양양'이라는 식으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선거구가 많다. 즉 몇 개의 행정단위를 합쳐 하나의 선거구를 만든 것인데, 이런 지역구에서 선출된 국회의원이 지역의 민의를 정확히 반영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인구수가 적은 지역이 실제 유권자 수에 비해 과도한 정치력을 가지는 것도 문제지만, 인구수가 적다는 이유로 지방의 민의가 소외되는 것도 문제일 것이다. (참고로 연방제 국가인 미국에서는 상원은 50개 주가 각각 2명씩, 하원은 인구수에 비례해서 대표가 선출된다. 물론 한국에서는 취할 수 없는 방식이다.)


인구수가 많은 수도권과 인구수가 적은 지방 모두 충분히 대표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정치학도라면 해답을 알 것이다. 국회의원 정수 늘여야 한다. 지역구 253석,  비례구 47석인 현행 정수를 지역구 300석, 비례구 100석으로 늘여야 한다. 


애초에 소수정당에 유리하도록 개정된 선거제도가 거대 양당의 비례위성정당이라는 웃지 못할 촌극으로 끝난 것도 의원 정수를 늘이지 못한 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난해한 제도가 도입된 것이 원인 중 하나다. 의석수를 늘이면 소수정당의 목소리도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비례구를 운영할 여지가 생긴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그림의 떡이다. 국민들이 국회의원 수가 늘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의원 수를 줄여야 한다는 안철수나 허경영의 공약에 쾌재를 부른다. 결국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민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선거제도의 발전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를 외면한 가장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하는 것이다"는 말이 생각난다.

작가의 이전글 배현진이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미워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