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는다는 것의 의미
2017년 8월 16일 수요일 | 스톡홀름 1일째
항구에서 첫걸음
오전 10시, 스톡홀름 항구에 도착했다.
배에서 내리자 핀란드와는 또 다른 느낌이 들었다. 항구를 나오며 미리 예약한 숙소로 가는 교통편과 도보를 검색했다. 대중교통은 지하철이 있었고, 기다리는 시간 포함 40분이 소요되었고, 도보로는 1시간 조금 넘게 걸리는 길이었다.
여행 전에도 많이 걸었지만, 여행을 하며 걷는 시간과 거리가 늘었다. 그래서인지 30분 남짓의 차이는 대수롭게 느껴지지 않았다. 걸음마다 생각이 정리되고, 신발에 닿는 도시의 표면을 배워가는 중이었다. 화창한 날씨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오늘도 맑음이길 기도했다.
여행 중 내린 비
도보로 걷던 중 소나기가 쏟아졌다. 잠시 비를 피하기 위해 지하도로 내려가 걸었다. 다시 지상으로 나왔을 땐, 비가 그쳐있었다. 아주 잠시 찾아온 반갑지 않은 손님이었지만, 열을 식히기엔 충분했다. 얼마나 걸었을까 도심에 접어들었다. 뭔가를 하기에는 가방이 무거웠다. 그래서 입실 시간은 아니지만, 숙소로 향했다.
예매는 힘들어
길을 걷는 일은 기록의 반복이다.
핸드폰으로는 빠르게 공간을 채취하고, 카메라로는 인물들을 담았다.
11시 조금 지나 숙소에 도착했으나 체크인 전이라 가방을 잠시 맡기고, 다음 행선지인 코펜하겐행 야간열차 표를 예매하기 위해 중앙역으로 향했다. 매표소에서 코펜하겐행 야간열차 표 예매를 마쳤다.
직원이 나누어준 문서를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을 하나 놓쳤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티켓을 예매 후 ‘취소·변경 불가’라는 조건이 있었고, 난 그 부분을 놓치고 말았다. 값비싼 표를 손에 쥔 뒤에야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제발 아무 일도 없기를 바랄 뿐이다.
물론 “영어가 약한 사람은 나 같은 실수를 할 수 있겠다”라고 스스로 안도를 했다. 만약 이 일정이 틀어지면 공항에서 밤을 보내고라도 비행기로 루트를 조정하겠다는 작은 결심을 했다.
물가의 충격
허기진 탓에 중앙역 안에 위치한 버거킹에 들렀다가 계산서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세트 하나가 100 SEK. 스웨덴도 북유럽이었다는 사실이 체감으로 다가왔다.
지갑을 다시 점검하고, 가능한 한 빨리 북유럽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소한 불편들이 여행의 판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새삼 느꼈다.
시청에서의 관찰
다시 숙소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숙소 앞 마켓에서 장을 보았다. 음식들을 정리 후 스톡홀름 시청으로 향했다. 길을 잠시 잘못 들어섰다가 돌아서며 발견한 작은 광장 하나가 오늘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광장을 지나 도착한 시청은 성처럼 오래된 외관을 지니고 있었고, 그곳에 모인 사람들—스웨덴의 주민들과 웃음 섞인 아프가니스탄 청년들—의 표정이 카메라에 들어왔다. 두 시간쯤 머물며 나는 광장 사람들의 움직임과 소리를 촬영했다.
사진 속에서 국적과 언어는 의미를 잃고, 순간의 온도만이 남았다.
저녁의 소소한 위로
숙소로 돌아와 마트에서 사 온 재료로 볶음밥을 해 먹었다. 팬에서 퍼지는 기름 냄새와 익숙한 밥 소리는, 낯선 장소를 잠깐 ‘집’으로 바꿔주었다. 샤워하고 이불에 몸을 파묻자, 긴 하루의 긴장이 서서히 풀렸다.
창밖으로는 아직 해가 완전히 지지 않은 북유럽의 늦은 저녁빛이 잔잔히 깔려 있었다.
당신에게 ‘걷기’는 단순한 이동일까요, 아니면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일까요? 어느 길에서 가장 많은 것을 배웠나요?
여행 팁 & 경비
• 코펜하겐행 야간열차 : 700 SEK (약 100,000원, 시티카드 결제) — 구매 전 ‘취소·변경 가능 여부’를 꼭 확인하세요.
• 버거킹 세트 : 100 SEK (약 12,000원, 시티카드) — 북유럽 물가 주의.
• 저녁 식재료(3일 치) : 210 SEK (약 30,000원, 시티카드)
• 베이컨 : 10 SEK (약 1,200원, 시티카드)
총합: 1,020 SEK (대략 환산 금액 표기는 현 환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