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테르담을 떠나 브뤼셀로
#한주가 정신이 없이 흘러갔습니다. 매주 금요일 5시가 업로드 시간이지만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2017/08/26 (토) | 로테르담 3일 차 & 브리셀 1일차
새벽에 눈을 뜬 순간,
어제 밤 내내 받아놓던 영상 파일 목록이 떠올랐다.
몇 개를 더 끌어오고, 이어폰을 끼워 무도를 재생했다.
아직 햇빛이 덜 오른 방 안은 무중력 같았고,
나는 화면 속 장면을 보며 아침을 만끽했다.
8시즈음 식당으로 내려가 어제 사둔 짜장라면을 끓였다.
면이 익어가는 소리조차 여행으로 느껴졌다.
아침을 먹은 후 다시 침대로 돌아와 무도를 보며 짐을 정리했고,
10시가 되어 리셉션 소파에 앉아 바나나와 사과 하나씩 먹으며 홍차의 여유,
로테르담의 공기는 유리창을 스치듯 리셉션 안을 떠도는 듯 했다.
머릿속엔 ‘이 도시와의 인사’를 어떻게 마무리할까만 맴돌았다.
가방을 둘러메고 버스터미널 방향으로 걸었다.
유리 천장이 휘어진 시장을 지나며,
작은 키링과 엽서, 마그네틱들을 손에 올려보고 내려놓고,
우연히 본 전시장에 들러 마음에 닿는 마그네틱을 골랐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발걸음을 터미널로 밀어 넣었다.
12시 무렵 로테르담 터미널에 도착해 썹웨이 세트를 사 먹었다.
콜라 기포가 혀끝에서 톡 터졌고,
사람들은 각자의 속도로 지나가며 내가 떠날 도시를 배경처럼 만들었다.
화장실을 들른 뒤 12:40, X 플랫폼으로 이동.
5분 후 도착한 버스에 티켓을 검열 후 탑승했다.
창밖엔 초원의 선선한 바람이 흘렀다.
도시가 조금씩 뒤로 밀리고
길은 어느 순간 전혀 다른 곡선으로 바뀌었다.
이어폰 없이 창밖만 보고 있으니
풍경이 천천히 흘러가는 게 마치 필름 한 롤처럼 부드러웠다.
오후 3시. 브뤼셀 북역 도착.
숙소는 걸어서 5분 —
문을 열고 들어가 가방을 풀어놓자 날아갈 듯 기분이 좋았다.
샤워로 쌓인 피로를 씻고 옷을 갈아입으니
‘로테르담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시가지로 가는 길에 만화박물관을 경유했다.
그곳엔 벨기에의 파란 마스코트 스머프, 틴틴,
유럽 각지의 캐릭터들이 조형물과 세트로 깔려 있었다.
스탠드 조명이 오래된 만화책 위에 떨어지며
잊어버린 어린 날의 일요일 오전을 되살아났다.
세계 여러 나라의 작품이 한 방에 모여 있었지만
한국 만화는 없어... 아쉬웠다.
작고 귀여운 스머프 마을은 걸음을 조금 더 느리게 만들었다.
밖으로 나와 시가지에 도착하니
토요일의 브뤼셀은
“주말이다!” 하고 외치는 듯 했다.
광장으로 가는 골목에는 물담배향과 다양한 패션의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카메라 셔터로 그 낯섦을 메모리에 담았다.
숙소로 돌아오자 라운지에서
스페인 출신, 독일에 거주한다는 **알렉스(?)**가 말했다.
"Where are you from?"
거기에 곧 딕이라는 중국계 미국인 여행자도 합석했다.
맥주가 한 잔, 두 잔 넘어가며
각자의 도시, 각자의 언어, 각자의 길 이야기가
테이블 위에 천천히 흘러넘쳤다.
딕이 “피자 먹을래?”라며 제안했다.
우린 근처 가게에서 피자를 한 판 사서
다시 리셉션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조각 하나가 식어가는 동안
세계는 작아졌고, 여행은 조금 더 가까워졌다.
밤 12시 —
브뤼셀의 공기는 서늘했고
침대에 누우니 오늘의 장면들이 파도처럼 스르륵 몸 안으로 스며들었다.
만화책의 색, 광장의 향, 맥주의 뒷맛까지.
우연히 맞닥뜨린 사람과의 대화,
뜻밖의 전시, 한 도시의 밤공기 같은 것들은
왜 계획하지 않은 순간에 더 선명해지는 걸까?
점심 썹웨이 세트: 3.50유로
화장실: 1유로
방값: 20유로 (2.8 시티은행)
만화박물관: 10유로 (1.4 시티은행)
마그네틱 브뤼셀: 3유로
마그네틱 로테르담: 3유로
맥주: 10유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