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너머, 낯선 풍경 #36

느긋해지는 나날

by Gnoy

2017/08/27 (일) | 브뤼셀 2일차


아침의 커피와 한 사람

조식이 있는 날이었다.
부드럽게 구워진 빵과 치즈, 과일 몇 조각을 접시에 올리고
따뜻한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키며 천천히 아침을 깨웠다.
그때 한국인 여행자를 만났다.
대화를 나누던 중

그녀는 오늘 브뤼허에 당일로 다녀온다고 했다.

'저는 내일 브뤼허로 떠납니다.'

그녀 눈을 반짝이며 다시 저녁에 만나 맥주 한잔이나 기울이며 대화를 하자고 했다.
그렇게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하루로 흩어졌다.

숙소 로비 쇼파에 몸을 맡긴 채
느긋한 시간의 감촉을 아주 오래 즐겼다.
그러다 시계를 보니 어느덧 오후 1시,
무거웠던 엉덩이를 쇼파와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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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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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셉션에서 만난 사람들



브뤼셀의 오후를 걷다

아침에 쇼파에서 짜둔 루트대로 천천히 도시를 밟았다.
공원 → 왕궁 → 좁은 골목 →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
어딘가 낯설고 또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볕.
카메라 셔터는 소리 움직였다.
길 위의 작은 풍경들이 가벼운 속도로 기억 속 어딘가에 저장됐다.

다시 그랑플라스(Grand-Place)로 향했을 때,
커다란 아이를 앞으로 걸쳐 안은 여인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 도시의 오후가 한 장면에 응축되는 느낌.
찰칵.
하지만 곧 그녀의 손바닥이 나를 향했다.
1.50유로... 뒷모습만 찍었을 뿐인데...
나는 삥을 뜯... 이 아니라 모델료를 지불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웃어넘겼다.
여행이란 원래 그런 우습고 재밌는 변수로 더 살아나는 거니까.

조금 더 걸어 성 미카엘 & 구둘라 대성당 앞에 멈췄다.
십자가에 박힌 예수의 동상 앞에 섰다.
잠시 눈을 감고 친구에게 받은 기도문을 읽었다.
낯선 도시에서 만난 짧은 고요는 늘 적막하고 아스러웠다.

도시의 곳곳을 돌고 돌아 만난 풍경들을 뒤로 하고,

햄버거와 콜라를 사서 숙소로 돌아오니 오후 5시,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다음 행선지에서 이동 경로를 검색했다.

브뤼허→뒹케르크행 버스표, 뒹케르크→도버행 페리 경로를 확인했다.
갑자기 변경하는 경로를 조정하고, 찍어둔 사진들을 백업하고 정리했다.

맥주 한 캔을 열어 천천히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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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 펼쳐진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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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미카엘 & 구둘라 대성당

밤의 약속과 흐르는 시간

저녁에 만나기로 했던 그 한국인 여행자는
야경에 반해 일정이 길어졌다고 연락을 보냈다.

괜찮다,
여행이란 원래 발길 닿는 곳에 늘어지는 법이니까.


나는 침대에 누워
오늘 찍은 매력적인 커플 사진을 몇 번이고 들여다봤다.
빛 좋고 표정 좋고 참 예쁜 커플이었다.
“오늘은 됐다. 이 하루는 이미 충분히 좋았다.”
11시쯤, 스르륵 잠이 들었다.
브뤼셀의 밤이 천천히 커튼처럼 내려앉는 순간이었다.


저녁



오늘을 마치며 떠오른 질문

사진 속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내가 셔터를 누른 순간일까,
아니면 돌아와 다시 바라볼 때일까?



오늘의 지출

버스표 취소: 12유로 (1.8 시티은행)

촬영비(거리 삥): 1.6유로

식비(햄버거·맥주 Duuel·펩시·요플레): 4.6유로

항공권(런던→밀라노): 26,000원

버스표 구매(isi 프랑릴→뒹케르크): 5유로

버스표 구매(플릭스 브뤼셀→릴, 바우처 5유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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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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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셀 풍경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