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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욱 Apr 19. 2020

배현진이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미워할까

여성혐오와 

며칠 전에 있었던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배현진이 현역인 더불어민주당의 최재성을 누르고 송파을의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었다. 연예뉴스의 댓글에서 악플을 쓰지 못하게 된 네티즌들이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악플을 달고 있는 가운데, 그 중에서도 배현진은 절호의 타겟으로 보인다.


2018년 3월, 배현진이 자유한국당(당시)에 입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한편으로 이해가 갔다. 2012년 MBC 파업 도중에 복귀한 배현진은 민주당 및 진보진영 지지 성향으로 보이는 네티즌들에게 악플세례를 받아왔다. 외모 비하나 사실관계를 알 수 없는 루머는 물론이고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나 모욕도 많았다. 몇 년간 민주당 및 진보진영 네티즌들로부터 악플에 시달리다 보면 나 같아도 자한당에 들어갔을 것이다.


2017년 정권이 교체되고 최승호가 MBC 사장이 되자 바로 다음날 메인뉴스 앵커가 교체되었다. 배현진은 마지막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새도 없이 일방적으로 교체된 채 한직으로 밀려났다. 메인뉴스 앵커 교체가 불가피했다고는 해도 조금 더 모양새 좋게 진행할 수도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지난 박근혜 정권에서의 공영방송, 특히 MBC의 보도 자세에 문제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파업 도중에 복귀했다고 해서 배현진을 "동료를 팔아먹은 배신자"라고 매도하는 게 옳을까? 파업에 참여한 사람도,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참여했다가 도중에 그만둔 사람도 나름대로 신념과 고뇌를 가지고 내린 결정일 것이다. 


배현진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는 동안 정작 세월호를 모욕하거나 일베 성향을 드러낸 남자 아나운서나 기자들은 잊혀졌다. 방송국 사장으로서 보다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김재철, 김장겸 등의 고위층도 지워졌다. 배현진과 함께 자한당에 영입된 길환영 전 KBS 사장에 대해서 비판하는 목소리 역시 작다. 공영방송의 문제에 대해 두 사람 중 누가 더 큰 책임이 있는지는 분명한데도 말이다. 


박근혜 정권 당시의 MBC 내부에서 배현진이 적극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입장에 있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양치할 때 물을 많이 쓴다고 배현진에게 지적한 동료가 불이익을 받았다는 황당한 이야기도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배현진도 해명을 했지만, 제3자들에게는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추측컨대 MBC 내에서도 배현진과 파업 참가파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다보니 이런저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배현진이 이례적으로 오랫동안 앵커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앵커 자리가 임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달리 마땅한 사람이 없고 앵커 노릇을 잘 하고 있으면 오래 할 수도 있는 문제 아니겠는가? 개인적으로는 당시 MBC 행태에 비판적이지만 그 안에서 열심히 일한 사람까지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결국 배현진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는 것은 '젊고' '예쁜' '여자'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메인 뉴스의 앵커라는 주목받기 쉬운 위치에 있었다. 익숙한 마녀사냥의 프레임이다. 아나운서나 여기자는 더더욱 마녀사냥의 대상이 되기 쉽다. 강용석의 비하 발언 등도 있었듯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만큼 성적인 관점에서 그 성공을 깎아내려는 시선도 많기 때문이다.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이 되었다는 점이 아쉬운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이 된 만큼 앞으로 4년간의 의정활동을 기대해 본다. 어쨌든 국회에서는 보기 드문 30대 여자 국회의원(게다가 비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지역구에서 당선된)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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