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손을 만나거든 가만히 체온을 담아 다정하게 잡아주세요..
무의도에서 소무의도로 들어오면 아기자기한 섬마을을 만날 수 있다.
왼쪽에 산을 두고 오른쪽으로는 바다를 바라보며 걷다 보면 섬 한 바퀴를 금새 빙 돌아 나온다.
마을 끄트머리를 지나오는데 양지바른 처마밑에서 동그랗게 앉아 해바라기를 하고 계시던 세분 할머님들이 주거니 받거니 두런두런 나누시던 말씀에 저절로 귀가 기울여졌다.
갯벌에 나가 조개를 캐시다가 베인 손끝이 갈라지고, 그러고도 쉴새가 없으니 그 벌어진 틈으로 짠 소금물이 스며 어찌나 쓰라리고 아린지..꾸덕꾸덕 상처가 마르고 아물새 없이 또 피가 난다고 하시길래...
늘 챙겨들고 다니던 약 밴드가 있어서 마침 잘 됐다 싶어 피맺힌 손끝에 칭칭 감아드리며 보니 예쁜 봉숭아 물을 들이셨다.
"할머니, 첫눈 오기 전에 꽃물이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 진다던데..이루어지셨어요?"
"우리 영감탱이? 새 각시 때 벌써 딴 세상 사람 되부렀제. 새끼들 먹여 살리고, 여즉지 입에 풀칠허고 사느라 퍽퍽혀서 보고잡도 안했어. 기억도 가물가물 허고, 이제사 나도 저승문이 훤히 보인당게.."
지난여름에 들인 봉숭아 꽃물이 아니고, 며칠 전 동네 문방구에서 사다가 세 분이서 사이좋게 나눠들인 꽃물이란다.
참으로 서럽고 투박했을 긴긴 세월 동안 고스란히 푸대접을 견뎌냈을 아름다운 손이었다.
그 손에 들인 꽃물이 꽃고무신 신은 어린 소녀들처럼 발그라니 곱고 곱다.
예쁘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