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네틱 한 조각, 기억 한 줌
크렘린 궁전 앞
침대로 내려오는 햇살이 따스했다. 화창한 날씨에 기분이 좋았다.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켜고, 침대에서 뒹굴거렸다. 오늘은 러시아 입국을 같이하고, 블랙 래빗을 함께 갔던 정혁이 모스크바에 도착해서 만나기로 했다. 나갈 채비를 하고, 구글맵을 따라 크렘린 궁전이 있는 붉은 광장으로 걷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활용도가 낮았던 구글맵이 해외에서 사용하기 아주 좋은 맵이라는 사실에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함께 입국했다 각자의 여행 루트를 지나 러시아의 수도에서 3명이 모였다. 참 인연이란 어떻게 될지 모를 일이다. 붉은 광장에는 서호와 나만 도착을 했다. 우리는 기념 촬영을 하고, 정혁이를 기다렸다. 약속 시간 5분전에 도착해 간단한 인사만 나눈 후 지하철로 이동했다. 우리의 목적지는 이스마일로프 시장이다.
샤슬릭, 맥주 in 마켓
파르티잔스카야역에서 내린 후 시장까지 십여 분을 걸었다. 점심 시간이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시장에 도착해서 허기를 채우기 위해 시장을 둘러봤다. 주말 오후라고는 믿기 힘들만큼 시장에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식당을 발견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사실 시장 아래 샤슬릿을 파는 야외 공간도 있었는데, 장사를 하지 않아 선택지가 없기도 했다.
우선, 샤슬릭 세트와 맥주를 주문했다. 세트에는 샤슬릭과 볶음밥 그리고 감자 튀김이 포함 되어있었다. 1인당 천 루블이면, 맥주까지 알차게 먹을 수 있었다. 각자 주문한 음식을 먹으며 다음 행선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와 서호는 상트페테부르크로 같았고, 정혁은 인도로 넘어간다고 했다. 우리는 맥주잔을 부딪치며, 먹는 것에 집중했다.
물건보다 오래 남는 풍경
각자 맥주 한잔을 더 시키고, 시장을 둘러보는 루트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다. 만장일치 각자 둘러보고 알아서 몽기로 했다. 식당을 나서며 시간을 보니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뿔뿔히 흩어졌다. 나는 시장에서 고장 난 카메라, 낡은 군복, 정체불면의 동전과 얼룩진 배지가 다양하게 보였다. 낡은 물건에선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여있었다. 그리고 시장에 있던 물건을 종합해서 생각해보면 1•2차 세계대전을 떠올리게 만드는 물건들이 많이 있었다. 낡은 총알도 있었고, 반공 포스터도 존재했다. 이리저리 둘러보다 보니 기념품 가게가 보였다. 가장 소련스러운 마그네틱을 50 루블에 구매를 했다.
이번 여행에서 중요한 항목 중 하나가 여행하는 도시에서 마그네틱을 하나씩 구매를 한 다음 우편으로 엽서와 함께 한국으로 발송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중에 여행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면 여행을 기록하는 좋은 수단 중 하나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시장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물건이 있었다. 바로 조선시대 우표가 바로 그것이다. 너무 신기해 사진으로 찍으려 했지만, 주인이 촬영은 안된다고 해서 기록을 하지 못했다. 물론 구매하는 방법도 있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두시간 남짓을 돌고 시장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모여서 한시간 정도를 더 둘러보았다. 그리고 각자 필요한 물건을 구매해서 숙소로 돌아왔다.
바람, 맥주, 웃음
숙소에서 잠시 쉬고, 저녁이 되어 붉은 광장으로 걸었다. 정혁과 다시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어두컴컴한 도시에 가로등과 차량들의 불빛으로 채워져 갔다. 시계를 보니 늦은 밤으로 가는 길목인 10시가 되어가고 있었다. 걷는 길에 생경한 장면들이 보였다. 편의점마다 사람들이 모여있는 장면이었다. 나중에 이유를 알게 되었는데, 10시이후 편의점에서 술을 구매 할 수 없어서 아니 다시 말하면 10시 이후 술이 들어있는 냉장고에 자물쇠가 잠겨 술을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는 상황이라서 9시 반이 넘어가면 사람들이 술을 구매하려고 모이는 것이다. 또 하나 술을 구매해도 한국처럼 외부에서 마시면 불법이니 조심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부터 적을 내용은 불법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우리도 가는 길에 캔맥주를 구매했다. 크렘린 궁이 조금씩 다가오자 정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약속 장소를 다리로 옮겼다. 다시 만난 우리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야경의 크렘린 궁전을 바라보며 마시는 맥주는 너무 좋았다. 그리고 웃었다.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인식도 없었다. 다시 생각해도 아찔하다. 러시아 당국 경찰에게 잡혔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글을 쓰는 지금 머릿 속을 스친다.
우리는 술을 마시며 정혁이 거쳐온 러시아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우리는 들었다. 그리고 서호와 정혁은 블라디보스톡 이후 같은 장소를 여행해서 잠깐 만났던 이야기도 했다.
모든 대화와 정보 교환을 마친 우리는 다리를 걸었다. 그리고 풍경을 찍고 있는 나에게 서호가 자신을 찍어 달라고 하며 모델인양 포즈를 취했다. 다리의 구석진 공간은 순식간에 스튜디오가 되어버렸다. 한참을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정혁도 촬영 놀이에 빠져있는 우리를 웃으며 찍고 있었다. 우리는 늦은 새벽까지 한참 웃으며 여행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었다.
조용히 돌아온 밤
숙소에 너무 늦은 시간 돌아와 다른 사람들이 깨지 않게 조용하고, 신속하게 침대 위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맘 편히 웃고 즐긴 하루였다. 아드레날린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눈을 감고 생각을 했다.
“오늘은 여행 같았을까?”
그래,
분명히 즐거운 여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신에게도,
“오늘은 여행 같았다”라고 말할 수 있는 하루가 있었나요?
그날의 풍경이, 당신의 냉장고에도 붙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