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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리아 Apr 16. 2016

코딱지 사건

내 어린 영웅들과 함께쓰는 행복한 교실 이야기 2.

수업시간에 진수가 코딱지를 판다고 준우가 얼레리 꼴레리 놀린 게 또  발단이 돼서 결국 싸움이 났다.

어설픈, 스킬 없는 이종 격투기로 발길질과 허공을 마구 쥐어박는 주먹질이 몇 번 오갔다.

돌봄 선생님께 반 아이들을 잠시 맡기고 아직 씩씩거리며 콧김이 뜨거운 두 녀석을 모두 불러서 조용히 교실 밖으로 나갔다.


라일락 향기가 넘실대는 화단 앞에 앉아서 차례로 이야기를 들어보니 얼레리 꼴레리 했던 친구도 얼마 전에 똑같은 일로 놀림을 받았었다고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그랬던가 보다.  수돗가로 가서 찬물로 서로를 아프게 한 친구의 손을 깨끗하게 씻겨주고 오라고 보냈다.


열이 좀 식은 건지, 아니면 수돗가에서 손을 씻겨주며 그새 물장난이라도 치다가 저절로 화해가 되어버린 건지 두 녀석 모두 싱글거리며 나타났다.


" 얘들아, 손은 깨끗해졌니? 누구의 손이 더 깨끗해졌나 한번 보자."


" 신기하네? 어떻게 물은 너희들 손을 아프게도 안하고 상처도 안내면서 이렇게 깨끗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순간 멀뚱히 바라보던 준우의 눈이 반짝한다.


" 선생님, 저 알아요. 우리를 깨끗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착한 거니까 안 다치게 조심하는 거예요".


진수도 반짝한다.


" 선생님, 좋은 생각이 났어요. 이유는요, 그래야 물이 우리랑 친해지고 우리가 손을 잘 닦아서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어서예요".


"그렇구나? 진짜 훌륭하네..그럼  준우랑 진수는 이제 친구를 속상하게 하거나 때려서 아프게 하지 않고도 친구의 잘못을 멈추게 해 줄 수 있어? 진짜 신기하다, 어떻게?"


"네, 어떻게 하냐면요..방법이 있어요.  친구를 놀리는건 나쁜거야, 그러니까 하지 마".

"코딱지를 파면 더러워, 휴지를 쓰라고 말해주면 되요."


" 그래, 선생님도 코가 간지러우면 코딱지 잘 파는데? 너무 답답한데 그걸  어떻게 참아? 하지만 남들이 보면 지저분해 보이니까 안 보이는 곳에서 휴지를 쓰면 되더라".


"그만 들어가도 좋아. 잘 생각해보고 용기 내서 누가 먼저 멋지게 미안하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그렇게 4교시 수업이 끝났는데 준우가 먼저 진수에게 사과도 하고 쉬는 시간엔 이렇게 그림으로 반성문을 써 왔다.


그림을 내밀며 "선생님 아까전엔 때문에 마음이 아프셨죠?" 한다.


응..많이 슬펐어. 그런데 이제 괜찮아, 지금은 아까보다 두배로 행복해 졌으니까.. 이리와, 안아줘~~ 하며 품을 열어주니까 코딱지만한 녀석원래부터 내게서 떨어져 나갔던 여린 살점처럼 다시 내살로 돌아와 찰싹 달라붙는다.


이쁜놈, 이 선하고 아름다운 생명체들은 내게 가장 풍요롭고 안전한 놀이터다..

그래, 물은 상처내지 않고 어루만져도 언젠가는 거친 돌을 둥글게 만들 수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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