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너머, 낯선 풍경 #13

달빛 속 여정

by Gnoy

2017년 08월 04일, 금요일 | 모스코우 3일째


완성의 서막

아침, 숙소에 머무는 길고양이 샤샤와 한참을 놀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고양이의 느긋한 움직임은 도시의 소음을 잊게 만들었고, 그 고요한 교감 속에서 노트북을 꺼내어 벽에 기대 앉았다. 어제 공연장에서 찍은 사진들을 정리하며, 마음 한편에 남은 어수선함도 함께 정돈했다. 무심코 찍은 한 장면이 나를 공연장 안으로 이끌어 준 러시아인의 얼굴을 떠오르게 했고, 그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 조심스럽게 보정한 사진을 메일에 담았다. 그런 뒤, 서호와의 약속을 위해 밖으로 나섰다. 붉은 광장을 향해 걷는 길은 생각보다 상쾌했고, 어제와는 다르게 도시는 부드럽게 열렸다. 서호를 만나 아르바트 거리로 향했다. 쉑쉑버거에서 버거와 쉐이크를 주문했지만, 가격은 꽤 비쌌고 맛은 기대보다 덜했다. 그래도 그렇게 소박한 점심을 마치고 거리로 나섰다. 카메라를 들어 사람들의 표정, 골목의 그림자, 낮게 흐르는 빛을 담았다. 그렇게 걷다 만난 거리에는 러시아 청춘의 우상이자 한국계 러시아인인 ‘ 빅토르 초이(고려계 소련인)’를 기리는 벽이 있었다. 낡은 벽돌 위로 적힌 이름, 그 앞에서 음악과 언어를 넘어선 시간의 깊이를 느꼈다. 이방인으로서의 나는 그 순간, 이 도시에 조금은 닿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양이 샤샤의 부드러운 눈빛에서 시작된 하루는 사람과 거리, 기억과 언어가 조용히 이어지며 흘러갔다.

구 아르바트


성당 앞의 유혹
붉은 광장을 향하는 길목에서 우연히 만난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 성당은, 고요한 기도의 울림을 품은 듯 다가왔다. 그러나 반바지 차림인 나에게 차가운 규율이 다가와 문턱을 막아섰다. 아쉬웠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리고 붉은 광장으로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호가 예약한 숙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숙소를 옮기고 싶어했다. 그래서 내가 있는 숙소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남는 침대가 있다고 했고, 서호는 짐을 챙기기위해 자신의 숙소로 이동했다. 나도 오늘의 여정과 기억들을 안고 천천히 귀가의 길을 걸었다. 도시의 숨결 속에 스며든 여러 감정들이 한 편의 서정시처럼 내 마음을 감쌌다. 오늘 많은 경험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미있는 발걸음들이었다는 생각을 했다.

구세주그리스도 교회


밤의 속삭임
숙소에 도착 후 재정비를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서호에게 역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역에서 서호를 만나 게하로 이동하기전 간단히 장을 보았다. 숙소에 도착 후 간단한 요리인 알리올리오를 완성했다. 정말 간편하게 만드는 요리다. 마늘을 편으로 쓸고, 페페론치노는 빼고, 오일에 볶다 삶은 면과 면수를 넣어서 볶으면 끝인 음식이다. 빠르게 소박한 맛을 완성한 후, 맥주와 보드카가 잔잔한 노랫소리처럼 우리의 저녁을 채웠다. 그렇게 하루의 여운을 잠재웠다.

숙소 사람들과


여행 중 몰랐던 인물을 알게되는 경우가 있나요?


후에 알게 된 이야기지만, 러시아는 숙소에서 술을 마시면 안된다고 한다. 불법이라고 하니 참고 하길 바란다. 물론, 2017년 기준이었으니 지금은 모르겠다.


강 건너 표트르 대제 동상이 있는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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