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시간을 품으며
2017년 08월 07일, 월요일 | 모스코우 6일째
마지막 한 끼, 그리고 작별
오늘은 상트페테부르크로 야간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날이다.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것 같다. 빠르게 짐 정리를 마치고, 오늘 입을 옷만 가방 위에 두었다. 떠날 채비를 하고, 냉장고에 남은 재료를 쏟아부은 알리올리오를 만들었다. 남은 재료라고 해봐야 마늘과 면 그리고 베이컨이 전부였다. 열심히 요리를 해서 식탁에 앉았다.
식사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호스트가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상트페테부르크로 향한다고 하니 좋은 도시라며 즐거운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아주 소박한 식사에 정겨운 인사로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호스트를 시작으로 잠시 신세를 졌다.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인사를 마쳤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나는 인연은 짧은 시간 속 압축된 정이 느껴져서 무언가를 특별하게 만들기도 한다.
식사를 마치고, 접시를 정리한 후 침대에서 카메를 가지고 주방으로 돌아와 호스트를 비롯해 거주하는 사람들의 포트레이트를 몇 장 찍었다. 앞으로 이 사진들이 전시에 사용되거나 사진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말하며 허락을 구하는 일도 빼먹지 않았다. 의사가 잘 전달되게 하기 위해 번역기를 돌려 전달했다.
N번째 붉은 광장
나에게 붉은 광장은 모스크바 여행의 시작과 끝이다. 붉은 광장 옆에 있는 굼백화점을 구경할 겸 방문했다. 1층부터 3층까지 둘러보고, 굼백화점 내부가 잘보이는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주문한 커피를 마시며, 가볍게 휴식을 취하며, 다음 장소로 가는 경로를 찾았다. 몇일전 갔었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 교회는 반바지와 쪼리로 인해 방문하지 못했다. 오늘은 긴바지에 운동화를 신었으니 무사히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 성당에 도착했을 때, 시간이 12시 반이 되었다. 입장 시간은 1시부터 였기에 교회 앞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 하늘이 화창하게 맑았다. 잠시 형과 영상통화를 마쳤고, 주변에 있던 풍경과 사람들을 촬영했다.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 교회, 두 번째 방문
가끔 신성시하는 장소를 방문하면, 제약이 주어진다. 하지만 제약을 받으며 들어가고 싶은 장소는 이곳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긴 바지를 입고, 좋아하는 쪼리를 벗었다. 그래서 입장은 순조로웠다. 교회 안 풍경은 숨이 멎은 듯 적막하며, 차분했다. 그리고 높은 천장에서 느껴지는 경의로움과 내부 풍경에서 느껴지던 성스러움이 느껴졌다.
조용히 둘러보고 입구 맞은 편 십자가가 있는 장소에 한참을 머물렀다.사실 교회를 방문한 가장 큰 목적은 기도를 하기 위해서였다. 친한 친구의 아이가 아팠기에 건강하게 뛸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내용의 짧은 기도였다. 기도를 마치고, 다시 내부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방문객을 입구에서 조절하기에 인구 밀도가 높지 않게 유지되고 있었다. 물론, 교회 밖에서 대기해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단점은 존재하지만, 쾌적하게 내부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하면 감수 할 수 있다.
시행착오
교회를 뒤로 하고 다리를 건너 표트로 대제의 동상이 보이는 해상 공원으로 왔다. 기차표에 적힌 역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서 잠시 산책을 하기 위해서다. 산책 중 카페가 보여 자리를 잡고 아아를 한잔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상트페테부르크에서 헬싱키로 넘어가는 야간 버스 예매를 했다. 이로서 상트에서 머무를 기간은 정해졌다. 다음으로 비싸기로 소문이 난 북유럽은 5일씩 예상을 하고 헬싱키의 숙소와 스웨덴으로 이동하는 배편까지 예매를 마치니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래서 사람들이 계획을 세우나 싶다.
예매를 하다보니 2시간이 쏜살 같이 흘러갔다. 느긋한 오후를 맞이하고 있었다. 오늘 최종 목적지인 오카불라불라역으로 검색을 하고, 경유지를 우체국으로 지정했다.이제 모든 준비를 마쳤으니 배낭을 메고 걸었다. 걸으며 웃음이 났다. 불과 2주전만해도 한국에서 일상을 살았는데, 지금은 낯선 도시를 걷고 있는 내가 우스웠다. 아무생각없이 일하다 5년전 나와의 약속이 생각나 시작한 여행이 시차가 6시간이나 나는 타국의 수도인 모스크바를 걷고 있었다.
