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으로 가는 날
2017년 8월 24일 목요일 | 암스테르담 4일 차 & 로테르담 1일 차
흔들리는 출발의 아침
아침의 공기는 아직 잠에서 덜 깬 듯 조용했다.
가벼운 채비를 하고 숙소 문을 나서니
거리의 공기가 부드럽게 폐 안쪽까지 스며들었다.
기차역으로 향하는 길에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었다.
환타의 달콤한 탄산과 망고의 향이
몸을 천천히 깨우는 느낌이었다.
세트럴역에서 표를 끊고 플랫폼에 섰다.
기차는 이미 만석이었고 나는 입석으로 탑승했다.
창가와 사람들이 만드는 작은 흔들림 속에서
오늘 하루가 조금씩 모양을 잡아갔다.
그때 자전거를 세워 둔 여행자가 말을 걸었다.
이번 여행을 자전거로 이어가고 있다며
해가 길게 드리운 팔과 헝클어진 머리카락만으로도
길 위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란 게 느껴졌다.
나는 영국으로 갈 예정이고
프랑스 칼레에서 도버로 들어가려 한다고 말하자
그는 덩케르크에서도 배를 탈 수 있다며
그 길도 좋다고 조용하게 추천해 줬다.
대화를 이어가던 중
그가 한국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2년을 지냈다고 했다.
그래서 자신의 인스타그램 아이디도
한글 외국인을 영어로 적어 두었다고 했다.
입석의 흔들림 사이로 그의 이야기가
풍경처럼 스며들었다.
새로운 도시의 결
로테르담에 도착하자 도시의 공기는
암스테르담과 달리 조금 더 단단했다.
숙소에 짐을 두고 수건을 꺼내 말렸다.
이런 작은 일조차 여행 안에서 다른 결을 만든다.
거리를 거닐며 사진을 찍다가
우연히 작은 가게를 발견했다.
골목 끝에 놓인 간판과
따뜻한 조명 속에서 풍기는 냄새가
발길을 멈추게 했다.
점심으로 먹을 닭다리 여섯 조각과 물을 사며
이 소소한 선택이 오늘 하루를 더 풍성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물의 선은 반듯했고
바람은 길게 골목을 훑고 지나갔다.
빛이 건물의 벽을 타고 흐를 때
로테르담이 가진 묵직한 리듬이 느껴졌다.
저녁의 작은 나눔
유랑에서 보았던 김치 분양 글이 문득 떠올라
연락을 했고 준 씨와 저녁 약속을 잡았다.
준 씨는 한국 김치와 짜파게티 여섯 봉지를 들고 나타났다.
나는 짜파게티 세 개와 계란 프라이
그리고 칭다오 여섯 병을 내어 놓았다.
맥주병에 맺힌 물방울이 탁자 위에 고이는 모습이
괜히 더 반가웠다.
숙소 앞 작은 테이블에 앉기 전
호스트에게 조심스레 허락을 구했다.
두 사람의 소박한 저녁이
해가 조금씩 내려앉는 속도와 함께 흘러갔다.
그날의 맥주는 숙소에서 두 분 거리의
아시안 마켓에서 샀다.
문을 열 때 올라오던 차가운 냉기까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밤이 깊을 무렵 숙소로 돌아오며
가로등 불빛이 천천히 흔들리는 길 위를 걷는다.
분명 평범한 하루인데도
마음속 어딘가가 말랑하게 비워지는 느낌이었다.
오늘의 질문
입석으로 흔들리던 기차 안에서
자전거 여행자와 나눈 짧은 대화
그리고 골목에서 발견한 작은 가게에서
소소하게 점심을 사던 순간
왜 이런 우연한 스침일수록
더 오래 마음에 남는 걸까?
오늘의 경비 정리
아침 샌드위치 환타 망고 €4.50
기차비 €17
점심 닭다리 여섯 조각 물 €4
저녁 칭다오 여섯 병 €5.50
총합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