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너머, 낯선 풍경 #48

비를 닮은 하루

by Gnoy

2017/09/08(금) | 런던 5일 차


빗속을 가로지르는 이층버스의 시선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조식을 먹고 창밖을 오래 바라봤다. 나갈까, 말까. 비는 핑계가 되기 충분했지만, 결국 계획을 따라 쇼디치로 향하기로 했다. 버스 정류소에 서 있으니 98번 버스가 도착했다. 이층 맨 앞자리에 앉아 빗방울이 맺히는 유리창 너머로 도시를 바라봤다. 그렇게 옥스퍼드 서커스에 도착했다.


비 속을 천천히 걸었다. 비 내리는 런던 속 사람들이 카메라에 담겼다. 길을 걷다 우연히 발견한 스타워즈 매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화장실을 찾느라 쇼핑센터를 기웃거리기도 했다. 목적이라기보다는 흐름에 가까운 동선. 빗속에서 사진을 찍으며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사실은 하차를 조금 잘못해 환승을 할 수 없는 곳에 내려버렸고, 15분 정도를 더 걸어야 했다. 여행지에서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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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피티와 시장, 젖은 골목의 풍경


정류소에서 55번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넘게 이동해 올드 스트리트 역에서 내렸다. 그곳에서 걸어 도착한 브릭 레인 마켓은 젖은 벽과 그래피티가 어우러진 또 다른 풍경이었다. 이곳은 G-Dragon의 ‘삐딱하게’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더 자유롭고, 더 거칠어 보였다.


거리 한편에서는 풋살 리그가 진행 중인듯 했다. 그리고 골목에는 독특한 상점과 식당이 이어져있었다. 지하 플리마켓과 주말 마켓의 공기에는 오래된 물건 특유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 쇼디치의 여러 구역을 돌아다니며 빗물에 선명해진 색감은 건물과 풍경을 선명하게 만들었다. 벽돌과 길에 스며든 빗물은 도시를 조금 더 날것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몇일 동안 반복적으로 보던 런던과는 다른 풍경이 기분 좋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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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다리 위에서 템스강을 바라보며


쇼디치에서 천천히 걷다보니 밀레니엄 브리지에 도착했다. 다리에서 보는 템스강의 풍경과 바람에 기분이 좋았다. 밀레니엄 브리지 끝자락에서 이어지는 테이트 모던 뮤지엄은 북적이지만, 조용했다. 이곳은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팀이 메리를 간절히 기다리던 장소다. 그래서인지 나도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려야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장소였다. 다양한 전시가 전층에서 열렸지만,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나 사진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천천히 전시를 보며, 지난 몇일 어수선했던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이었다.


뮤지엄을 나와 타워 브리지까지 20분 정도 걸었다. 영화에서나 보던 타워 브리지가 보였다. 강 위에 걸린 다리 속 일장기 같은 과녁은 왜 달린걸까를 생각하며 걸었다. 타워 브리지를 마지막으로 버스를 타고 숙소로 돌아왔다. 하루를 열심히 보낸 후 샤워 후 먹는 뽀글이와 맥주 궁합은 꿀맛이었다. 잠을 자기 위해 침대에 누워있으니 피로가 천천히 풀리는 듯 했다. 런던의 날씨는 변덕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하루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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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질문

우리는 왜 계획을 지키려 애쓰면서도, 결국 우연 속에서 더 많은 기억을 얻는 걸까요. 여행 중 계획과 어긋났지만,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 일이 있었나요? 행운스러운 날을 떠올리며 기록해보세요.




비용 정리

버스 이동 (오이스터 카드): 4.50 파운드

하루 지출 합계: 4.50 파운드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