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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06일, 일요일 | 모스코우 5일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지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 모두 그런 날이 있지 않은가? 그냥 누워 있고 싶어서, 침대 밖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날이 있지 않은가? 나에게 오늘은 그런 날이다. 며칠 전 똑같은 생각을 했을 수 있고, 앞으로도 여러 차례 생각 할 수 있는 날, 그냥 침대에서만 있을래. 하지만 침대에서 죽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 숙소 반경 5km를 벗어나지 않기로 생각했다. 그래서 유학시절부터 몸에 밴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발휘되는 오늘도 최대한 침대에서 미적거리며 샤샤와 놀고 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두 번째 작별
오늘은 서호가 하루 먼저 상테페테부르크로 출발하는 날이다. 서호는 짐을 챙기고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서호는 짐을 챙겼고, 난 침대 밖으로 나왔다. 우리는 점심을 함께 먹기 위해 숙소를 나왔다. 일단, 전철역으로 걸었다. 역 도착하기 전 길 건너에 버거킹이 보였고, 오늘은 햄버거를 먹기로 했다. 러시아에서 먹는 두 번째 미국의 대표 버거 브랜드다. 나는 버거 세트(270 루블)를 주문했고, 서호도 자신이 좋아하는 버거를 주문 후 자리에 앉았다. 쉐쉐이랑 다른 아는 맛이다. 버거를 먹고, 3시간 남짓 대화를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시티은행 카드로 커피(99 루블) 값을 결제했다. 해외에서 사용하는 카드의 편함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물론, 원화 결제는 차단을 해둔 상태이니 나중에 결재 금을 확인해 보면 되겠지.
서호의 핸드폰 알람이 울렸다. 시간을 보니 2시가 넘어가고 있었는데, 참 별말도 안 하고 시간이 잘 간다는 생각을 했다. 서호에게 작별을 고했다. 물론. 모레가 되면 같은 도시에 있겠지만, 만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앉은자리에서 헤어짐을 고했다. 서호가 버거킹을 나가는데 햇살이 부드럽게 들어왔다.
가심비
혼자 1시간을 더 보내고, 숙소를 찾았던 날 식당이 있던 건물 1층에 있는 애플 매장을 찾았었고 맥북용 월드 어댑터 세트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래서 며칠 고민 끝에 오늘 구매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한참을 고민한 이유는 2200 루블이라는 가격 때문이었다. 저렴하지만 저렴하지 않았다. 사실 맥주에 300 루블을 지불하는 것보다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웃기지만 그렇다. 그럼에도 구매를 결정한 이유는 여행을 하며 사용했던, 어답터가 헐렁해서 코드가 힘을 받지 못해 너무 불편했다. 이것이 구매를 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다.
그리고 현금을 아끼기 위해 이번에서 하나 체크카드로 결제를 했다. 이로서 여행을 위해 준비했던 여행용 카드를 전부 사용하는 날이 되었다. 문제없이 결재되었기에 여행에서 잘 활용해야겠다.
다시 뒹굴기
어답터를 가지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왔다. 그리고 침대에 누워서 뒹굴었다. 어느새 5시가 넘어가고 있었고, 허기가 졌다. 나는 주방에서 파스타를 만들었다. 재료는 마늘과 올리브 오일 그리고 소금이 전부였다. 그래도 알리올리오는 가능하다. 후딱 만들어서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하니 숙소에 사람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침대에 있는 카메라를 가지고 사람들을 찍었다. 물론, 허락을 구하는 건 기본이다. 익숙한 얼굴도 찍고, 처음 보는 사람들도 찍은 후 다시 침대로 돌아와 휴대폰을 만지작 거렸다.
자주 오는 현상일걸...
별일 없는 하루가 끝나가고 있었다. 여행을 하다 보면 여러 번 별일 없는 날이 오겠지만, 오늘 하루 잘 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은 아니지만...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선언했던 날이 있나요?
어떻게 보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