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 너머, 낯선 풍경 #38

브뤼허의 외곽을 걷다

by Gnoy

2017/08/29 (화) | 브뤼허 2일 차


여유로운 아침

뒤척이다 새벽에 잠들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움직이는 소리에 기상했다.

가볍게 아침 식사를 하고,

다시 침대로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 기지개를 켠 후 태블릿을 열었다.

당연히 예능을 틀었는데,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웃음소리가 편안하게 달팽이관을 타고 흘렀다.

12시가 지나서야 내 몸과 침대를 분리하게 되었다.
가볍게 씻은 후 외출의 형태를 갖추고 숙소를 나왔다.
숙소에서 이어진 길을 따라 걸으며, 기지개를 '쭈우욱'하고 켰다.

"그래, 이제 조금 세계 여행자 같네."

라는 생각이 들었던 날이었다.

@브뤼허 외곽



도심 외곽을 걸으며

어젯밤 정해둔 루트를 따라 외곽 해자를 따라서 걸었다.
마을 외곽에 성벽이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자가 있다는 것은

'외부의 적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지지는 않았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도개교가 열여 있고 수리 중에 있었다.

부산 영도대교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영도대교도 실제로 본 적이 없으니 도개교는 여기서 처음 보는 것이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에서야 브뤼허 마을 외곽에 있는 해자는 해자보다 마을 안 운하와 연결된 개념으로 타블로거들이 부르고 있었다. 그러니 적을 막는 해자 역할보다 상권을 발전시키기 위한 운하로 해석하는 것이 맞을까? 그래도 내가 걸으며 느낀 점은 해자에 가까웠다. 그러니 혹시 여행하실 계획이라면 걸으며 판단해 보시길.... 데헷


가동교를 지나 걷다 보니 잔디밭 위로 풍차 하나가 우두커니 서있었다.

다른 건물은 없어서 생뚱맞게 보이기도 했지만,

'이 풍차가 이곳에 이유가 있겠지...?'

나도 모르게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풍차 앞 잔디밭 위엔 작은 해저 튜브를 놓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이 있었다.

요즘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학원을 다니고 바쁘게 사는 모습만 봤는데,

오랜만에 어릴 때 친구들과 놀던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해자를 따라가는 길에서 벗어나 도심 속으로 이동했다.

옛날식 건물들 안 작은 식당과 가게를 지나 브뤼허를 대표하는 양조장 'De Halve Maan'에 도착했다. 맥주를 주문하기 전 피에로 병뚜껑으로 제작된 마그네틱을 먼저 구매하고, 맥주를 주문했다.


사실 근처 가게에서 홍합 요리에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하지만, 혼자 먹기에 양이 많고, 가격이 부담되었다.
그래서 동행을 구할까 고민도 했지만, 여행 중 인위적 만남은 최소화하고 싶었다.
당시... 아니 브뤼허에서는 그랬다... ㅎㅎ


마그네틱 하나 주워 담고, 먼저 흑맥을 주문하는 순간부터 허새를 창 착했다.

지금부터 나는 15년 차 맥주 평론가가 되었다.

맥주잔을 받자마자 와인처럼 향을 맡고, 한 모금 크게 들이켰다.

사실 향은 홉이 결정하기에 유럽 맥주의 향은 대부분 좋았다.

첫 모금 크게 들이켰다.
"오… 이거, 초콜릿 카카오 향이 살짝…?"
혼잣말을 지껄이며 맥주 맛을 평가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내 혀가 미슐랭이었다.
두 번째 맥주인

금맥까지 마시고 나니 더 큰 허세가 솟구쳤다.
'흑맥은 거칠고 부드럽다. 금맥은 부드럽고 깔끔했다.'

이 맛이 행복이지...


@브뤼허 풍경

갑작스러운 소나기

낮술 아니 낮맥은 진리다.

살짝 더워진 공기에 시원한 맥주는 땀을 식히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취기가 잔잔한 파도처럼 밀려왔다.

취기가 오르기 전
숙소로 돌아와 낮잠으로 우아하게 정신을 리셋하고,
가볍게 저녁 먹고 산책 나섰다.

어두워지기 전 브뤼허 중심부를 요리조리 걸어 다니며 풍경과 인물을 가볍게 담았다.


잘 걷고 있던 중

비가 투두둑 떨어졌다.

이번 여행에서 만나는 3번째 비였다.


물론, 잠을 자거나 늦은 밤에 비가 내려 카운터를 못했을 수 있지만, 기억에 있는 카우터만을 했을 때 세 번째 비가 맞을 것이다... 아마도...


유미상을 본 뒤 3번째 비라며, 혼자 생각에 감겼다.

빠르게 숙소로 돌아와 창밖으로 내리는 비를 감사했다.

- 여행자 감성 MAX


침대에 누워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

천둥 번개가 쪼개지듯 울리며 번쩍였다.
포근한 매트리스 위에서 오늘 하루가 폴딩 하듯 몸을 접었다.


'와… 오늘 진짜 예술가와 평론가 사이 어드매에 있는 듯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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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뤼허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


오늘의 질문

여행 중 허세는 사치일까, 아니면 향기처럼 곁에 두어야 할 연료일까?




오늘의 지출

부킹 91유로(밀라노 민박 5박, 12.8 시티은행)

마그네틱: 5유로(0.7 시티은행)

흑맥 3.40유로 – 오늘의 주연. 감동. 신. 혁명.

금맥 3.40유로 – 깔끔하지만 존재감은 조연.

옷 29유로(4.1 시티은행, 리넨으로 만들어진 후디)

금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