스마트폰을 보니 우체국이 내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와있었다. 우선, 내 시야에 우체국 건물을 확인했다. 우체국은 커녕 상업적인 건물조차 없었다. 공공주택처럼 생긴 건물만이 즐비했다. 붉은 점은 우체국 마크를 뱅글뱅글 돌기를 20분 소득이 없었다. 결국 포기가 답이었다. 아니다 싶으면 포기가 맞다. 전전긍긍 부여잡고 있어봐야 좋은 일은 없다. 때론 좋은 성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지금이 그랬다. 조금 늦은 감은 있었지만, 우체국은 포기했다.
다시30분을 걸었다. 백팩을 멘 등은 땀으로 축축했지만, 다른 곳은 뽀송뽀송했다. 이윽고 도착한 역은 내가 생각했던 형태와는 달랐다. 모스크바에 도착해서 내린 기차역이 아니었다. 그냥 지하철이었다. 그리고 티켓에 적힌 이름과는 달랐다. 몹시 당황했지만, 차분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입구 옆에 공원보였다. 가방에서 티켓을 꺼낸 뒤 공원으로 들어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벤치에 앉아있던 사람에게 티켓을 보여주며 확인을 요청했다.
표를 본 현지인은 티켓에 적힌 내가 알던 목적지의 단어가 아닌 그 아래에 적힌 다른 단어를 가르키며, 이곳은 다른 곳에 있다고 말하는 것 처럼 보였다. 나는 번역 어플을 열어 러시아어로 변환해서 현지인에게 주었다. 그가 적은 글을 보니 레닌그라츠키역이었다. 그래서 구글에 다시 검색을 하니 도보로1시간 반이 걸리는 거리였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며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내가 걷는 이유는 배낭을 검색대에 넣었다 꺼내는 단, 5분의 귀찮음이 싫어서 걷기로 했다.
밥, 커피, 그리고 출발
기차역에 도착해 가방을 벗으니 시원함이 등으로 몰려들었다. 자리를 잡고, 가까운 가게에서 음식을 먹으며 기차 시간을 확인했다. 하지만 내가 타야하는 밤 11시 기차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 잘못 본건 아닌지라는 마음에 눈을 전광판에 고정하고 지켜보았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타는 기차의 시간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티켓을 손에 쥐고 밥을 먹은 가게에 물어보았다. 티켓을 본 가게 주인은 지도를 보여주며, 맞은 편 건물에 손가락질을 했다. 다행이었다. 시간도 많이 남긴했지만, 다시 먼 장소로 이동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안도하게 만들었다.
최종 목적지에 도착해 카페로 들어갔다. 커피를 한잔 주문하고, 충전이 가능한지 확인을 했다. 가능하다는 끄덕임을 본 후 테이블 위로 카메라 배터리와 패드 그리고 보조배터리를 올려 차례대로 충전을 시작했다. 다소 민폐일 수 있지만, 수시로 충전해야 사진을 찍고, 백업하는 일에 지장이 없다. 그리고 보조배터리는 제일 중요한 물품이기에 자주 충전을 해서 완충을 시켜놓아야 했다. 충전 순위로 따지자면 1순위가 보조배터리고, 2순위가 휴대폰 배터리 그리고 카메라 배터리가 3순위로 이어진다. 노트북과 패드는 여유가 남으면 충전을 진행하기에 중요도에서는 조금 떨어진다.
시간은 하염없이 흘렀다. 모든 전자기기의 배터리는 만족할만큼 충전을 시켰고, 가방에 정리를 시작했다. 곧 상트페테부르크로가는 기차 시간에 맞춰 승강장에 도착했다. 승무원 안내에 따라 대기 중이던 기차에 오르며 이부자리를 지급 받았다. 나는 경험을 토대로 능숙하게 침실을 만들었다. 이번에도 저렴한 복도 2층 침대를 택했다.빠르게 취침 준비를 마치고 이불속으로 들어와 잠을 청하고 있다. 오늘은 눈이 아플정도로 피곤함이 몰려온다. 이제는 자야겠다.
오늘 하루는 조금씨 엇나갔지만,
그래서인지 더 기억에 남을 것 같은 하루였다.
여행 중, 당신은 길을 잃었던 적이있나요?
사소한 실수들이 겹칠 때
우리는 마음까지 복잡해지곤 하죠.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 우왕좌왕했던 순간들이
가장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여행 중 당신은 언제 길을 잃었나요?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무엇을 발견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